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의 논점과 관점] SK의 '新藥 주권' 선언이 반갑다

입력 2018-12-04 18:01  

김태철 논설위원


[ 김태철 기자 ] ‘성공 확률 5%, 연구 기간 10년, 수익은 개발비의 최소 10배.’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16년 집계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新藥) 개발 성공사례 평균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는 신약 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구조다. ‘블록버스터 신약’ 하나가 세계 제약업계 판도를 좌우한다. 세계 30위권 제약사인 미국 애보트에서 2013년 분사한 애브비는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휴미라’ 덕분에 불과 몇 년 만에 세계 8위 제약사로 우뚝 섰다. 휴미라 판매액은 지난해 애브비 전체 매출의 65.3%인 184억2700만달러(약 20조4263억원)에 달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신약이 가르는 제약업계 판도

로이터통신이 추정한 지난해 세계 의약품시장 규모는 약 1200조원으로, 자동차(700조원)와 반도체(500조원)시장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막강한 생명과학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화이자, 로슈 등 상위 15개사의 매출 총액은 5806억6700만달러(약 643조887억원)로, 세계 제약시장의 53.5%를 차지했다.

한국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세계 제약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1.2%(14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선두를 다투는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의 한 해 매출은 1조~1조5000억원 선이다. 글로벌 제약사 순위로 보면 80위권이다.

‘글로벌 중견제약사’ 기준인 세계 50위권으로 도약하려면 지금보다 두 배 정도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에 임상(臨床) 초기 단계의 신약후보 물질을 건당 최고 500억~600억원(계약금 기준)을 받고 넘겨주는 ‘신약기술 수출’로는 한계가 있다.

신약기술 수출은 자금력이 달리는 국내 제약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안전한 매출 증대 방안이지만 ‘신약기술 자립’ 측면에서는 문제가 적지 않다. 신약 후보 물질을 넘겨받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임상실험과 데이터 분석을 주도하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역량을 축적할 기회를 얻기 힘들다.

신약 독자개발 봇물 계기돼야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뇌전증 치료제 판매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한 SK바이오팜의 행보가 돋보인다. 국내 제약사가 신약후보 물질을 기술수출하지 않고 직접 제품화하고 판매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SK바이오팜의 시도가 성공할 경우 이 회사는 국내 제약사로는 최초로 신약 분야에서 임상, 제품화, 판매에 이르는 전(全) 과정을 수행하는 ‘글로벌 종합제약사(FIPCO)’로 도약한다. “FIPCO 등장은 한국의 ‘신약 주권’을 확보하는 계기이자 ‘글로벌 신약강국’의 서막을 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SK바이오팜의 도전은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각종 역량을 공유하는 귀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SK바이오팜이 글로벌 임상 과정에서 겪었을 수많은 시행착오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한국 제약업계 전체의 소중한 자산이다. SK바이오팜의 자체 해외 판매망 확보전략도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 인지도와 판매 노하우 부족 등은 SK바이오팜이 넘어야 할 과제들이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신약시장에서 SK바이오팜의 성공을 장담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신약기술 수출이 제약업계 글로벌화를 선도했듯이, SK바이오팜의 새로운 도전이 제약업계 신약 독자개발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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