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잔나비 학폭 폭로 글 보니…"11년전 지옥같던 시간 보냈다"

입력 2019-05-24 18:32   수정 2019-05-24 18:34

"잔나비 멤버에게 학폭 피해" 주장글 등장
"같은 분당 출신이라 뿌듯했는데…
멤버 얼굴 확인하다 식은땀"
비닐봉지로 얼굴 씌우고 장난쳐
폭행 피해 폭로글 작성





잔나비가 '학폭'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3일 온라인커뮤니티에 "잔나비 멤버에게 당했던 학교폭력을 밝힌다"면서 장문의 글이 게재됐다. 잔나비 멤버들 몇 명이 졸업한 고등학교에 다녔다고 밝힌 작성자 A 씨는 "11년 전 봄, 여름 동안 지옥같던 학창시절의 악몽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학교 폭력을 음악으로 위로받고 의지하며 견뎌왔다"며 "평소 즐겨 보던 EBS '스페이스 공감',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을 통해 잔나비라는 밴드의 음악을 알게됐고, 멤버 대부분이 저와 같은 분당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돼 뿌듯했다"고 잔나비에 대한 첫인상을 전했다.

A 씨는 "리버플의 비틀즈 같이 우리 지역에도 이런 밴드가 있다는 게 좋았다"며 "어느 새 팬이 돼 멤버들을 알고 싶어 검색을 하다가 '설마'하는 생각이 들면서 식은 땀을 흘리고 숨이 가빠졌다"고 적었다.

A 씨는 스스로를 "말이 어눌한 아이였다"고 소개하면서 "11년 전 괴롭힘과 조롱거리로 학창 시절을 보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잔나비 멤버가) 나의 반응이 웃기고 재밌다고 라이터로 장난치고,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우고, 내 사물함에 장난쳐 놓는 건 기본이고, 그들의 웃음거리로 지냈다"고 피해 내용을 폭로했다.

A 씨는 학교폭력으로 전학을 가고 정신과 치료도 받은 사실을 밝히면서 "이런 사람이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감정을 느끼고 감동을 받았다는 것에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지면서 눈물이 흐르고 헛구역질이 났다"고 괴로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 시절 나에게 했던 언행과 조롱, 비웃음을 난 살아서도 죽어서도 용서할 생각이 없다"며 "사과를 하겠다해도 만날 생각도 없고, 진심도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고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잔나비는 92년생 원숭이(잔나비)띠 5명의 멤버로 구성된 밴드다. 2012년 결성됐고, 작사, 작곡, 편곡에 다양한 커버곡까지 선보이며 인기를 얻어갔다. 특히 드러머 윤결을 제외한 멤버 4명이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란 '동네 친구'로 알려졌다.

다음은 폭로글 전문

잔나비 멤버에게 당했던 학교폭력을 밝힙니다.

먼저 이 글에는 어떠한 과장이나 허위 사실이 일절 없다는것을 말씀드립니다.

Bullying 이란 단어가 무슨 뜻인줄 아시나요? 학교폭력이라고 하기도 하나요? 난 11년전 이매고에서의 봄, 여름 동안 지옥같던 학창시절의 악몽을 잘 견뎌냈고 잊었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에 위로도 받고 의지하며 견뎌왔고 1~2년 전부터 좋은 감성의 노래들이 자주 들려서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음악을 듣고있었어요. 잔나비라는 밴드의 음악 참 좋더라구요.

저는 어릴때부터 밴드음악을 좋아했고 다양한 밴드음악을 들으며 자랐고이 밴드의 매력에도 빠지게 됐어요. 어느날 '스페이스 공감'과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시청했는데 잔나비 편이 인상적이었어요. 음악도 좋고 관심이 생겨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의 맴버가 같은 분당 출신이란걸 알았죠. 우리 지역 출신의 이런 밴드가 있다는게 나름 뿌듯한거있죠? 리버풀의 비틀즈같이요.

제가 자주가는 음악페스티벌에도 꾸준히 나오고 이제 방송에도 많이 나와 반가웠어요. 어느새 팬이 되었고 한명 한명 알고싶어 검색을 하다가 설마 설마 생각이 들면서 손과 등은 식은땀으로 젖고 숨이 가빠졌어요. 멘탈이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속엔 아직 상처많은 학창시절의 제가 아파하고 있었고 그동안 꼭꼭 감춰두기만 했었다는걸 알게됐어요. 잔나비 멤버로 인해 말이죠.

