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그럼에도 빅데이터는 지금 서울 집을 살 때라고 말한다"

입력 2018-12-26 10:47  

'부동산 빅데이터' 프로그램 개발한
김재수 ZIP4 대표(필명 렘군) 인터뷰



“지금이 집을 살 때인가 아니면 팔 때인가”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언제나 고민하는 주제다. 하지만 누구한테 물어봐도 시원하게 답을 해주는 곳은 없다. 그저 과거 경험이나 감으로 얘기해주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절실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하겠다고 나선 전문가가 등장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와 빅 데이터 기반 부동산 예측 프로그램(ZIP4)을 만든 김재수 대표(필명 렘군)가 주인공이다. 그는 대기업에서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한 IT(정보기술) 전문가다.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동산 투자를 병행해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다.

그가 개발한 예측 프로그램은 향후 1~2년간 부동산시장 전망을 날씨로 보여준다. 현재 날씨가 ‘구름’인 서울과 제주를 예로 들어보자. 그러나 공급물량 미분양물량 등 10여가지 세부 항목을 살펴보년 실수요자가 취해야할 전략은 다르다. 서울은 공급이 부족하고, 미분양지수가 2%에 불과해 매수할 타이밍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실수요자에 한해서다. 반면 제주의 경우 공급지수가 39%로 부족하지만, 미분양 지수가 297%로 위험한 수준이어어서 매도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명확한 기준을 통해 집을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답을 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빅 데이터 집값을 예측할 수 있나

기존 부동산 정보 사이트는 중개업자, 정보 제공자를 위한 서비스다보니 소비자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각종 자료와 정보는 많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집을 사야하는지, 팔아야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빅 데이터를 활용하면 기상청처럼 심플하게 이 지역의 집값이 현재 어느 수준인지, 1~2년 뒤에 오를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유는

부동산에 무지한 사람들은 명백한 대세 상승기가 왔음에도 집을 사지 않고 버티가다 낭패를 본다. 대세 하락기가 왔음에도 무작정 다주택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 일기예보처럼 현재 내가 살고 있거나 투자하고 있는 지역 부동산시장 상황이 맑은지 흐른지 비가오는지 알아야 한다. 일기예보도 안보고 아무 생각 없이 나갔다가 가랑비가 아닌 장마를 만나는 것을 막는 게 목표다.

날씨를 예측하려면 그 이유를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년 이 지역에 5000가구가 공급되는데 이게 많은건지, 적은건지,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검토해줄 수 있어야 한다. 과거 몇 년간의 공급량과 인구, 지역적 특성, 수요 등을 기준으로 얼마든 분석할 수 있다.

▶어떤 데이터들을 활용하나

가중치 1위는 입지다. 입지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두번째는 아파트 수요와 공급이다. 공급과 수요는 절대적이다. 미분양 재고가 없는 상황에서는 절대 조정기가 올 수 없다. 서울은 재고가 없고, 새로운 공급(분양)마다 ‘완판’이 되고 있어 절대 조정장이 올 수 없다고 본다. 세번째는 정부정책과 학군이다. 조정지역과 비조정지역은 점수가 다르다. 조정지역은 유동성 및 대출 규제가 있어 마이너스를 준다. 부산 같은 경우는 조정지역이 된 이후 집값이 1억원씩 떨어졌다. 물론 같은 우선 순위라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서울은 학군보다는 교통이 중요하고, 지방은 교통보다 학군이 중요하다. 그 다음은 나홀로 아파트와 대단지 아파트 차이, 도심 재생지역인지 뉴타운인지, 외곽지역인지에 따라 점수가 다르다.

앞으로 개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집어 넣으면 맞춤형 아파트를 제시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서울, 역세권 5분거리, 100가구 이상, 강남 30분 이내, 지하주차장과 연계 혹은 가구당 1.5대 이상, 단지내 어린이집 여부 등 원하는 항목을 모두 집어넣으면 조건에 맞는 아파트를 제시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하 주차장과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지 않은 집은 선호하지 않는다. 이사할 때 1순위로 꼽는 요소다.

▶부동산은 심리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심리는 어떻게 반영하나

심리는 생각보다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부동산은 주식보다 데이터 분석이 훨씬 정확하게 들어 맞는 분야다. 2013년 이후 집값 상승장에서 서울 아파트 중 하락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그러나 주식은 상승장에도 전체 주식이 아니라 10~20%의 대장주만 오른다. 부동산시장은 개별 아파트가 아니라 지역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아파트 분석에 앞서 지역 분석, 도시 분석이 선행되야 한다.


▶지역마다 집값을 움직이는 변수가 다를 수 있다.

