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신원확인 못한 말레이, '北에 더가까이 간' 中탓에 난감

입력 2017-03-03 09:55   수정 2017-03-03 10:18

김정남 신원확인 못한 말레이, '北에 더가까이 간' 中탓에 난감

베이징·마카오거주 유족 통제 中, 시신확인 요청에 '묵묵부답'

(쿠알라룸푸르·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김남권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이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지 18일이 지났지만 시신의 신원 확인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 김정남 유족이 말레이시아를 찾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북한을 편드는 듯한 중국의 행보를 볼 때 신원확인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작아졌다.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은 3일 현재까지 김정남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이나 공식 발표를 할 때 김정남을 여권 기재명인 '김 철'(Kim Chol)로 부르고 있다.

말레이 당국이 피해자를 김정남으로 특정하지 못하는 건 공식적인 신원 확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원 확인을 빼고는 수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말레이 사법당국은 범행에 가담한 외국 국적의 여성 용의자 2명을 기소했다. 유일하게 체포된 북한 국적 용의자 리정철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는 하지 않은 채 추방하기로 했다. 암살에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된 VX가 쓰였다는 수사결과도 발표했다.

북한 용의자 4명은 이미 말레이시아를 떠나 북한에 입국한 상황이라 정확한 배후나 동기 등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건은 대충 마무리되는 분위기지만 핵심인 시신의 신원 확인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았다.

사건 발생장소인 공항에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시신 배꼽 위 '잉어 낚는 남자' 문신 보도 등은 피살자가 김정남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사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다가 탈락한 '비운의 황태자'로서 수년 동안 외국으로 떠도는 '낭인' 생활을 해온 탓에 미국·일본 등 여러나라 정보당국에서 그의 DNA 샘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다.

말레이 당국으로서도 김정남이 묶었던 호텔과 식사했던 음식점 등을 상대로 조사했다면 머리카락 등을 수집해 이미 DNA정보를 확인해 문제의 사망자가 김정남임을 확인했을 수 있다.

문제는 김정남 암살 사건이 국제적인 핫이슈로 떠올랐고, 북한이 사망자가 '김철'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선 공식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족이 나타나지 않고 북한도 강력히 부인하는 상황이라 말레이의 공식 수사 자료엔 피해자가 '김정남'이 아닌 '김 철'로 남을 수도 있다.

북한 당국을 통한 신원 확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건의 배후로 유력한 북한은 김정남을 자국의 국민이라 칭하며 암살 사건의 물타기에 주력하고 있다.

말레이 당국이 사건 초기 시신 인도의 우선권이 북한이 아닌 유족들에게 있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신원 확인 기대감은 높았다.

마카오에 있는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시신 인도를 위해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공식적인 신원 확인을 위해선 김정남 유족과의 DNA 대조가 필요하지만 유족 측의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도 김정남처럼 신변의 안전을 걱정하며 숨어 지내야만 해서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남의 본처 신정희와 아들 김금솔은 현재 중국 베이징에, 후처 이혜경과 한솔·솔희 남매는 마카오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이 시신 확인을 하려고 움직이려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은 김정은에게 밀려 해외를 떠돈 김정남의 신변을 그동안 보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최근 북한 쪽에 한 발 더 다가선 모습을 보이면서 김정남 유족들의 시신 인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은 사건 초기 김정남 피살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다 최근 북한 쪽으로 돌아섰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의 중국 방문이 분위기 전환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일 중국 정부 초청으로 방중한 리길성 부상을 만나 "전통적인 중북 우호 관계를 견고하게 하는 것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정남 암살과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중단 등 악재에도 중국이 '혈맹'인 북한과의 관계를 나쁘게 가져갈 수 없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국 배치를 놓고 한국과의 관계가 극도로 나빠진 상황에서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말레이시아 입장에서도 중국의 태도가 중요한 변수다.

화교 자본이 지배하는 말레이시아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입김이 대놓고 무시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말레이 경찰은 지난달 19일 시신 인도의 유가족 우선 방침을 밝힐 때 2주라는 시간을 제시했다. 가족이 2주 안에 나서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고려할 것이란 입장도 덧붙였다.

김정남의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지키고 싶어 할 유족에겐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kong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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