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 100만원 버는 아들에게 '20억 강남 아파트' 증여 논란

입력 2020-08-28 08:39   수정 2020-08-28 09:45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소재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은 총선 당시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아파트, 마포구 동교동 주택 등 3채를 보유해 신고된 부동산 재산만 76억여원이었다.

KBS는 27일 탐사보도를 통해 김 의원의 부인이 소유 중이었던 일원동 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개포루체하임'을 20대인 둘째 아들에게 증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여권 국회의원들의 다주택자 논란이 불거진 당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팔겠다고 했다.

하지만 취득세율이 올라가기 전 자녀에게 증여한데다, 임대차법이 시행되고서도 보증금 4억원을 올려 새로운 세입자를 들였다. 정부가 여당이 추진한 부동산법들을 피하면서 절세를 실현했다. 임차인과의 갈등을 빚을 필요없이 새로운 세입자를 통해 전세금을 올린 드문 경우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둘째도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니다. 아르바이트로 (월) 평균 100만 원 정도를 버는 걸 재작년부터 했다. 와이프가 둘째 명의로 (증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7·10대책 시행 이전…취득세 인상 전, 20억 아파트 증여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아들에게 지난 7월 명의가 이전됐다. 이 아파트는 2016년 김 의원의 부인이 9억7900만원에 분양받은 아파트다. 2018년 11월에 준공된 이 아파트는 2년도 되지 않아 분양가 대비 시세가 두배로 뛰었다. 현재 시세는 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증여 시점이다. 조정대상 지역 3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취득세율을 대폭 인상하는 내용이 들어간 7·10 부동산 대책 발표 나흘 후였다. 취득세법 인상이 포함된 법안은 지난 12일부터 시행됐다. 이전에 증여가 이뤄졌다면 취득세 절감효과가 있다.

다주택자인 김 의원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둘러싼 다주택 논란이 나오던 올해초 "실거주용 아파트 1채를 제외한 나머지 1채를 지난 4월 이미 매물로 내놨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물로 내놓기는 커녕 증여와 절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집을 처분하게 됐다. 약 6억원으로 추정되는 증여세를 김 의원의 말대로 소득이 낮은 아들이 어떻게 감당할지도 미지수다.

김 의원의 이러한 행보는 다른 다주택들과도 다르지 않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1만4153건으로 전달(6133건)의 2.3배에 달했다. 전국적으로 증여 건수가 1만건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은 3362건으로 6월(1473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7·10대책에서 내놓은 세금 중과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많았던 탓이다.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3.2%에서 6.0%로 대폭 인상하고 양도세율도 대폭 올렸다. 일정 가액 이상을 증여하는 경우에도 취득세율을 12%까지 적용하는 지방세법 개정안까지 포함됐다.
절묘한 시기에 전셋값 인상… 이전 임차인 6개월전 계약종료
KBS가 의문을 제기한 부분은 전세계약도 있다. 아들이 증여받은 이 아파트는 지난 12일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6억5000만원에 세들어 살던 세입자는 계약종료 6개월 전에 나갔고, 새로운 세입자는 10억5000만원에 들어왔다. 2년도 되지 않아 4억원 가량 보증금을 올리게 됐다. 이 보증금은 분양가를 웃도는 수준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세입자는 그쪽에서 먼저 사정이 생겨서 나가야겠다고 했다. 올렸다는 표현이 어찌 보면 맞지 않는다"며 "시세대로 받은 거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포함한 임대차법이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됐다. 2년 전세계약을 맺더라도 세입자는 2년을 더 요구할 수 있다. 여기에 계약을 갱신할 때 5% 이상 올려선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야 한다.

때문에 최근 몇년동안 새 아파트의 잔금마련을 위해 낮은 가격에 세입자를 들인 집주인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새 아파트에 들어간 세입자들은 4년동안 거주 보장을 받게 되면서 좀처럼 집을 빼지 않고 있다. 강남 일대에서는 전세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대치동의 A공인 관계자는 "세입자가 무슨 사정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세입자더라도 강남 새 아파트에 2년도 거주하지 않고 나간다는 건 흔치 않은 경우다"라며 "집주인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4년까지 거주가 가능한데 집을 뺐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의아해했다.

한편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1대 국회의원들의 재산 현황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 초선 의원 가운데 18명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18명 중 윤미향 의원과 함께 비례대표 의원으로 다주택자 목록에 포함됐다. 김 의원의 부동산 재산은 동교동 단독주택, 일원동 및 반포동 아파트를 포함해 약 7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김의원은 "선친에게 상속받은 동교동 사저는 박물관 등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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