맞다. 예를 들어 인구를 보자.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인구가 줄어들면 그만큼 집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을 보자. 서울은 인구가 줄고 있지만 집값은 더 올랐다. 상관관계가 없는 변수인데 그 하나만으로 그럴싸한 이론을 만든 것이다. 연관 있는 변수로 검토를 해야한다. 인구는 줄지만 일자리가 모여있고 학군이 좋고 교통이 편리한 여러 요소들이 서울을 ‘불패’로 만들어준다.

학군도 지수화 하기 위해 전국의 2만개 아파트를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점수화했다. 좋은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입지의 아파트는 점수가 높게 부여하는 식이다. 우선 구 및 동별로 아파트를 나눠 점수를 매긴 뒤 개별 아파트로 들어갔다. 그러지 않으면 자칫 평균의 오류에 빠지기 때문이다. 동별로 평가할 경우에 대단지 오래된 아파트보다 1개동짜리 새 아파트의 점수가 더 높아져버린다.

▶저평가 아파트 분석 코너가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저평가 아파트를 찾아보니 상위 10위권이 모두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던데 기준이 무엇인가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는 재건축 가능한 연차라는 점에서 가중치를 받는다. 30년차까지는 노후화도에 따라 점수가 낮아진다. 그러나 재건축이 가능한 30년이 넘어가면 점수가 오른다. 재건축 후 가치를 따져보면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분석이 된 것이다.

단순히 3.3㎡당 가격을 놓고 저평가됐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강남의 3.3㎡당 5000만원짜리 아파트와 구로구의 3.3㎡당 4500만원짜리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자. 3.3㎡당 500만원이 싸다고 구로 아파트를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 격차 비율이 있다. 만약 그 비율이 좁혀지거나 넓어졌다면 “저평가됐다” “고평가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전세가율도 마찬가지다. 지방 A아파트의 현재 전세가율은 90%다. 과거 20년간의 추이를 보면 보통 80~90% 사이를 오고 갔다. 그렇다면 지금의 90%는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의 현재 전세가율은 50% 수준이다. 3년 전에는 88%였고, 10년 전인 2008년에는 25%였다. 10년간을 놓고 보면 지금의 50%가 딱 중간 수준이다.


▶소득 대비 저평가(PER) 아파트 검색 코너도 있다. 어떻게 구하나

그동안 언론이나 통계기관에서 소득 대비 집값(PER)을 너무 단순 비교했다. 최근 나온 보도를 보면 뉴욕에서 내 집 마련 하려면 사회초년생이 월급을 15년 모아야하고, 한국은 14년을 모아야 한다고 비교를 했다. 하지만 기준과 비교대상을 평균치로 산정해 평균의 오류에 빠져 있다. 집값 기준이 되는 시기, 사회초년생 월급을 구한 시기, 사회초년생이 구하고자 하는 집 기준 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잠실 엘스를 기준으로 보면 사회초년생이 잠실엘스 중소형 평형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월급을 15년동안 모아야 한다. 3년 전에는 7년이었고, 10년 전에는 10년이 걸렸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더 오래 모아야하기 때문에 현재 집값이 사회초년생의 월급에 비해 고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PER이 낮다고 투자 가치가 있다는 건 아니다. 은평구 전용 59㎡의 집값은 5억원, 강남구는 10억원이라고 하자. 은평구의 지금 집값은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 10년을 모으면 살 수 있고, 강남은 20년이다. 하지만 10년 전을 비교해보면 10년 전 은평구 같은 집은 7년 모아야 살 수 있었다. 반면 강남구는 원래 20년 모아야 살 수 있는 집값이었다. 강남구는 똑같은 것이고, 은평구는 10년 전 대비 집값이 비싸진 것이다.

▶향후 계획하고 있는 서비스는

어떻게 하면 부동산 정보를 쉽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부산에 계시는 부모님만 봐도 부동산에 전혀 관심이 없으시다. 부모님은 재개발 때문에 이사를 해야하는데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시다. 이런 분들에게는 부산의 공급이 어떻고, 수요가 어떻고, 전세가율이 어떻고 말씀 드려봤자 관심없다. 결론만 얘기해야 한다. 그런 분들에게는 그래프 같은 요소가 아니라 텍스트 기반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로봇쳇 같은 것을 고민 중이다. 그래프를 텍스트로 바꿔서 읽어 주거나 요즘 널리 퍼지고 있는 AI 스피커처럼 ‘요즘 이 지역 집값이 어때?’ 라고 물어보면 시황과 분위기 등을 읽어주는 방식이다.

이런 시스템도 결국은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텍스트로 가능하다. 우리는 이미 기준이 잡혀있고, 방식의 구현을 고민 중이다. 아파트 번역기, 카카오 채팅, AI스피커 등 어느형태로 할지는 고민 중이다. 내년에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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