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녀는 예뻤다’ 황석정 “최시원, 가장 모스트스러웠다”

입력 2015-11-26 14:14  


[위효선 기자]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극 중 인물들과 ‘절대 케미’를 완성한 한 사람을 뽑자면 단연 편집장 김라라다.

그녀는 편집팀 식구들이 골머리 아픈 일들로 머리칼을 움켜쥘 때마다 수시로 등장했다. 그리고 쉽게 알아듣기 힘든 에너제틱한 말들을 마구 분출해내며 엉켜버린 실을 탁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편집팀 식구들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생각한 김라라는 드라마 속 어떤 인물보다 성숙하고 포용력 있는 캐릭터였다.

우스꽝스러운 손동작과 다소 파격적인 패션을 보고 시청자는 그의 등장과 함께 배꼽을 잡기에 바빴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약 두 달의 시간을 김라라로 살아온 배우 황석정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김라라는 그저 웃음만을 전하려는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깊은 속내를 밝혔다. 황석정이 직접 전하는 김라라의 이면을 공개한다.
 

김라라의 첫 소개는 낙하산 편집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은 짙었다. 그녀가 한바탕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갸우뚱한 표정을 한 편집팀 식구들의 얼굴이 으레 비춰지곤 했다. 이렇게 도통 속을 모르겠다는 배우들의 표정이 비춰진 이유는 김라라가 보통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김라라는 요즘 사람들의 편견을 깬 인물이에요. 보여지는 겉모습만 보고 한 사람에 대해 속단해버리는 세태를 일깨우려는 메시지가 있었어요. 김라라 역시 겉으로는 시끄럽고 화려하지만 그 속에는 따뜻함이 있고 추구하는 무엇인가가 있었거든요”

겉모습만 보면 김라라가 능력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편집장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파격에 파격을 더한 차림새는 매회 화제였고 진지하게 흘러가는 흐름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수한 매력의 그가 시도한 변신은 새로웠기에 대중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김라라의 옷이 바뀌는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자기를 획일화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담겨있었죠. 자유로운 상태에서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고 표현하고 싶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고여있지 않고, 동시에 새롭게 깨어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황석정은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해왔지만 대부분이 털털하고 소박한 역할들이었다. 해보지 않은 연기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그에게 김라라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더욱이 잡지사 편집팀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에서 굉장히 드문 소재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감을 풀어내는 것이 중요했고 출연 배우들은 직접 잡지사를 방문했다.

“잡지사에 직접 방문해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질문도 하면서 배웠어요. 일이 많아서 다들 지쳐있는데도 엣지 있는 옷이나 아이템으로 꾸미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더라고요. 잡지사의 일원으로서 열정적인 것도 마구 느껴지고요. 매거진 편집팀이 가지는 일에 대한 욕심과 열정을 표현해보자 해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김라라에요”

화기애애한 드라마 촬영장의 분위기는 화면 너머에도 전해지는 법. ‘그녀는 예뻤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쪽이 연기를 하면 다른 한 쪽이 받아줄 수 있는 그런 호흡이 너무 잘 맞았어요. 정음이와는 KBS2 ‘비밀’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인데 현명하고 오픈 마인드의 배우라서 제가 정말 좋아해요. 최시원 씨는 연기를 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첫 만남 때부터 느껴졌어요. 주연 배우들뿐만 아니라 신동미, 안세하, 박유환 등의 배우들도 즐거운 분위기에서 열심히 했어요. 제가 선배였지만 열정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황석정이 드라마에 등장했을 때부터 외친 “모스트스럽게”는 2015년 하반기를 대표하는 유행어가 됐다. 짧은 한 마디에 담긴 진짜 뜻은 무엇이었을까?

“저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모스트스러웠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텐이라고 생각해요. 텐은 김혜진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과감히 접고 숨겨왔던 자신을 ‘더 모스트’를 위해 단번에 밝히는 대단한 캐릭터였어요. 결국 ‘모스트스럽다’는 말은 판단력과 결정력을 가진 사람에게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황석정은 2001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데뷔했다. 이전에는 연극 무대에서 활발할 활동을 펼쳤다. 그는 2014년 tvN ’미생’과 2015년 ‘식샤를 합시다2’로 그간 쌓아온 연기 내공의 ‘포텐’을 터뜨렸다. 이름 석자가 대중에게 각인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10년동안 꾸준하게 연기를 해오다 어느 접점에 딱 들어맞았을 때 각인이 되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비밀’의 의미가 남달라요. 원래는 2회 정도만 나오고 없어지는 배역이었는데 감독님께서 계속 나와달라고 제안을 주셨고 결국 중요한 역할로 마지막까지 나올 수 있었어요. ‘미생’에는 딱 한번 출연했는데 큰 주목을 받게 돼서 놀랐어요. 드라마가 던져주는 영감이 새로웠고 공감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재무부장 역할에까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공개된 그의 일상은 그가 대중에게 가까운 배우임을 인식시켰다. 여과 없이 전파를 탄 그의 일상과 연기에 대한 열정은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 작은 음식을 나누곤 하는 푸근한 면모도 눈길을 끌었다.

