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100조 시대]공매도 논란에 팔 걷어붙인 개미들…"무차입 공매도 처벌 수위 높여야"

입력 2018-12-04 08:51   수정 2018-12-17 00:00


국내 공매도 시장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무차입 공매도로 사상 최대 규모의 과태료를 부과받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공분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실시간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잡아내는 시스템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올해 누적 공매도 거래대금은 119조원을 기록했다. 공매도 규모는 유가증권시장에서 90조1153억원, 코스닥시장에선 29조6693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 10월 100조원을 돌파한 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판 다음 일정 기간 후 주식으로 갚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돈을 버는 구조다. A종목을 주당 1000원에 공매도하고 주가가 800원으로 내려갔을때 주당 800원에 사서 갚으면 된다. 주당 200원만큼 차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공매도를 주로 이용하는 투자주체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공매도 거래량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2.62%, 기관은 26.34%였다. 개인은 1.20%에 불과했다.

공매도는 그야말로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의 전유물로, 이들이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게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었다.

여기에 골드만삭스가 불을 지폈다. 지난달 말 증권선물위원회는 무차입 공매도를 한 골드만삭스에 사상 최대 규모인 75억4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규제 위반에 대해 칼을 내든 것은 개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개미투자자의 공매도 원성에 국민연금은 주식대여 금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대해 금융당국의 강경대응을 주문한 것은 올 들어 공매도 관련 논란이 잇따라서다. 지난 4월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가 불거졌다. 우리사주 배당금 지급을 위해 '1000원'을 입력해야 할 것을 '1000주'로 잘못 처리해 유령 주식이 발생했다. 급기야 해당 주식이 실제 주식시장에서 매도되면서 공매도 논란까지 이어졌다. 개미투자자들은 주식이 발행됐으면 무차입 공매도도 몰래 진행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실제로 무차입 공매도 사태도 발생했다. 5월 말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에 주식 공매도 주문을 위탁했다. 하지만 전체 공매도 주문 중 약 60억원 규모 20개 종목 138만7968주가 결제일인 6월1일 결제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 측은 주문 착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매도한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른 것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현재 자본시장법상 위반 사항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향했다. 골드만삭스의 공매도 미결제 사태가 보도되면서 불공정한 공매도 제도를 폐지 또는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100건 이상 올라왔다. 공매도 폐지 청원 글엔 찬성한다는 의견을 낸 동의자가 20만명을 웃돌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되지 않은 사례가 더 많다고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2014년~2017년 4년간 금융감독원에 알린 무차입 공매도 의심 사례는 총 57건에 달한다. 공매도 주문을 냈지만 결제시한까지 공매도 투자자가 주식 입고 준비를 마치지 못한 건수다.

송종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차입 공매도는 규정상으로는 해선 안 되는 걸로 돼 있지만, 실제 암암리에 있지 않겠나 싶다"며 "금융당국이 사방에서 감시해야 무차입 공매도를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자동 체킹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에 국민연금도 손을 들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연금 주식대여 금지' 글이 100여건 올라오면서다. 지난 10월22일자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대여 신규 거래를 중지했다. 기존에 대여된 주식도 차입 기관과의 계약관계를 고려해 연말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무차입 공매도 처벌 수위 확대해야…"시장퇴출과 징벌적 과징금 제도"

하지만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금지도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금지를 두고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주식대여시장(66조4041억원) 중 국민연금(4483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0.68%에 불과하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대여주식 100%가 모두 공매도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30% 정도만 공매도로 이용되고 있다"며 "물량이 줄었다고 공매도가 같이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금융당국이 골드만삭스에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향후 발생할 무차입 공매도를 줄이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의정 희망주주연대 이사는 "골드만삭스의 과징금 사태가 무차입 공매도 세력에 부담이 되긴 하겠지만, 현재 시스템이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할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실시간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잡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무차입 공매도 시 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대 경제정책 팀장은 "공매도는 자본력과 정보력이 월등히 높은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고, 지금 제도에서 개인투자자들 접근을 열어주는 쪽으로 개선하다 보니 '공매도 제도 자체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라며 "공매도 제도를 원점에서 놓고 재설계하는 것이 옳으며 처벌 수준도 형사처벌과 함께 징벌적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공매도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처벌을 비롯해 이득을 본 부분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이번 과징금 부과가 시장에 경종을 울릴 순 있겠다"면서도 "무차입 공매도는 시장 교란행위인 만큼 더 강하게 시장퇴출과 같은 제재도 나와야한다"고 했다.

학계에서도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매도 길을 열어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빈기범 교수는 "개인들이 이용하기 어려워 수요가 있을 지 미지수"라며 "개인들의 공매도 참여가 늘어나면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도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종준 교수도 "시장에서 고위험 투자를 선호하는 큰손 등 투기세력들이 공매도를 선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들은 상승 차익을 보기 위해 투자하기 때문에 공매도 문턱을 열어주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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