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發 입주 쇼크에 동남권 전세시장 '몸살'

입력 2019-01-20 18:12  

송파·강동구, 하남시 등 동남권
내년까지 3만6000여 가구 준공

고덕동 아파트 전셋값 1억 '뚝'
"세입자 못구해 집주인 발동동"
전세자금 반환 분쟁도 우려



[ 민경진 기자 ]
“‘헬리오시티’는 예고편에 불과합니다. 진짜 입주 폭탄은 강동구에서 터질 겁니다.”(강동구 M중개업소 대표)

헬리오시티발(發) 전셋값 충격이 서울 동남권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9500여 가구 규모의 송파 헬리오시티 공급에 이어 내년까지 강동구, 하남시 등 서울 동남권 일대에만 아파트 3만6000여 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서다.

아파트 입주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동남권 일대 전세시장이 극심한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미 강동구에서는 전월 대비 1억원가량 낮은 전세물건이 등장했다. 이처럼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 규제마저 강화돼 아파트 입주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속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셋값 추락에 날개 없는 강동구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35% 떨어졌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하락률 1위다. 4주 연속 전셋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자치구도 강동구다.

2017년 입주한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3658가구)’ 84P㎡의 전세 거래는 지난달 5억2000만~6억5000만원 수준에서 이뤄졌으나 이달 4억8000만~5억2500만원으로 떨어졌다. 암사동 ‘강동롯데캐슬퍼스트(2008년·3226가구)’ 전용 84C㎡는 이달 들어 4억5000만~5억6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 11월 최고 6억1000만원에 전세 거래된 아파트다.

오는 9월 입주를 앞둔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에선 벌써부터 전세 매물이 나오고 있다. 세입자를 제때 구하지 못할까봐 조바심 내는 집주인들이 많아서다. 전세 호가도 내려가는 추세다. 전용 84㎡ 호가는 지난달 6억~7억원에서 이달 5억원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고덕동 D공인 관계자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사례처럼 실제 입주시점에서 전셋값이 더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학습효과가 있다 보니 예비 세입자들이 계약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3~4년간 ‘입주 폭탄’ 불가피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동구의 올해 신규 입주물량은 1만1051가구다. 명일동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1900가구)’,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등이 차례대로 입주한다. 강동구의 올해 입주물량은 서울시 전체 입주물량의 5분의 1에 이른다. 내년에도 강동구에선 상일동 ‘고덕아르테온(4066가구)’, 고덕동 ‘고덕센트럴푸르지오(656가구) 등 5088가구가 입주한다. 2022년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알려진 1만2000여 가구의 ‘둔촌주공재건축’이 입주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향후 3~4년간 강동구는 세입자들의 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접한 경기 하남시의 신규 공급 물량도 풍부한 편이다. 풍산동 ‘미사강변제일풍경채(726가구)’ ‘하남미사신안인스빌리베라(734가구)’ 등 올해 3623가구가 집들이한다. 내년에도 감이동 ‘하남포웰시티(932가구)’ 등 3436가구가 더 입주한다. 이 여파로 지난 7일 기준 하남시의 전셋값 하락률(-0.9%)은 경기지역에서 가장 컸다. 헬리오시티 입주로 휘청거리고 있는 송파구 전셋값 하락률(-0.25%)보다 큰 수치다.

하남시 풍산동 M공인 관계자는 “하남 미사지구 신축 아파트 전셋값은 고덕동에 비해 1억원 안팎 저렴하다”며 “전셋값이 급락하는 시기를 이용해 학군이 좋은 강동구로 이사하려는 수요자도 있어 미사지구 전셋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입자로선 하남미사나 다산신도시 등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며 “지난 2년간 주택 매수를 많이 한 탓에 전세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도 전셋값 약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 분쟁도 잇따를 듯”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전세물건 거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세입자들은 만기를 앞두고 전세가 안 빠질까 봐 집주인에게 보증금반환 독촉 전화를 하고, 집주인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자금을 융통하느라 전전긍긍한다”며 “신규로 전세를 얻는 세입자는 전세 가격이 싸져 유리해졌지만 기존 집주인이나 세입자는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세입자와 집주인 간 분쟁이 늘어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대출까지 막히면서 전세문제는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1주택 이상자는 규제 지역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세입자가 확보되지 않으면 사실상 잔금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며 “전세거래는 살던 집과도 연계된 문제여서 세입자를 구해도 전세금 반환 과정에서 연쇄적인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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