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계 대부' 이철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정신질환 조기 치료로 사회적 낭비 줄여야"

입력 2017-02-22 17:46  

울산대 총장 거친 원칙주의자
정주영 회장 개척정신 전파
"국민정신건강 파수꾼 될 것"



[ 이지현/임락근 기자 ] “정신질환 치료를 꺼리는 인식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치료를 늦게 시작하면 의료비용도 많이 듭니다. 이런 사회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국내 정신건강의학계 대부로 꼽히는 이철 국립정신건강센터장(사진)은 “정신건강 관련 공익사업 등을 하고 있는 센터를 4~5년 내 진료, 연구, 사업 등을 모두 망라하는 국내 최고 기관으로 바꿔가겠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개척정신을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 등에 전파한 의사다. 1989년 서울아산병원 개원 멤버로 교육부원장을 지내며 교육 시스템의 기반을 닦았다. 이후 울산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병원장, 울산대 총장을 역임했다.

이 센터장이 정 명예회장의 인사 청탁을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서울아산병원에 부임하던 해에 “의사 한 명을 전공의로 입사시켜 달라”는 정 명예회장의 부탁을 받았다. 하지만 고심 끝에 “전공의 입사는 대학 입학과 같다. 공정한 룰을 지켜야 한다”며 거절했다. 정 명예회장도 이 같은 뜻을 존중해줬고 이후 관련 청탁은 뚝 끊겼다.

원칙을 중시하는 그의 이력 덕분에 지난해 10월 이 센터장의 취임은 의료계에서 화제가 됐다. 센터에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공공기관 특성 때문인지 예산과 인력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고 의사 결정한 뒤에도 집행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센터가 꾸준히 발전해온 것처럼 앞으로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정신건강 상태를 개선해 행복을 전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취임한 지 4개월밖에 안 됐지만 이미 여러 정신건강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국가 재난 상황이 생기면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심리위기대응팀’도 꾸렸다. 그는 “센터가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담당할 것”이라며 “중앙부처와 300여개의 지방자치단체 정신보건증진센터 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교육 연구 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센터장은 “센터가 매년 4~5명의 전문의를 배출하고 있어 10년이 지나면 센터에서 수련받고 전문의를 따는 의사가 40~50명이 될 것”이라며 “이들이 정신건강 분야에서 공익적인 역할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고 말했다.

1962년 국내 첫 국립정신병원인 국립서울병원으로 시작한 센터는 올해 개원 55년을 맞았다. 병원 창문마다 있던 쇠창살이 없어진 데다 약 중심의 치료가 심리치료 등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국민의 정신건강이 개선되지 못했다는 게 이 센터장의 판단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사람은 적다. 이 센터장은 “‘의지나 노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놔두면 저절로 좋아진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치료를 미룬다”며 “정신질환을 수치스럽게 생각해 숨기거나 멀리하는 태도가 편견을 만든다”고 했다. 그는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며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나 치료받으면 분명히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현/임락근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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