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인도 사과'…고향은 인도 아닌 미국

입력 2019-07-25 18:03   수정 2019-07-26 03:03

안효주 기자의 안물안궁


美 인디애나 출신 선교사가 전파
인디애나를 인도로 오역한 명칭
40년 前 흔해…후지에 밀려 사라져



[ 안효주 기자 ] “인도 사과 먹어봤어? 그거 요새는 왜 안 파는지 한번 알아볼래?”

갑자기 떨어진 부장의 지시. 그게 무엇이며 어디서 찾으라는 것인가. 인도에 가란 얘기도 아니고. 난생처음 들어본 ‘인도 사과’. 코끼리가 먹는 건가, 이런 생각도 했다. 알아보니 옅은 초록빛에 단단한 과육, 시큼함 없이 단맛이 가득한 사과 품종이었다. 30~40년 전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40~50대나 알 만한 과일이다. 그때는 다른 사과보다 비쌌다고 하는데.

인도 사과(사진)가 자취를 감춘 이유는 단순하다. 품종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다. 인도 사과를 밀어낸 건 일본에서 건너온 새빨간 ‘후지 사과’다. ‘부사’라고도 한다. 후지는 1970년대 초반 국내에 들어왔다. 현재 전체 사과 재배 면적의 70%를 차지한다. 창고에 오래 저장해도 쉽게 무르지 않아 인기를 얻었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키우는 품종이다. 국내에서 후지 다음으로 많이 기르는 사과 품종은 홍로(13~14%)다.

사라진 것은 인도 사과뿐만 아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입맛 따라 열 종류도 넘는 사과를 골라먹을 수 있었다. 국광, 골든 딜리셔스(골덴), 스타크림슨 등 다양한 사과가 있었다. 그러나 후지의 단맛과 씹는 맛, 풍부한 과즙, 월등히 뛰어난 저장성에 밀려 과수 농가로부터 외면받게 됐다. 홍옥, 세계일, 스타킹…. 이 품종들 역시 지금은 이름만 남았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사과를 맛보게 된 건 역사가 길지 않다. 한반도에 현대판 서양식 개량 사과가 소개된 건 1900년대 경이다. 당시 서양에서 개신교 선교사들이 들고 왔다. 그전까지는 ‘능금’이라는 과일을 먹었다. 자두처럼 생긴 능금은 사과의 친척쯤 된다. 시큼하고 떫은맛 때문에 능금도 사과에 밀렸다.

참고로 인도 사과는 인도 출신이 아니다. 미 대륙에서 건너왔다. 인도 사과를 가져온 선교사의 고향이 미국 인디애나주인데, 일본인들이 인디애나를 인도로 오역해 이런 명칭이 붙여졌다는 게 정설이다.

사과 품종에 관한 얘기 하나 더. 역사적으로 세상을 바꾼 세 가지 사과가 있다고 한다. 에덴동산에 있던 이브의 사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 그리고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과. 첫 번째 사과는 품종을 확인할 길이 없다. 나머지 두 개는 품종이 뭘까? 뉴턴의 사과는 ‘플라워 오브 켄트’ 품종이다. 애플 로고의 사과는 애플 컴퓨터인 매킨토시, 줄여서 ‘맥’과 이름이 같은 ‘매킨토시’ 품종이다.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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