나는 다른친구들 보다 말이 살짝 어눌한 아이었어요. 11년 전 나는 많은 괴롭힘과 조롱거리로 학창시절을 보내야했죠. 기억나요? 나의 반응이 웃기다고, 재미있다고, 라이터를 가지고 장난치고,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우고 내 사물함에 장난쳐놓는건 기본이고 너와 그들(같은반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지냈었어요. 내 근처에서 손을 들기만해도 나에게 무슨짓을 할것만 같아 움찔 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무것도 안했는데 왜그러냐"며 그걸 즐기기도 했잖아요. 그냥 무시하고 내버려 두지 왜 나약한 나를 괴롭혔는지 그게 뭐가 그리 재미가 있었는지 정말 원망스러워요.

항상 눈에 띄지않기 위해 조심히 다녔고 눈이라도 마주칠까 땅만 보며 나닌 기억뿐이네요.저는 정신적으로 크게 상처를 입고 사람이 너무 무서웠어요. 교육청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 민원과 투서를 넣으려다 이미 난 상처를 입고 다쳤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나 싶었어요.내가 도망가야만 했죠. 도저히 그 학교를 다닐 수가 없어 전학을 가고 정신치료도 받으며 견뎌내고 잊기위해 노력했어요.
그 뒤로는 세상과 문닫고 치유에만 신경쓰며 지냈구요. 이런 사람이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감정을 느끼고 감동을 받았다는 것에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며 눈물이 흐르고 헛구역질도 났어요. 그런것도 모르면서 응원하고 사랑을 주는 대중들에게도고 괜한 원망과 분노를 느끼기도 했구요.

맞아요. 그 시절 그 친구와 그 친구들은 철없이, 생각없이 그럴 수 있었을거에요. 하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당신이 장난삼아 던진 돌이 한 사람의 학창시절과 인생에 엄청난 아픔을 주고 트라우마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면 좋겠어요. 이번기회에 이걸 뼈져리게 느끼고 경각심을 확실히 갖고 배웠으면 좋겠어요. 훗날 본인의 자녀 혹은 가족에게 절대 그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교육하여 나같은 사람이 다시는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어요.

그 시절 나에게나 하던 언행과 조롱 비웃음을 난 살아서도 죽어서도 용서 할 생각이 없습니다. 사과를 하겠다해도 만날 생각도 없고 진심이 느껴지지도 않을것 같습니다. 지금에야 많은 대중에게 노출이 되어 큰일났다고만 생각들테니 말이에요.
만나서 사과하겠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마세요. 이런 밴드가 내가 사는 지역의 홍보대사가 되고각종 공중파 방송과 광고, 음악패스티벌, 길거리, 카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나에겐 정말 큰 고통이고 다시 악몽이 시작되는것 같아서 많이 힘이들어요. 이제 나이가 든 성인이지만 그땐그랬지 하며 넘어 갈 수가 없는게 이런 트라우마 같아요. 이런 내 자신도 참 나약하구나 싶고 미워지네요.

내가 바라는건 평생 뼈저리게 반성하며 이런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노력해주세요. 이 글을 보고 억울함을 느끼나요? 본인은 주범이 아니라 한 무리의 종범이었다 말하고 싶은가요? 아니요. 그렇지 않다는건 본인이 제일 잘 알거에요.

그리고 2010년 2월즈음, 마지막으로 이매동 근처 모 교회에서 마주쳤던걸 기억하나요? 그때 인륜적인 도리를 다하고 사과라도 했다면 내가 이런 글을 적을일도 없었을거에요. 제 이름을 부르며 아는척 친한척 했을때 너무 위선적이었어요. 그래서 그때의 난 또 다시 도망을 갔어요. 무서웠거든요. 이 글이 너의 현재와 미래에 어느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지 만남을 아프게한 과거를 가지고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걸 깨우치면 좋겠어요. 너 스스로도 잘 알거에요. 내가 당하고 받은 아픔을 과장없이 적은 이 글에 대해 어떠한 반박도 할 수가 없다는걸.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작은 존재일뿐인 내가할 수 있는건 아픈 과거와 상처를 한번 더 상기시켜며 이렇게 글을 적는것 뿐이네요. 어디에 말을 해야 할 지 관심종자로 보여 전하고자하는게 퇴색되진않을까 고민하다가결국 판에 글을 적게 됐네요.

이런 제 모습도 스스로 부끄러워지구요.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 간다고 하죠.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이제 남는건 볼품 없을, 부끄러운 자신만 남겠네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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