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ㅣ배성우X성동일 '변신' 강렬하지만 뻔한 공포

입력 2019-08-14 13:47  



익숙한 상징들의 연속이다.

'변신'은 시작부터 익숙하다. 까마귀가 가득한 구마 의식 현장, 거기에 라틴어 기도문을 외는 구마 사제와 광기를 보이는 소녀의 모습은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여러번 보았던 장면이다.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세웠던 마귀는 자신에게 구마 의식을 행했던 구마 사제 중수(배성우)에게 "너 뿐 아니라 너희 가족까지 파멸시키겠다"는 저주를 퍼부으며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소녀의 죽음으로 "살인범" 누명까지 쓰고, 트라우마를 갖게 된 중수와 그에 대한 소문 때문에 오랜 보금자리를 떠나야 했던 중수 형 강구(성동일) 가족이 아무도 낙찰받지 않던 집을 경매로 들어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떻게 이런 집이 그동안 낙찰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하며 만족감을 보이던 가족들은 밤마다 들리는 의문의 소리 때문에 옆집과 갈등을 빚게 된다. 여기에서 공포영화의 제1법칙인 '낯선 곳에 홀로 들어가지 마라'가 시행된다.

의문스런 옆집 사내는 자신의 거처를 허락도 없이 들어온 강구에게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강구 역시 그의 집에서 보이는 의문스러운 사체들, 여기에 밤늦게 이어지는 섬뜩한 소리에 불만을 제기하며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강구 가족의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간혹 티격태격했지만 누구보다 가깝다고 느꼈던 가족들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고, 이상행동을 벌인다. 그리고 결국 낯선 존재는 가족으로 변신한 누군가라는 것을 깨닫고 공포에 떨게 된다.

새로 이사한 집, 수상한 이웃, 이상하게 변하는 가족들은 기존의 오컬트 장르에서 빈번하게 봐왔던 소재들이다. 익숙한 소재의 사용은 관객들의 몰입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긴장감을 늦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공존한다. 그것이 반전이 생명인 오컬트 장르라면 더욱 치명적이다.

다만 악귀가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며 가족들을 교란시키고, 이들의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부분은 '변신'만의 시도로 꼽힌다. 딸을 야릇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돌변해 장도리를 휘두르던 아빠, 분노의 칼질을 하던 엄마, 막말을 하는 딸 등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는 악마가 가족들을 공포로 몰아 넣는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변신 귀신의 정체를 알고 이에 대응하는 가족들의 모습마저 판에 박힌 기존의 공포물을 답습한다.

초반부 흥미를 끌었던 설정들도, 관객을 깜짝 놀라게 했던 몇몇 장면들도, 구마 사제 삼촌 중수가 집으로 돌아오고, 마귀의 정체를 추적하는 과정이 진행되면서 기운을 잃어 버린다. 마지막 반전 마저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벌어진다.



맥빠진 후반부를 멱살잡고 끌고가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포스터를 뚫고 나왔던 배성우와 성동일의 반전 눈빛, 처절했다가 섬뜩했다가 단숨에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장영남과 '변신'을 통해 더욱 주목받을 김혜준, 조이현 등 신예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검은사제들'과 '곡성', '사바하'까지 잘 만든 오컬트 영화들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높아진 관객들의 수준을 채우기엔 '변신'은 아쉬움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오는 21일 개봉. 러닝타임 113분. 15세 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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