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시장 혼란에도 美경제 잠재력은 여전하다

입력 2018-10-18 16:25  

그렉 입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한경 독점제휴Fed의 긴축·유가 상승 등
투자자들의 비관적 전망에도
美 물가상승률 아직 높지 않고
국채금리도 여전히 낮은 수준
주식시장 매도세 일시적일 것



[ 김형규 기자 ]
채권 수익률(금리)은 투자자들이 경기 흐름과 인플레이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채권 금리는 지난 10년간 빠르게 뛰지 않았다. 국채 금리는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일 때 상승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주 주식시장을 뒤흔든 장기 채권의 금리 상승은 좋은 소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투자자들은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 아래 글로벌 금융위기 후 크게 낮아진 기준금리도 정상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일반적인 현상으로 흘러간다면 현재 주식시장의 매도세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2% 이상 성장하기 힘들었다. 인플레이션율은 Fed의 목표인 2%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Fed는 그동안 기준금리를 0%에 가깝게 놔두고 장기 채권을 사들이면서 채권 금리를 낮췄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세계 경제는 미국 경제와 동반 성장하는 흐름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정책은 산업계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의회의 감세 정책,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미 기업 투자와 가계 지출이 늘어났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3% 이상, 인플레이션율은 2%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업률은 49년 만에 가장 낮은 3.7%로 떨어졌다.

여전히 미국 기준금리는 역사적으로 정의한 정상적인 상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연 2.0~2.25%로 올린 뒤 “현재 미 금리가 중립금리로부터 한참 멀리 있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자들은 뒤늦게 같은 결론을 내렸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연 3.1%까지 올랐다. 미 경제가 3% 성장하고, 인플레이션율이 2%에 도달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채권 수익률이 상승할 때 주가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서 주식이 매도될 때 발생한다. 이는 경기 침체를 알리는 신호다. 리서치회사 코너스톤매크로의 경제학자 로베르토 페를리도 1994년과 2006년 두 차례 사례를 인용해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지금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인 것은 오랫동안 미 경제가 확장해왔다는 것에 대한 경고 신호가 포함돼 있다. 찰스 힘멜버그 골드만삭스 수석경제학자는 “지난주 주식·채권·상품시장 움직임은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데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지금의 확장 기조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1년 내에 가장 긴 경기 확장 기간을 경험할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유가 상승, Fed의 긴축, 주택 판매 감소 등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많은 조건이 산적해 있다고 걱정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미국 경제가 정상 수준을 넘어 과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감세 정책과 지출 증가로 인해 인플레이션율이 뛰고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 달러 강세 등이 미국 경제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JP모간은 미·중 통상전쟁에 따른 관세 부담 증가로 내년 인플레이션율이 0.2~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노동시장이 위축되고 유가 상승과 관세 증가로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서 Fed가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시장 움직임은 Fed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달렸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Fed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2009년 이후 미국 경기는 민간 부문 차입과 같은 경기 침체를 초래하는 리스크와 불균형에 맞서 성장해왔다.

투자회사 에버코어의 어니 테데스치는 “미국 실업률은 고령화를 고려해 조정해 보면 2001년이나 2007년보다 확연히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49년 만에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앞으로 근로자들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실업률이 낮다고 해도 노동자들의 임금 협상력이 약하면 인플레이션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데이비드 마일스, 우고 패니자, 리카르도 레이즈 등 국제통화금융연구센터 경제학자들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노동시장이 일자리 창출이 많아지고 임금상승률은 낮은 새로운 탈(脫)위기 균형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인플레이션율 상승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고 있지만 실제 인플레이션율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에서 9월까지 4개월간 시장 예상치보다 낮았다. 미 노동부는 식량과 에너지를 제외한 분야에서 지난 3개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평균 1.8%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당분간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을) 충분한 여유가 있어 보인다.

원제=Behind Market Turmoil, Potentially Good News

정리=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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