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복면질식사' 경찰이 두려워한 것은 동영상의 존재였다

입력 2020-09-16 22:17  

'흑인 복면질식사' 경찰이 두려워한 것은 동영상의 존재였다
수뇌부가 나서 조직적 은폐 시도…5개월만에 알려져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흑인 남성 대니얼 프루드의 '복면 질식사' 사건 이후 담당 경찰서는 수뇌부가 나서 조직적 은폐를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사건이 발생한 뉴욕주 로체스터시 경찰서의 이메일 등 내부 자료들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 6월 초 로체스터 경찰서의 한 간부는 라론 싱글터리 당시 서장에게 프루드 유족의 변호사에게 사건 당시 보디캠 영상을 공개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잘못된 인식을 하게 된 지역사회 내부에 적대감을 불러일으켜 폭력 사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경찰에 목을 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때문에 복면 질식사 사건이 더 큰 주목을 받게 되리라는 것도 우려했다.
이 같은 부하의 권고 이메일에 싱글터리 당시 서장은 즉시 "완전히 동의한다"는 답장을 보냈다.
이후 경찰은 조직적인 은폐에 나섰다.
NYT는 사망 당시 상황을 기록한 최초 보고서의 '피해자 유형'에는 프루드가 '일반인'이라고 기록됐지만, 다른 경찰이 붉은 펜으로 "용의자로 만들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경찰 수뇌부는 프루드 사망 당시 경찰관이 착용한 보디캠 영상을 보여달라는 유족의 요구를 각종 이유를 대면서 거부했다.
아직 검찰이 사건을 종결하지 않았다면서 '수사 중인 사건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중에는 영상에 사망 당시 나체였던 프루드의 적나라한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고, 업무가 밀려 보디캠 영상 공개가 늦어진다는 변명도 했다.
"영상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고, 비공개를 전제로 보여주기만 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족의 끈질긴 요구에 결국 동영상이 공개됐다. 프루드 사망 후 5개월여만이었다.
경찰이 걱정한대로 프루드의 사망 장면은 대중의 분노를 촉발했고, 조직적 은폐를 지시한 싱글터리 서장은 지난 8일 사임했다.
한편 NYT는 이달 초 일반에 공개된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한 경찰관이 복면을 씌운 프루드의 머리를 양손으로 68초 이상 눌렀다고 보도했다.
영상 속의 프루드는 "머리를 밟지 마"라고 외쳤다. 경찰관이 팔굽혀펴기하는 자세로 양손에 체중을 최대한 실어 프루드의 머리를 눌렀기 때문에 경찰이 자신의 머리를 발로 밟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ko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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