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정부는 제약 기업이 국내에서 원료를 직접 생산하는 경우, 약 가격을 더 쳐주고 있다. 원료 직접 생산에 따른 우대 정책이다. 예를 들어 복제약의 경우 오리지널에 비해 약가가 최근 45% 수준으로 낮아졌만, 해당 정책을 통해 우대받으면 약 68% 수준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서는 '실정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회사나 계열사에서 생산한 원료는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정책이 만들어진 이유는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을 유도하고, 의약품 공급망을 안정시켜 자급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원료의약품은 현재 대부분 인도와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비중은 80~90%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올해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등록된 원료의약품 93.4%가 수입산으로 밝혀졌다. 공급망 안정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 팬데믹이나 전쟁 등으로 원료의약품 수출입에 문제가 생기면, 특정 의약품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원료의약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해열제 등이 일시적으로 부족하기도 했다.
문제는 혜택을 보는 국내 제약 기업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완제품 제조사가 자신의 제조소에서 원료까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국내 제약 기업은 자회사나 계열사 등 별도 법인을 통해 원료의약품을 생산, 조달한다. 예를 들어 한미약품의 원료의약품은 한미정밀화학이, 종근당은 종근당바이오·경보제약, 유한양행은 유한화학이, 대웅제약은 대웅바이오 같은 식이다. 모회사는 소비자가 바로 살 수 있는 완제의약품을 만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서로 공장에 필요한 공정이 다르고, 취급 방법도 다르다보니 생산과 판매를 분리해 운영한 게 오래된 제약사들의 전통적 구조"라며 "자회사에서 만든 것 만으로 약가가 20%이상 깎이니 업계에서는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국가필수의약품이라면 국산 원료를 썼을 때 우대가 가능하며, 회사의 지배구조를 모두 파악하기 어려워 자회사 생산의 경우 인정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 약가 우대를 받기 위해 지분을 취득했다 정리하는 식의 악용 사례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원료의약품 공급망 안정을 위해서는 '해당 제도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완제품 제조사가 직접 원료를 만드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선희 의원은 "기업들의 악용 우려로 인정 범위를 축소했지만, 완제품 허가권자 자신의 제조소로 지나치게 제한했다"며 "현재 이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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