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정연설,세가지 키워드:장벽·반사회주의·2020년 대선[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입력 2019-02-07 06:01   수정 2019-05-07 00: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연방하원에서 새해 국정연설을 했다. 국내에선 트럼프와 김정은의 두번째 정상회담이 단연 최대 화두였지만, 미 언론에선 트럼프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과 관련, ‘화합이냐, 마이웨이냐’가 최대 관심이었다. 미 언론들은 국정연설 전만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화합을 강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초반과 후반에 ‘화합’을 강조하는 말들을 배치했지만 ‘장식’에 가까웠다. 본론을 들여다보면 ‘마이웨이’였다.

이날 국정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장벽’이었다. 다소 뜬금없는듯하지만 민주당을 겨냥한 ‘반(反)사회주의’도 눈여겨볼 대목이었다. 모두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을 공략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전략과 맞닿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트럼프의 국정연설은 재선 노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운동 스타일의 약속과 잠재적인 ‘대선의 적들’을 앞두고 이뤄진 국정연설이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생각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내가 장벽을 짓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국경장벽에 대한 타협안을 내놓을지가 관심이었다. 35일만에 끝난 사상 최장의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가 남아 있던터라 더 그랬다. 게다가 국경장벽 예산에서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2월16일부터 셧다운이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훨신 민감한 방식으로 국경장벽을 옹호했다. 그는 “불법이민보다 미국 노동자 계층과 미국 정치계층간 분리를 잘 설명하는 건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부유한 정치인들과 기부자들은 벽과 문과 가드(안전요원) 뒤에서 살면서 열린 국경을 밀어부친다”며 “그러는동안 미국의 노동계층은 밖에 남아 일자리 감소, 더 낮은 임금, 과밀해진 학교와 병원, 늘어난 범죄, 약해진 사회안전망 같은 대규모 불법 이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윌리엄 갈스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 무역, 낙태, 방위 문제를 그의 노동계층과 백인 복음주의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신호를 보냈다”며 이들에게 보내는 ‘가장 명확한 메시지’로 이 부분을 꼽았다. 마이클 울프가 쓴 ?화염과 분노?에도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븐 배넌이 “두 개의 미국을 가르는 선”, 트럼프와 진보진영 사이를 가르는 가장 확실하고 명확한 선으로 이민 정책을 꼽는 대목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 행정부는 남쪽 국경에서의 위기를 끝내기 위한 상식적인 제안을 의회에 보냈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어 “과거 이 방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벽에 찬성하는 투표를 했지만 적당한 장벽은 지어지지 않았다”며 “내가 그걸(장벽을)짓겠다”고 선언했다. 장벽건설에 반대해온 민주당과과 타협할만한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정책과 관련, 북한 문제를 56초 가량 짧게 언급한뒤 베네수엘라 얘기를 꺼냈다. 그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사회주의 정책이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던 베네수엘라를 절망적인 가난과 비참함으로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 미국에서 우리 나라에 사회주의를 적용하려는 새로운 요구에 두려움을 느낀다”과 화제를 미국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정부의 강압과 지배, 통제가 아니라 자유와 독립을 기반으로 건국됐다”며 “우리는 자유롭게 태어났고 자유로운 상태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밤 우리는,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란 결의를 새롭게 다진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고 국정연설을 중계하던 미 TV 화면에선 ‘민주당 좌파’의 상징인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의 모습이 클로우즈업됐다. 갈스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경제적 보수층에 어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사회주의’로 이동을 비판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중간선거 때도 유사한 공격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중간선거 유세 때도 민주당을 ‘좌파’라고 비난하며 베네수엘라와 한묶음으로 엮어 공격했다. 중간선거를 한달 가량 앞둔 지난해 10월9일, 아이오와주 연설에서 “여러분, 방화범에게 성냥을 주지 말고 성난 좌파 폭도에게 권력을 주지 말라”며 “바로 민주당이 성난 좌파 폭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은 너무나 극단적으로 변했고, 솔직히 말해 그들은 (미국을) 통치하기에 너무나 위험해졌다”며 “그들은 제정신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앞서 10월2일 테네시주 유세에서도 “그들(민주당)은 미국을 베네수엘라로 바꾸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부유세 정책 겨냥?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부유세 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사회주의’ 잣대를 공격하는 배경이다.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30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규칙없는 자본주의는 도둑질”이라며 부유세 필요성을 역설했다. 워런 상원의원은 자산이 5000만달러가 넘는 부자들에게는 연간 2% 세금을, 10억달러 이상은 3%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 정책을 들고 나왔다.

지난달 7일에는 민주당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하원의원(29)이 최고세율 70%의 부유세를 주장했다. 하원 역사상 최연소로 당선된 코르테스 의원은 미 CBS 방송에서 “소득이 1000만달러를 넘어서면 때때로 60∼70% 세율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적인 부유세’ 도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정책인 ‘그린뉴딜’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론은 민주당편?

부유세 논쟁은 미국에서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휘발성이 커질 수 있다. 여론은 ‘트럼프 편’도 아니다. 폭스뉴스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 유권자의 70%가 연 소득 1000만달러 이상 가구에 부유세를 부과하는데 찬성했다. 연 소득 100만 달러 이상 가구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65%가 찬성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의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가장 많이 버는 이들은 더 낼 여유가 있다”고 밝혀 부유세 도입에 힘을 실었다. 그는 “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과 불평등을 다루기 위해 더 높은 세금을 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정말로 필요한 이들”을 돕기 위해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게리 콘은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부유세는 경제에 해롭다”며 부유세 도입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세금을 더 걷는 것이 경제에 해롭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 세금 법규는 매우 매우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감세+규제완화+보호주의, ‘트럼프노믹스’ 재확인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민주당을 비판하며 ‘트럼프노믹스’의 성과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하다(hottest)”며 “지난 24개월의 빠른 진전 덕에 우리 경제는 세계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반세기만의 최저 실업률, 대폭 늘어난 일자리를 거론하며 자신의 감세 정책과 규제완화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이제 세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1위 국가”라며 “미국은 60여년만에 에너지 순수출국이 됐다”고 자평했다. 경제 성과를 내세워 자신을 코너로 몰아넣고 있는 뮬러 특검을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기적이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막는 유일한 일은 멍청한 전쟁과 정치 또는 우스꽝스러운 당파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보호무역 정책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협상을 거론하며 “중국은 수십 년간 우리 산업을 겨냥하고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훔쳤다”며 “이러한 미국 일자리와 부(富)의 도둑질을 끝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2500억 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고, 미 재무부는 그동안 우리에게 10센트도 내지 않았던 국가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 이런 엉터리가 일어나도록 했던 우리 지도자들의 책임”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존경하고 지금 새로운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것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끝내고 만성적자 적자를 줄이고 미국 일자리를 지키는 구조적인 변화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보복관세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호혜무역법’(Reciprocal Trade Act) 입법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다른 국가가 미국산 제품에 불공정한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판매하는 같은 제품에 정확하게 같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성이라는 잣대를 내세우기는 했지만, 미국 시장의 관세장벽을 더 과감하게 활용하겠다는 일종의 ‘관세 팃포탯’(tit-for-tat·맞받아치기)을 본격화하는 법안이다. 대중 강경파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을 이끄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이 법안을 주도하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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