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김중수의 변심인가·금통위의 반란인가>(종합)

입력 2013-05-09 15:32  

<<금통위 결정이 6:1이었다는 점 반영, 전문가 의견과 김총재 리더십 관련 내용 추가>>어느 쪽이든 임기 말 리더십에 부담

김중수 총재의 변심인가. 금융통화위원들의 반란인가. 9일 예상을 깨고 한은이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배경은 두 가지 가능성으로 나뉜다.

김 총재는 최근 강한 금리동결 메시지를 줬다. 그럼에도 금통위가 이날 금리를인하한 것은 나머지 금통위원들이 김 총재에 반기를 들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른바 금통위원의 난이다. 대세가 인하 측으로 기울자 김 총재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는 해석이다.

김 총재가 변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주중앙은행이 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으로 내리는 등 경제환경은 이달 들어서도 급변했다. 김 총재는 "매달 입수가능한 모든 정보를 참고해 결정을 내린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해왔다.

이날 금리결정회의에서 7명의 금통위원 중 동결의견은 1명에 그쳤다. 김 총재는"소수의견은 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 김중수 마음 바꿨나 이달 초 시장은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7일 금융투자협회가채권운용관련 종사자 202명을 조사한 결과 71.3%인 144명이 동결을 예상했다.

이는 김 총재가 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한 금리동결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7월, 10월 내린 0.5%포인트도 굉장히 큰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 것인가"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강력한 금리 동결 신호로 받아들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김 총재의 발언 하루 만에 0.09%포인트나 뛴 2.56%까지 치솟았다.

물론 그는 출구도 만들어놨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김 총재는 "이달엔 동결하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나 매월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 만큼 경제상황 변화에적절하게 대처하는 유연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총재의 뉴델리 발언은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김 총재가 마음을 바꿨다면 이는 대외환경 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일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호주중앙은행도7일 2.75%로 0.25%포인트 내렸다. 둘 다 사상 최저다.

인도 중앙은행 역시 이달 0.25%포인트, 덴마크는 0.10%포인트 내렸다. SK증권[001510] 염상훈 연구원은 "바깥 동네가 금리를 내리면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상대적긴축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비둘기파, 금통위 전복 성공했나 지난달부터 일각에선 조심스레 '금통위의 반란' 가능성을 점쳤다. 4월 금리를동결하며 인하와 동결 의견이 3대 4로 팽팽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달에도 인하를 주장했던 하성근(금융위원장 추천) 위원에 정해방(기획재정부 장관 추천), 정순원(대한상의 회장 추천) 위원이 가세한 결과다.

이들 비둘기파(완화론자)들은 현재 물가가 충분히 낮은 수준인데다 금리를 내리는 것이 경기부양을 위한 최적의 정책조합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박원식 부총재(당연직), 문우식(한은 총재 추천), 임승태(은행연합회장추천) 위원은 매파(긴축론자)적 시각을 내보였다. 경기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는데다금리 인하가 추가 경기부양에 도움이 될지도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인하와 동결이 3대 3으로 맞서자 김 총재가 마지막에 동결 측에 캐스팅보트(승부를 가르는 한 표)를 던져 결국 4월 기준금리는 동결로 결정됐다. 금통위가 4대 3으로 팽팽히 맞선 것은 2006년 8월 이후 처음이었다.

시장에선 5월의 캐스팅보트는 임승태 위원이 쥐고 있다고 봤다. 총재의 뉴델리발언 때문이다. 박원식 부총재나 한은 추천인 문우식 위원은 사실상 총재와 뜻을 같이한다고 봤다. 그러나 이달 동결을 주장한 소수의견은 1명에 불과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총재가 작심하고 동결을 시사한 점을 생각하면 위원들이 반발에 결국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의견을 바꾼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그간 총재의 발언과 의사록 보면 지속가능한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 결정은 부채증가를 동반한빠른 회복을 원하는 위원들을 (총재가)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 총재 리더십 위기 직면했다 어느 쪽이든 김 총재의 리더십에 금이 가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만약 그가 변심한 것이라면 불과 금통위 1주일 전에 강한 동결신호를 준 것을두고 '양치기' 논란이 나올 전망이다. 김 총재의 발언에 춤춘 시장금리는 더는 그를신뢰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김 총재의 자리에 대한 의심이 나오지 않을 수없는 상황"며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에 총재가 금통위원들에게 끌려서 어쩔 수 없이 동결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앞으로 총재가 실질적으로 금통위를 대표한다고 볼 수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식물총재'다.

이렇게 되면 김 총재로선 꼭 필요한 상황에서 외환시장 등의 구두개입을 해도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 증권사 연구원은 "김 총재의 레임덕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올해 들어 금리인하 압력을 가해온 정부·정치권에 맞서 금리를 동결해왔다. 이에 한은 인트라넷 게시판에 옹호글이 올라오는 등 조직 내 입지 역시 굳건해졌다. 그러나 이 역시 위태롭게 됐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총재의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상황"이라며 "오늘 결정으로시장은 한은의 전망·분석보다 정부와 정치권의 발언·의지에 더욱 관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ssahn@yna.co.kr banghd@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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