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의 새 산업분류체계 KRICS가 30일 적용됐다. 이에 따라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대상이 재편된다. 신규 편입 예상 종목에는 매수 기대가 붙고 있지만, 실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종목별로 차이가 클 전망이다.
KRICS는 국내 산업구조를 반영해 모빌리티를 독립 섹터로 신설하고 조선, 배터리,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을 세분화한 체계다. 삼성SDI는 정보기술에서 산업재로, SK와 LG는 산업재에서 정보기술로 분류가 바뀐다.
이 같은 변화는 지수 구성에도 영향을 준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은 산업군별 시가총액과 유동성 등을 고려해 구성종목을 선정한다. 소속 산업군이 달라지면 편입을 놓고 경쟁하는 기업과 업종 내 순위도 달라질 수 있다. 지수 구성종목이 바뀌면 이를 추종하는 ETF도 보유 주식을 조정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은 거래소의 자체 산업분류체계인 KRICS 도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지수를 63개로 집계했다. 이들 지수를 추종하는 ETF 자산은 약 88조1천억원이다. 오는 12월 정기변경에서 코스피200에 10개 종목이 편입되고 11개 종목이 제외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닥150은 편입과 편출이 각각 10개 종목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신규 편입을 가정한 ETF 매수 예상액은 파두가 약 1,086억원, 대한광통신이 1,028억원이다. 각각 시가총액의 4.6%, 4.8%에 해당한다. 코스피200 편입 후보인 대덕전자는 약 892억원, 일진전기는 323억원, 두산퓨얼셀은 268억원으로 추산됐다. 모두 지난 23일 주가와 ETF 보유자산 등을 바탕으로 계산한 예상치다.
거래가 적은 종목은 절대 금액이 작아도 수급 영향이 클 수 있다. 한국쉘석유의 예상 매수액은 약 65억원이지만 최근 20거래일 일평균 거래대금의 8.4배에 달한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5.4배, 에스에이엠티는 5.1배 수준이다.
업종별 지수를 추종하는 섹터 ETF에서는 이동 전후 자금 규모의 차이가 중요하다. 하나증권은 삼성SDI가 코스피200 정보기술 지수에서 빠질 경우 TIGER 200 IT 한 상품에서만 약 1,500억원의 매도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지난 26일 기준 순자산 약 1조9천억원과 삼성SDI 편입비중 8%를 적용한 계산이다.
반면 삼성SDI가 새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코스피200 산업재 지수의 추종 ETF는 규모가 훨씬 작다. 장치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산업재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한 종류이고 자산 규모도 약 66억원”이라며 “새로 편입되더라도 매도 쪽 규모가 훨씬 커 매도 압력이 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신규 편입에 따른 매수 효과도 추종자산 규모에 따라 제한적일 수 있다. 장 연구원은 LS일렉트릭과 HD현대마린솔루션을 코스피200 중공업 지수의 신규 편입 가능 종목으로 꼽았다. 다만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 자산이 약 1,780억원이어서 개별 종목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새로 ETF에 편입되면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TF 시장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거래소의 기존 섹터지수 외에 에프엔가이드나 NH투자증권 iSelect 등이 상품 콘셉트에 맞춰 설계한 지수를 활용하는 ETF가 성장하고 있다. 같은 업종에 투자하는 ETF라도 기초지수와 종목 선정 기준이 달라 거래소 산업분류 개편의 영향을 동일하게 받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IT 섹터로 분류된 ETF 자산을 약 2조5천억원으로 파악하고, 산업재에서 IT로 이동하는 SK를 가장 큰 순매수 대상으로 예상했다. 다만 섹터 조정은 내년 상반기 예정이라며 실제 조정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지금 자금 변동 규모를 추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지수 편출입이 예상되더라도 실제 결과는 다를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파두와 대한광통신이 과거에도 편입 요건을 충족하고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 편입 여부와 지수 변경 시점의 주가, ETF 자산 규모에 따라 실제 매매금액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지수 편입이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하나증권이 주요 국내 주식형 ETF의 과거 리밸런싱을 분석한 결과 신규 편입 종목은 변경 적용 전일 평균 5.3% 상승했지만,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산업분류 개편에 따른 매매 수요를 기업의 중장기 가치와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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