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골프 'LPGA 독주시대' 저물어 가나

입력 2018-09-03 18:52   수정 2018-12-02 00:00

태국 골프 거센 도전 이어 美·英·日 무명 돌풍에 '흔들'

美 알렉스, 6타차 大역전극
캄비아포틀랜드클래식 우승

'무명' 우에하라도 깜짝 3위
하타오카와 함께 '日 투톱'

태국, 시즌 5승 거두며 맹추격
'세계 최강' 한국골프 위협



[ 이관우 기자 ]
세계 최강 한국 여자 골프. ‘K골프’로 상징되는 골프 한류는 언제까지 맹위를 떨칠 수 있을까. ‘당분간’이란 전망은 큰 무리가 없겠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아마추어 골프의 글로벌 경쟁력이 태권도와 양궁처럼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잇따라 내고 있어서다.

◆‘K골프’ 위협하는 태국, 약진하는 일본

여자 골프 최고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부터 K골프의 절대 강자 지위가 느슨해지고 있다. 늘 상위권을 점령하던 한국 대신 다른 나라 선수의 무명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3일(한국시간) 끝난 캄비아포틀랜드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에서도 우승은 6타 차 열세를 뒤집고 생애 첫 승을 올린 투어 3년차 무명 마리나 알렉스(미국·19언더파)의 몫이었다. 알렉스는 123전 124기 만에 꿈에 그리던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위는 브리티시여자오픈(메이저)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리며 무명 딱지를 뗀 조지아 홀(잉글랜드·15언더파). 3위 역시 지금까지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우에하라 아야코(13언더파)였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톱5’에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 들어 세 번째다. 최운정(28)과 이미림(28)이 공동 9위에 오른 게 가장 좋은 성적. 휴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박성현(25)이 빠지긴 했지만 ‘골프여제’ 박인비(30)가 있었다. 하지만 허미정(29)과 함께 3언더파 공동 30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눈에 띄는 건 LPGA 무명 돌풍의 이면에 일본의 상승세가 겹쳐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7월 이름도 생소한 하타오카 나사가 시즌 ‘깜짝 우승(일본 선수 첫 승)’을 올린 이후 상위권 진입 빈도가 부쩍 늘었다.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히가 마미코가 4위에 오르더니 이번엔 우에하라가 캄비아포틀랜드클래식에서 우승경쟁을 벌이는 등 4개 대회 연속 ‘톱10’에 진입하는 이례적 성과를 냈다. 하타오카는 LPGA투어 상금 랭킹 6위에 올라 있다. 일본 선수가 LPGA투어 상금 순위 톱10에 진입한 것은 2012년 미야자토 아이(33) 이후 6년 만이다.


한국은 2015년 한 시즌 최다승(15승)을 올린 뒤 2016년 부상에 시달린 박인비의 공백으로 9승에 그쳤으나 지난해 다시 15승을 합작하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금까지 25개 대회에 출전해 여덟 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승률 32%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승(48%)에는 훨씬 못 미치는 미지근한 성적표다.

K골프의 독과점은 이미 판도 변화에 직면해 있다. 태국 돌풍이 가장 큰 변수다. 태국은 올 시즌 같은 기간 5승을 올려 미국(5승)과 함께 승률 국가순위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에리야 쭈타누깐과 모리야 쭈타누깐 자매만 보이던 선수층도 외연을 넓히고 있다. 티다파 수완나푸라(1승), 포나농 팻럼(준우승 1회) 등이 합세했고, 이번 캄비아포틀랜드클래식에선 벤야파 니팟소폰이 8언더파 공동 6위에 오르며 태국 바람에 힘을 보탰다. 니팟소폰은 2016년 데뷔 이후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한 무명 선수다. 고덕호 프로는 “자국 선수들의 활약이 큰 자극과 동기 부여가 됐고, 이런 게 짧은 기간 두드러진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 박인비가 5승을 올렸던 2015년처럼 박성현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혼자 3승을 수확한 가운데 고진영(23), 박인비, 지은희(32), 유소연(28), 김세영(25)이 1승씩을 올렸다. 남아 있는 8개 대회를 싹쓸이해야만 지난해 승수(15승)를 넘어설 수 있다.

◆지배적 영토 잃어가는 아마추어 골프

K골프의 뿌리이자 미래인 아마추어 골프는 더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2일 막을 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골프는 단체전 은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2006년, 2010년, 2014년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던 개인전에선 아예 메달 구경을 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에 하루 앞서 끝난 월드아마추어팀챔피언십(WATC)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나흘간 열린 올해 대회에서 미국(29언더파), 일본(19언더파)에 이어 동메달(18언더파)에 그쳤다. 그나마 조아연(18)이 2타 차로 개인전 1위에 올라 전통 강호의 체면을 세웠다. 한국은 격년으로 열리는 이 대회에서 지금까지 네 번(1996·2010·2012·2016년)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지금은 프로가 된 최혜진(19)과 박민지(20)가 팀을 이뤄 출전했던 2016년 대회는 2위 스위스를 21타 차로 따돌려 사상 최다 타수차 우승 기록을 세웠다. 한 금융그룹 골프단 매니저는 “국내에서 천재 소리를 들으면 해외투어에서 대부분 1인자가 됐지만 지금은 그런 수준의 경쟁자가 아시아권에도 수두룩하다”며 “고만고만한 아마추어 강자들 중에서 누구를 영입해야 할지 고민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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