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스미스가 살아있다면…경제사상가에게 듣는 '위기 해법'

입력 2020-08-27 17:32   수정 2020-08-28 11:37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과 미국 정부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를 재조정하려는 시도를 했다. “정부는 오직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을 왜곡시킬 뿐”이라고 주장한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는 이에 대해 무슨 말을 했을까.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연구원이자 런던비즈니스스쿨 경제학 교수인 린다 유는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대담한 제안》에서 지난 2세기에 걸쳐 현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경제학자들을 소환해 지금의 세계 경제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애덤 스미스부터 데이비드 리카도, 카를 마르크스, 앨프리드 마셜, 어빙 피셔, 존 메이너드 케인스, 조지프 슘페터,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조앤 로빈슨, 밀턴 프리드먼, 더글러스 노스, 로버트 솔로까지 경제학사에 한 획을 그은 경제사상가 12인의 생애와 이론을 되짚어보며 경제 위기를 극복할 혜안을 찾는다.

저자는 먼저 ‘정부가 경제를 재조정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답할 적임자로 스미스를 부른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결정 기능을 주창한 경제학자다. 저자는 “스미스는 정부가 근본적으로 경제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국가의 경제적 영향력이 형성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스미스는 당시에도 시장 효율성 증진을 위한 정부의 규제와 정책은 적극 지지했다. 이런 입장을 바탕으로 저자는 자유시장 경제를 이끌었던 제조업에 대한 호감과 정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한 혐오감을 가진 스미스가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균형점을 탐색한다.

스미스에 이어 영국과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리카도의 국제무역 이론이 등장한다. 자유무역은 국가가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제품을 특화해 생산, 수출함으로써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비교우위론’을 정립한 리카도에 의해 꽃을 피운다. 저자는 세계 무역 시스템이 리카도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꼬리를 물며 질문한다. 미국과 영국처럼 수입품 가치가 수출품 가치를 능가하는 무역 적자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는 국가에서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에 관한 궁금증을 집중적으로 캔다.

저자는 “지금 영국은 서비스 부문에 특화하고 있으며 이것은 제조업 제품과는 다르게 교역재가 아니다”며 “이런 영국 상황은 교역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에서 오는 증상이기에 리카도는 크게 우려하진 않을 것 같다”고 단언한다.

‘코로나 실업’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불러오고 있는 이 시대를 케인스가 봤다면 어떤 해답을 내놨을까.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경제 성장과 완전 고용의 중요 동력인 공공 투자를 다시 한번 제안했을까. 저자는 “케인스는 분명 당시와 마찬가지로 공공 투자의 증가가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광섬유망을 제공하는 이동통신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함으로써 민간기업인 이동통신사들의 미래 투자수익을 증가시켜주는 것을 제안했을 법하다”고 말한다.

그는 자본주의보다는 집산주의를 선호하며 시장경제를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봤던 마르크스에겐 소련의 붕괴와 시장 지향적 개혁을 선택한 중국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지 묻는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계승하며 시장의 자동 조정 과정을 통한 성장의 균형점을 찾으려 했던 마셜에겐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탈출할지에 대해 질문한다. ‘창조적 파괴’를 주창하며 기업가와 혁신가를 경제 성장의 중심에 두자고 한 슘페터에겐 생산성과 혁신을 증진하기 위해 오늘날 정부에 어떤 조언을 할지 답을 구한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오늘날 일상화된 ‘세계화’의 미래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독자들에게 묻는다. 그는 “제도가 경제 개발에 중요하다”고 주장한 노스의 이론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제도를 폭넓게 살펴보면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다른 국가는 빈곤한지 알 수 있다” “노스라면 ‘경제 제도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통해 경제 위기에 확실한 해법을 찾긴 어렵겠지만 더 나은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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