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에 포위당한 두산重, 사장마저 떠났다

입력 2018-12-11 17:32  

인사이드 - 두산重의 눈물

수주 '뚝'…3분기 이익 85% 급감
7200명이 3개월간 60억 벌어 '쇼크'…김명우 사장, 취임 9개월 만에 물러나
임원 30% 줄이고 직원들 계열사 전출…순환유급휴직 등 '비상경영' 돌입

퇴로 없는 脫원전, 해외 수출 되겠나
신한울 3, 4호기 중단에 일감 '올스톱'
최종 취소땐 비용 4930억 날릴 판…경영 돌파구 될 신규 수주도 없어



[ 김보형 기자 ] 국내 유일의 원자력발전 주기기(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 생산 업체로 한국 원전산업을 이끌어온 두산중공업이 1962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여파로 일감이 뚝 끊긴 탓이다. 국내에서조차 외면받는 원자력발전소 공사를 맡기겠다는 나라를 찾기 쉽지 않아 수출길도 사실상 막혔다. 두산엔진 등 알짜 계열사와 두산밥캣 등 관계사 지분까지 팔았지만 경영 여건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유급 휴직 등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이다. 급기야 대표이사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등 탈원전 정책 충격과 후폭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실적 쇼크’에 김명우 사장 사임

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59)은 지난 10일 7200여 명의 전 임직원에게 사임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냈다. 지난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9개월 만이다. 김 사장은 두산그룹 내에서 인사관리(HR) 전문가로 통한다. 1987년 두산의 핵심 계열사인 동양맥주(현 오비맥주)에 입사한 뒤 두산 인사기획팀장을 거쳐 2002년 두산중공업 인력개발팀장을 맡았다.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현 상황에 큰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후배들에게 좋은 회사를 물려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임원을 30%가량 줄인 데 이어 직원 400여 명을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로 전출시켰다. 일감이 넘치던 2013년 8428명에 달했던 두산중공업 직원 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7284명으로 13.6%(1144명) 줄었다. 같은 기간 171명에 달했던 임원 수는 84명으로 반 토막 났다. 내년부터는 과장급 이상 전 사원을 대상으로 두 달간 유급 휴직도 시행한다. 김 사장이 이메일에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여러분 곁을 먼저 떠나려고 하니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쓴 이유다.

매출, 이익 ‘뚝뚝’

두산중공업 원자력 비즈니스그룹(BG)은 2021년 완공 예정인 울산 신고리 5, 6호기를 끝으로 일감이 끊긴다. 정부가 지난해 신규 원전 4기 건설 중단 결정을 내린 탓이다. 2015년부터 원자로 설비 등을 제작해온 울진 신한울 3, 4호기 건설 프로젝트도 지난해 정부가 사업을 중단하면서 ‘올스톱’됐다. 사업이 최종 취소되면 두산중공업은 미리 제작한 기자재에 들어간 비용 4930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될 판이다. 두산중공업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작년 3분기보다 85.5% 급감한 60억원에 그쳤다.

두산중공업은 한국의 원전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87년 영광 한빛 3, 4호기부터 국내 유일의 원자로 핵심 설비 주계약자로 참여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글로벌 원전업체와 손잡고 해외 시장도 개척했다. 2009년엔 한국전력공사 등과 함께 한국형 원전 모델인 ‘APR1400’을 개발해 20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한국의 첫 원전 수출이었다. 2012년에는 10조원에 가까운 매출(9조6272억원)을 기록하며 5948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도 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 1년여 만에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올 상반기 기준 두산중공업의 단기 차입금은 2조9643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이자비용으로만 856억원을 썼다. 두산중공업은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야 차입금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구조다. 이대로라면 경영상의 중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신규 수주가 쪼그라들고 있어 전망도 어둡다. 2016년 9조원을 웃돌던 두산중공업 수주액은 지난해 5조원 수준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 들어선 3조6914억원까지 줄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는 한 해외 원전 건설 수주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전이 지난 8월 22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13조원 규모의 원전사업을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알팔리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도 이달 초 “미국 기술의 도움으로 원전을 건설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하는 등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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