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 품은 '네오클래식'으로 첼로의 새 매력 들려줄 것"

입력 2020-07-19 18:21   수정 2020-07-20 00:23

“첼리스트로서 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정표를 세우는 공연입니다. 보통 클래식 독주회는 500석 규모 공연장에서 열지만 더 많은 관객과 호흡하기 위해 2000석이 넘는 롯데콘서트홀을 골랐습니다.”

첼리스트 홍진호(35·사진)가 다음달 1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주로 오케스트라가 공연하는 음악홀인 롯데콘서트홀에서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협연자와 함께 일반적인 리사이틀과는 다른 색다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관객이 들었을 때 낯설지 않고 동시에 진부하지 않은 곡들을 들려줄 것”이라며 “‘네오클래식’ 연주자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홍진호는 지난해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밴드’의 우승팀 ‘호피폴라’ 멤버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4인조 크로스오버 밴드 호피폴라는 당시 브리티시팝, 일레트로닉댄스뮤직(EDM) 등 다양한 장르의 원곡을 편곡한 독특한 연주로 인기를 끌었다.

홍진호가 첫 단독 콘서트에서 연주하는 곡도 대부분 클래식 음악을 대중친화적으로 바꾼 네오클래식 작품이다.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이 이조르니’, 마크 서머의 ‘줄리오’ 등 15곡을 들려준다. 이른바 ‘정통 첼리스트’ 독주회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작품들이다.

네오클래식은 영화음악이나 콘셉트 앨범 등으로 진입장벽을 낮춰 더 많은 관객이 클래식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한다. 최근 미국 빌보드 클래식 차트에서 ‘역주행 1위’에 올라 화제를 모은 이루마가 국내 대표적인 네오클래식 음악가다. “클래식 공연이라고 해서 딱딱한 분위기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인 다니엘 호프도 보컬을 넣거나 미리 녹음된 반주를 틀며 실험적인 시도를 했습니다. 관객들이 이번 공연에서 네오클래식의 매력을 느끼길 바랍니다.”

홍진호는 이번 공연의 대표곡으로 ‘거울 속의 거울’과 ‘줄리오’를 꼽았다. 각각 1부와 2부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 “‘거울 속의 거울’은 잔잔하고 편안한 선율이 특징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관객을 위로하는 의미에서 선곡했습니다. 첼로 한 대만으로 연주하는 ‘줄리오’는 줄을 손으로 튕기는 ‘피치’와 활로 줄을 매끄럽게 쓰는 ‘글리산도’ 등 다양한 기법으로 연주해야 합니다. 첼로의 다채로운 음향을 감상할 수 있죠.”

홍진호는 ‘슈퍼밴드’에 출연하기 전 약 12년 동안 정통 클래식 연주가로 활동했다. 서울대 기악과를 졸업한 그는 독일 뷔르츠부르크 음대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독일 멘델스존 콩쿠르, 프랑스 그랑프리 비르투오소 콩쿠르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어릴 때는 그저 심사위원들을 만족시키려고 했어요. 관객을 위해 첼로를 켜고 싶어 한국에 돌아왔지만 대중은 클래식을 외면했죠. 정통을 고수하려다 보니 변화 속도도 느렸고요. 정작 본고장인 유럽에선 EDM 등 다양한 장르와 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콘서트 이후에도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등산로 입구나 전통시장 등 사람이 모여드는 곳에 찾아가 음악회를 열려고 합니다. 클래식 선율을 듣고 좋아하는 분이 많아져 저변이 확대되면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겠죠. 하하.”

글=오현우/사진=김영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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