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알바생이 유통가 제왕으로, 경쟁자와 상반되는 경영철학 고수…'유통가의 스티브 잡스'로 불려

입력 2018-12-20 15:25   수정 2018-12-20 17:18

Global CEO & Issue focus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 겸 前 CEO

유통 매력에 빠져 대학 그만둬
페드마트 알바에서 수석부사장까지…1983년 투자자 만나 코스트코 창업
설립 6년 만에 매출 30억弗 달성

'무차별 환불'…고객만족 극대화
"질 좋은 물건 싸게 많이 팔면 이윤은 저절로 따라온다" 믿음
소품종 다량 판매 전략 추구…일정 기간 내 언제든 100% 환불
매장 직원 시급 他 업체의 2배 지급

자신을 확 낮추는 '친화 리더십'
CEO가 직원의 200배 연봉은 잘못…직접 자신의 연봉 제한하기도
아침엔 매장서 핫도그로 식사…명함엔 CEO 빼고, 명찰엔 짐(JIM)



[ 정연일 기자 ]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이 득세하는 시대에도 미국 대형마트 코스트코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해마다 매출 신기록을 새로 쓰고 새로운 매장을 수십 개씩 열고 있다. 코스트코 고객은 마치 교회에 가는 것처럼 주말마다 습관적으로 코스트코를 찾는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에서도 코스트코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98년 문을 연 코스트코 서울 양재점은 세계 750여 개 코스트코 매장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날 코스트코 신화를 일군 인물은 짐 시네갈 창업자다. 그는 자신만의 경영철학으로 유통 혁신을 이끌어 ‘유통업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기도 한다. 불혹을 훌쩍 넘은 47세에 코스트코를 창업한 시네갈은 2012년 후계자 크레이그 젤리넥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주기까지 29년간 코스트코의 비약적 성장을 이끌었다.

‘유통의 제왕’이 된 마트 알바생

시네갈은 18세이던 1954년 우연한 계기에 유통업에 발을 들였다. 샌디에이고커뮤니티칼리지에 다니던 그는 마을에 새로 생긴 할인점 페드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를 도와 매트리스를 나르는 일을 시작했다. 훗날 시네갈은 “그때만 해도 유통업에 일생을 바치게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우연히 시작한 아르바이트였지만 시네갈은 이내 유통과 소매업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대학을 그만두고 페드마트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했고 성실하게 일한 끝에 수석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이후 페드마트가 다른 회사에 매각되면서 시네갈은 페드마트 설립자인 솔 프라이스로부터 동업을 제의받았다. 그들은 샌디에이고에서 최초의 회원제 마트인 프라이스클럽을 창업했다. 시네갈은 프라이스클럽 부사장을 맡았다.

시네갈은 1983년 또 다른 유통업자 제프리 브로트먼과 만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시애틀 인근 커클랜드에 문을 연 코스트코 1호점이었다. 코스트코는 설립 6년 만에 매출이 30억달러에 이를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1993년 경영난을 겪던 프라이스클럽까지 인수하면서 미국 유통업계 최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남들과 반대로 생각하라”는 경영철학

시네갈은 ‘경쟁자와 상반된 전략으로 승부한다’는 철학으로 코스트코를 경영했다. 일반적인 소매업자들은 어떻게 하면 이윤을 늘릴 수 있을지를 연구한다. 하지만 시네갈은 어떻게 하면 물건을 더 싸게 팔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질 좋은 물건을 싼 가격에 팔다 보면 이윤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믿었다. 시네갈은 인터뷰에서 “보통 소매업자들은 한 대에 49달러인 디지털레코더를 52달러에 팔 방법을 고민한다”며 “우리는 같은 물건을 그들보다 싼 40달러에 팔면서도 어떻게 하면 38달러로 더 낮출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대한 많은 종류의 상품을 구비하려는 것이 소매업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다양한 상품이 있어야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네갈은 ‘소품종 대량 판매’ 전략을 추구했다. 월마트에서 파는 상품은 10만 가지가 넘지만 코스트코는 4000여 개에 불과하다. 대신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질 좋은 상품만 취급한다. 상품 종류가 적은 만큼 관리비용이 절감돼 판매가격도 낮출 수 있다.

경영학 교과서와 상반되는 코스트코의 전략은 관대한 환불 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상품에 문제가 없더라도 고객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일정 기간 안에 언제든 100% 환불해 준다. 심지어 먹다 남은 식료품을 가져가도 환불된다. 환불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업자가 고객 변심에 의한 환불에 인색한 것과 대조적인 대목이다.

코스트코는 직원 처우도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코스트코 매장 직원의 평균 시급은 22달러다. 미국 유통업계 평균(11달러)의 두 배나 된다. 많은 기업이 외부 인사를 경영진으로 영입하는 데 비해 철저하게 내부 출신만 승진시키는 순혈주의도 코스트코가 임직원의 충성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시네갈의 자리를 물려받은 젤리넥 CEO도 창고 관리인부터 시작해 28년간 코스트코에서 근무했다.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는 리더십

2010년 시네갈의 연봉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공개된 그의 연봉은 35만달러(약 3억9000만원)였다. 매출이 코스트코의 절반에 불과한 코카콜라 CEO의 당시 연봉이 1447만달러(약 163억원)였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금액이었다. 시네갈은 CEO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보다 100배, 200배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뒤에도 연봉을 높이지 않았다.

시네갈은 CEO로 재직하던 당시 스스로를 낮추고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기로 유명했다. 아침이면 매장을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인사하고 아침식사로 푸드코트에서 판매하는 1.5달러짜리 핫도그를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패용하던 명찰에는 직함 대신 ‘짐(JIM)’이라는 이름이, 한평생 쓴 명함에는 ‘CEO’가 아니라 ‘1983년부터 근무(since 1983)’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단독 사무실도 없었고 전화가 걸려오면 ‘시네갈입니다’라며 직접 받았다.

시네갈은 2012년 76세에 CEO에서 물러났다. 이후 이사회 구성원으로서만 회사 일에 관여하고 있다. 그가 평생 강조한 코스트코의 3대 경영원칙인 ‘법을 준수하라, 회원들에게 최선을 다하라, 직원들에게도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사내 윤리강령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의 경영철학은 코스트코의 임직원에게 훌륭한 행동 지침이 됐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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