[편집국에서] 통신시장 '꼴찌' LG유플러스의 반란이 반가운 이유

입력 2018-08-22 18:55  

무제한 상품 내놓으며 요금 인하 경쟁 주도
꼴찌의 반란은 통신시장 살아 있다는 증거

김태훈 < IT과학부 차장편집국에서 >



[ 김태훈 기자 ] “고객을 만족시키면 자연스럽게 1등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새 요금 상품 발표회에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꺼낸 얘기다. 취임 한 달 만에 1등이라는 단어를 쓸 만큼 자신감을 나타냈다. 요즘 LG유플러스의 행보는 통신시장 만년 3위의 모습이라고 보기 힘든 기세다. 지난해 11월 무약정 요금제를 시작으로, 올 2월에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며 요금 인하 경쟁을 주도했다. SK텔레콤, KT가 새 상품으로 대응하자 이날 다시 1만~2만원가량 싼 7만원대 무제한 요금제로 반격했다.

LG유플러스가 통신 판을 흔드는 일은 10여 년 전까진 상상하기 어려웠다. 2001년 3세대(3G)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 떨어진 뒤에는 정부 지원 정책에 기대 생존해야 했다. 선발 사업자는 규제하고 후발 사업자는 보호하는 유효경쟁정책, 일명 비대칭 규제의 우산 속에 머물렀다. 반전 기회는 2011년 4G 롱텀에볼루션(LTE)과 함께 마련됐다. 가장 먼저 LTE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새로운 요금 상품도 쏟아냈다. 6월 말 기준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20.83%로 LTE 이전과 비교해 3%포인트 이상 올라갔다.

이날 간담회를 지켜보는 동안 공교롭게 지난해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시장 실패론’을 거론한 일이다.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은 지난해 6월 “통신 3사의 독과점 구조로 인해 자발적 요금 경쟁을 통해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이후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20%→25%), 저소득층 요금 감면, 기초연금 수급자 요금 감면 조치를 도입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국회에는 이동통신 분야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보편요금제를 강제하는 법안까지 올렸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 요금에 음성 200분,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혜택을 주는 게 골자다. 가격과 통화 혜택은 정부가 2년마다 다시 정하는 방식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부가 실패했다고 판정한 시장에서 지난 1년간 요금 경쟁이 벌어지며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혜택의 상품이 쏟아져 나온 점이다. LG유플러스의 ‘LTE데이터33’ 상품은 25% 요금 할인을 받아 월 2만4750원에 무료 음성통화와 1.3GB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통신사의 네트워크를 빌려 사업을 하는 알뜰폰 업체는 1만원대 가격에 2GB의 데이터를 주는 상품까지 내놓았다.

정부도 보편요금제의 폐해를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약 80만 명의 알뜰폰 가입자가 통신 3사로 이탈할 것으로 내다봤다. 알뜰폰 전체 가입자의 10%가 넘는 규모다. 2011년 7월 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알뜰폰을 도입한 정부가 이젠 스스로 이를 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통신요금이 내려가는 데 반대할 소비자는 없다. 문제는 인하 방식이다. 목표가 선하다고 해서 정부가 민간 기업의 통신 요금 설계권까지 갖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방법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보편요금제 법안의 운명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 손으로 넘어갔다. 법안 심의는 통신시장이 과연 실패했는지 차분히 되짚어보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LG유플러스, 알뜰폰 같은 꼴찌들의 반란이 더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다.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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