“일상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 주위 분들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저는 어렵지 않았어요. 배우의 일을 하지만 털털한 모습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렸어요. 함께 출연하는 분들은 너무 좋아요. 강남이도 제가 얼마나 예뻐하는데요. TV에서 보여지는 모습보다 더 좋은 사람들이에요”

‘나 혼자 산다’ 이후 황석정의 예능 나들이를 종종 볼 수 있게 됐다. 6월에 방송을 시작한 KBS W ‘빨간 핸드백’에서는 여성 범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지만 황석정은 즐겁게 출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는 김라라처럼, 그리고 제가 이 나이에 화보 촬영을 하는 것처럼 편견을 깨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예능이지만 예능답지 않은 프로그램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죠. ‘빨간 핸드백’을 통해서 범죄자와 일반인의 경계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어요. 시청자분들도 TV를 통해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황석정을 원하는 영화계와 브라운관의 러브콜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그는 내년 상반기 기대작 ‘치즈인더트랩’의 출연을 확정 짓고 촬영을 시작했다. 그가 맡은 강교수 역은 원작 웹툰에는 없는 새로운 캐릭터. 예상할 수 없어서 더욱 기대되는 신 스틸러로 주목 받고 있다.

“제가 맡은 강교수는 보통 캠퍼스에 ‘그 교수 수업은 듣지 말라’고 정평이 나있는 그런 교수의 캐릭터에요. 웹툰에는 없는 역할이죠. 강교수는 주인공들이 성장하고 갈등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과정을 보여주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할 예정이에요. 강교수와의 수업을 통해서 주인공들이 사람에 대해 깨달아가는 모습이 그려질 것 같아요.”

‘치즈인더트랩’은 제작이 결정됨과 동시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원작의 팬 층이 두터웠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배우 박해진의 참여 소식은 ‘치어머니’라 불리는 ‘치즈인더트랩’의 깐깐한 팬 층도 만족시켰다. 첫 촬영을 무사히 끝낸 황석정에게 현장의 분위기를 물었다.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들끼리 모였어요.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죠. 특히 해진이는 보자마자 너무 좋아졌어요. 예전에 알던 사람인 것처럼 굉장히 편하더라고요. 멋있어 보이는 것보다 훈훈하고 따뜻해서 참 좋아요”

12월, 황석정은 또 다른 도전을 한다. 다름아닌 음악극 ‘천변살롱’. 뮤지컬의 한 분야로도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배우 1명이 홀로 무대에 서서 90분을 음악으로 가득 채운다. 황석정은 가수 호란과 더블 캐스팅으로 전혀 다른 색깔의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1930년대 모던 예술이 꽃 폈던 그 시기를 무대에서 보여드릴 거예요. 어쩌면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낭만적이었던 그 때의 예술을 음악을 통해 접하고 싶었어요. 직접 노래를 부르면 그 당시의 열정이 더 와 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이 작품에 참여하도록 이끌었죠”

황석정의 연기인생은 아직 청춘이다. 하고 싶은 작품도 역할도 무궁무진하다. 작품에서 다시 봤으면 하는 배우들도 여럿인데 그들과의 조우를 이뤄나가고 있는 중이다.

“차승원 씨랑은 꼭 연기 했으면 좋겠어요. 아주 예전에 영화를 함께 찍은 적이 있는데 서로 보기만 하면 웃음이 터져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서로 코드가 잘 맞는지 둘이 모이면 동네 아줌마들이 모인 것 같아요. 설경구 선배와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만나게 됐어요. 제가 오빠를 유혹하는 역할인데 오빠가 실제로 괴로워하네요(웃음)”
 

황석정이 가지고 싶은 수식어는 소박했다. ‘기분 좋은 사람’. 자신을 떠올렸을 때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오늘도 그를 촬영장으로 이끈다.

“인간이 아닌 역할도 좋아요. 트렌스젠더도 못할 거 없죠. 액션은 물론이고요” 황석정의 청사진은 그가 연기하길 바라는 캐릭터들처럼 정형화 되어있지 않다.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하고 더불어 변화에 열려있어야 한다는 대쪽 같은 신념이 오랜 시간을 연기 하나 바라보며 살아올 수 있게끔 이끌어 왔다. 그가 인터뷰 내내 말했던 열정이 지지 않는 청춘을 보장한다.

기획 진행: 오아라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상원
영상 촬영, 편집: 박승민, 이미리
의상: 레미떼, 딘트
주얼리: 바이가미
시계: 클라쎄14
백: 몽샤
선글라스: 오뚜르
슈즈: 지니킴, 딘트, 모노바비
헤어: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청담EAST 태은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청담EAST 정미영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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