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에…모델하우스·조합 총회 '불똥'

입력 2020-02-04 17:17   수정 2020-02-05 03:0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하면서 부동산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확진자가 늘어나자 모델하우스 개관을 준비하던 단지들이 속속 일정 재조정에 들어갔다. 총회를 앞두고 있는 재개발·재건축조합엔 비상이 걸렸다.


2만 가구 일정 밀리나

4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이달 서울 마곡동에서 분양할 예정이던 ‘엠밸리9단지’의 분양 일정이 연기됐다. 당초 5일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이번주 모델하우스를 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한 영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방문객 사이에서 2·3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일정 연기를 결정했다”며 “추이를 지켜본 뒤 이달 말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간 건설사들이 공급하는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경기 수원에서 분양할 예정이던 ‘매교역푸르지오SK뷰’의 경우 모델하우스 개관 일정이 취소됐다.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SK건설은 오는 14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할 예정이었지만 아예 문을 열지 않기로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분양 일정은 유지하되 사이버홍보관으로 관람을 대체할 예정”이라며 “향후 계약자들에 한해 모델하우스 관람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에서 분양할 예정이던 ‘청라힐스자이’는 일정을 미뤘다. 이 단지는 당장 이번주 모델하우스를 열 예정이었지만 개관 일자를 21일로 2주가량 연기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연기된 일정도 아직은 잠정적”이라며 “인허가 일정이 지연되는 데다 병이 확산하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단지들의 일정도 불확실하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분양을 계획하던 단지는 2만3296가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첫 환자가 나온 인천에선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와 ‘힐스테이트부평’ 등 2개 단지가 분양을 대기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송도는 분양 일정을 1주일 정도 미루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두 단지 모두 이달 28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충남 금산에서 ‘e편한세상금산센터하임’ 분양을 준비 중인 삼호 관계자 또한 “사태가 심각해지면 1~2주일가량 미룰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곳도 늘고 있다. 부산에서 이달 말~다음달 초 분양을 준비 중인 ‘쌍용더플래티넘’의 경우 모델하우스에 의사가 상주하고 구급차도 대기할 예정이다. 열 감지기를 설치해 입장하기 전부터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방문객은 병원으로 후송할 계획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인근 의료기관과 연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2·3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장 방역과 직원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약 공백 한 달…조합도 ‘비상’

분양 일정이 줄줄이 밀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청약시장은 사실상 한 달 이상 개점휴업하게 됐다. 지난달 중순부터 인터넷청약 대행기관을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작업이 이뤄진 데다 설 연휴까지 겹친 영향이다. 민간 아파트 청약은 지난달 8일 검단신도시에서 ‘파라곤센트럴파크’가 1순위를 접수한 게 마지막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부동산시장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회를 준비하던 재개발·재건축조합들도 비상이 걸렸다. 의사결정을 위해선 반드시 총회를 열어야 하지만 많게는 수천 명이 한 곳에 운집하다보니 자칫 병이 확산되는 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던 2015년에는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총회에 감염자가 참석하면서 조합이 발칵 뒤집힌 사례가 있다. 당시 총회에 참석한 1565명이 자가격리 조치됐다.

신반포2차는 조합설립총회 일정을 15일에서 29일로 미루기로 했다. 이곳은 다음달 2일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하지 못하면 일몰제를 적용받는 재건축 사업장이다. 2012년 1월 31일 이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승인된 추진위원회는 다음달 2일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하지 못하면 서울시가 직권으로 구역해제를 할 수 있다. 신반포2차 추진위는 2003년 승인을 받았다. 추진위 관계자는 “총회 준비 작업 등으로 일정을 다소 조정했다”며 “일몰이 걸려 있어 더 이상 미루긴 힘들다”고 전했다.

갈 길이 바쁜 조합들은 일단 일정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신반포4지구는 이달 13일로 예정된 총회를 그대로 열기로 했다. 이날 이주 계획이 확정돼야 5월부터 이주를 시작할 수 있어서다. 김학규 조합장은 “여러 각도로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감염이 의심되는 조합원들에겐 참석 대신 서면결의 등을 통해 총회 안건 찬반 여부를 밝히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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