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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품 한물간 줄 알았는데"…中서 뜻밖의 '대반전' 나왔다

박승원 기자

입력 2026-10-08 06:00  

"한국 제품 한물간 줄 알았는데"…中서 뜻밖의 '대반전' 나왔다



중국 최대 소비 대목으로 꼽히는 국경절 '골든위크'에도 중국인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중국 소비의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건데 이런 가운데서도 거스르는 제품이 있다. 바로 K뷰티다.

최근 중국으로 향한 한국 화장품 수출이 1년 전보다 70% 넘게 급증하면서 한동안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중국시장이 다시 K뷰티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지 주목되고 있다.

▲"사람은 많은데 돈은 안 쓴다"…씨티가 본 中 골든위크

8일 금융투자업계와 뷰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 씨티는 중국 국경절 연휴 초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 활동이 '기대 이하'라고 평가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국경절 연휴에 들어갔다. 중국 본토 금융시장도 이 기간 문을 닫고 이날 거래를 재개한다.

씨티가 주목한 것은 '사람 수'와 '소비액'의 괴리다. 연휴 기간 관광지 등을 찾는 방문객과 유동인구 자체는 비교적 견조했지만, 여행객 한 명이 실제 관광과 소매 부문에서 지출하는 돈은 약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인들이 여행은 가더라도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돈을 쓰지는 않는 이른바 '가성비 소비'가 국경절 황금연휴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장기화된 부동산 침체와 고용 불안, 미래 소득에 대한 우려 등이 소비심리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골든위크 소비 성적표는 중국의 4분기 내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뜻밖의 대반전…K뷰티는 76% 뛰었다

중국 소비 전반의 부진과 달리 K뷰티의 성적표는 정반대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월1일부터 20일까지 중국으로 수출된 한국 화장품은 1억9,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2% 급증했다. 한 달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무려 193.1%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 향한 화장품 수출액은 1억4,900만달러였다. 9월 들어 중국이 미국을 다시 앞선 셈이다. 20일간의 수출 실적만 놓고 봐도 2024년 10월 이후 월간 기준 최고 수준이다.

중국향 K뷰티 수출은 올해 5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 5월 1.2%로 플러스 전환한 뒤 6월 31.0%, 7월 18.9%, 8월 1.7%를 기록했다. 여기에 9월 들어 증가 폭이 76.2%까지 치솟은 것이다.

교보증권은 9월 한 달 중국향 화장품 수출액이 약 2년만에 2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립·아이섀도 쓸어담았다…색조 수출 '6배'

이번 중국향 수출 급증은 기초 화장품이 아니라 '색조 화장품'이 사실상 주도했다. 9월 1~20일 중국으로 수출된 한국산 색조 화장품은 9,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배 이상으로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초·선케어 제품은 9,600만달러로 전년보다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한국산 색조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한 달 만에 급변했다. 지난 8월 15.6%였던 중국 비중은 9월 1~20일 54.6%까지 치솟았다. 한국에서 해외로 나간 색조 화장품의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향한 셈이다.

다만 수출금액과 물량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같은 기간 중국으로 수출된 색조 화장품 중량은 238톤으로 전년보다 23.7% 증가했다. 수출액이 6배 이상 뛴 것과 비교하면 물량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단가가 높은 제품의 수출이 집중되면서 금액 증가율을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中서 색조까지"…K뷰티 수혜 범위 넓어진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중국에서의 K뷰티 시장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자는 한국과 피부톤, 메이크업 트렌드의 접점이 커 색조 제품을 직접 적용하기 쉽다"며 "서구권과 달리 중국에서는 색조까지 수혜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샤오홍슈에서는 한국 올리브영 쇼핑 리스트를 공유하는 콘텐츠가 확산하고 있다. 이미 릴리바이레드 '러브빔', 퓌 '푸딩팟', 웨이크메이크 섀도 팔레트 등 국내 색조 제품들이 중국 소비자들의 쇼핑 리스트에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와 달라진 점은 중국시장 재공략의 주체가 전통적인 대형 화장품 업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드 사태 이전 중국 K뷰티 시장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형 업체가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인디 브랜드들이 중국시장으로 들어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어성초 토너로 인지도를 높인 아누아는 지난 8월부터 세포라 중국을 통해 현지 시장에 다시 진출했고, 달바글로벌도 중국 법인을 설립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中 소비는 식었다는데 K뷰티는 왜?

뷰티업계에선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이 '무조건 싼 제품'에서 '가격 대비 확실한 효능과 트렌드'로 이동한 점이 K뷰티에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틱톡과 샤오홍슈 등 SNS를 통해 미국과 일본에서 유행한 K뷰티 제품이 중국 소비자에게 다시 소개되는 이른바 '글로벌 역수입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K뷰티가 중국에서 먼저 성공한 뒤 서구 시장으로 진출했던 과거와 달리 미국·일본·유럽에서 인지도를 쌓은 브랜드가 다시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 K뷰티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 수요까지 다시 붙을 경우 전체 성장의 폭을 키울 수 있다는 평가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중국시장 회복은 과거와 의미가 다르다"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안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 K뷰티가 다시 중국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리스크가 아닌 추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 K뷰티의 완전한 부활을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토종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진데다 '궈차오'로 불리는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9월 색조 수출의 경우 수출액과 물량 증가율의 차이가 큰 만큼 일시적인 고가 제품 출하 등의 영향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코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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