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없어도…中企 기술력만으로 대출 받기 쉬워진다

입력 2019-03-21 18:05  

혁신금융 비전 선포

내년부터 기술·신용평가 일원화
특허·재고·채권 등 한꺼번에 평가
일괄담보 도입해 동산대출 활성화



[ 강경민 기자 ] 정부는 은행의 여신심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편해 2021년까지 혁신 중견·중소기업에 100조원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현행 부동산 담보 위주의 여신심사시스템을 미래 성장성과 기술력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원회는 21일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서 △일괄담보대출(6조원) △기술금융(90조원) △성장성 기반 대출(4조원) 등 세 개 분야를 중심으로 올해부터 2021년까지 3년간 100조원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금융위는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를 첫 번째 과제로 내세웠다. 금융위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600조원 상당의 동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은행 대출의 담보로 활용되는 동산은 지난해 기준 2853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중소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400조원으로 이를 토대로 받은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360조원에 달한다.

금융위는 기업이 동산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괄담보제는 특허권과 생산설비,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 서로 다른 자산을 한데 묶어 담보로 제공하고 한 번에 담보물을 평가·취득·처분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화장품 제조기계와 화장품 재고, 매출채권을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담보로 책정하는 방식이다. 모든 개별자산을 합치면 평가 시 가치가 올라간다.

금융위는 법인 외에 상호가 등기되지 않은 자영업자의 동산담보 활용도 허용하고 담보권 존속기한(현재 5년)을 폐지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소관부처인 법무부와 협의해 올 상반기에 동산담보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472억원에 불과했던 동산담보대출 신규 공급액을 향후 3년간 6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의 계획이다.

금융위는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기술금융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일원화한 통합여신심사모형을 도입하기로 했다. 통합여신심사시스템은 2021년 구축된다. 성장성이 우수한 기업은 대출 승인뿐 아니라 더 많은 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내줄 때 재무 상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기술금융은 보조지표로 활용해왔다. 평가 방식이 일원화되면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은 신용등급이 높아져 대출을 받기 수월해진다. 금융위는 은행연합회와 함께 신기술 심사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인력 및 전담조직 확보 등을 담은 금융권 공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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