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날의 분위기’ 유연석, 사랑과 사람의 이야기

입력 2016-01-13 09:49   수정 2016-01-13 10:03


[bnt뉴스 김희경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유연석의 외모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묘한 느낌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묘한 로맨스를 상상하게 만든다. 평범한 일상에서 평범하지 않은 연애를 만들어줄 것 같은 남자. 인터뷰를 임하는 유연석의 이야기도 이와 비슷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교과서적인 부분들, 허나 돌이켜보면 당위성을 지키기 어려운 말들의 연속이었다.

1월14일 개봉될 영화 ‘그날의 분위기’(감독 조규장)는 철벽녀 수정(문채원)과 맹공남 재현(유연석)이 함께 부산항 KTX를 타며 일어나는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

최근 bnt뉴스는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날의 분위기’의 유연석과 만나 사람 냄새 가득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면서도 시시각각 자신의 솔직함을 드러내며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이어갔다.


사랑을 대하는 나쁜 남자의 자세

극중 농구선수 에이전시 재현 역을 맡은 유연석은 여자와의 원나잇을 위해 능구렁이 같은 작업 멘트를 서슴지 않는 맹공남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줄 예정. 능청스러우면서도 도발적인 연기를 해본 소감은 어땠을까. 유연석은 평소 자신의 모습과 달랐던 모습이 고충이 있었음을 말하면서도 색다른 캐릭터와의 만남에 즐거움을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가 전에 보여준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니까 사람들이 어색해하거나 거부감을 느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평소 친한 사람들에게 대하는 능청스러운 면모를 많이 투영했더니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누군가는 ‘유연석의 실체 아니냐’고 농담하시는 분들도 계셨고요.(웃음)”

첫눈에 반한 수정(문채원)과 하룻밤 잠자리를 위해 기차 안에서부터 맹렬하게 대쉬하는 재현의 대사는 신선하면서도 날 것의 느낌을 드러낸다. 재현과 다르게 사랑에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면모를 보인 수정과 투닥거리는 케미를 일궈내며 영화의 흐름을 무리 없이 이끌었다. 역시 반대는 반대의 모습을 만나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유연석은 의외로 재현의 캐릭터에 또 다른 시점을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사실 두 사람은 영화에서 말 그대로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서로에 대한 호감을 차근차근 쌓아가죠. 재현이 수정에게 빠져들었던 건 첫 모습보다 과정에 더 있었을지도 몰라요. 재현도 수정처럼 언젠가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했던 순간의 긴 연애를 지나왔을 거라 생각했어요. 자유연애를 고집했던 것도 그 연애에 대한 상처를 현실에서 부정하기 위함이었달까요.”

“재현은 수정이가 현재 하고 있는 연애의 모습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연애를 통해 사랑에 대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친구가 됐고, 현실에서 긴 연애에 집착하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저돌적이면서도 거짓이 있는 사람은 또 아니에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고 여과 없이 말할 뿐이죠. 그래서 수정도 점차 재현에게 진정성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앞서 문채원은 bn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재현에 비해 수정은 연기할 꼭짓점이 다소 부족한 캐릭터”였음을 밝혔던 바. 하지만 유연석은 이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충분히 마음을 줄만한 캐릭터”라고 답했다.

“재현은 수정을 만나며 자신이 잊고 지내던 예전 사랑의 기억을 되돌아보게 됐으니 충분히 재현이 마음을 줄만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남자들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재현에게도 순수하고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매달릴 수 있었던 옛사랑을 부정하던 중에 첫사랑 같은 여자를 다시 만난 케이스가 아닐까요? 그 부분은 언제나 남자들을 설레게 하는 부분이니까요.”


사람을 대하는 유연석의 자세

유연석이 대세로 떠오른 건 데뷔한 지 10년을 앞둔 시점에서였다. “10년은 하고 조급함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한 바 있는 그는 지난 2013년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인생 캐릭터 칠봉이를 만났고, 그 이후부터 각종 CF와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유연석은 무명 시절 자신의 네임밸류보다 잠재력을 믿어주고 손을 뻗어준 ‘응답하라 1994’의 손길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었고, 그 손길을 이어가려는 듯 자신 또한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신원호 PD를 포함한 ‘응답하라’ 시리즈 제작진들에 대한 남다른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과거 자신과 같은 배우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길 바라는 듯 조심스럽게 영화 및 드라마계의 개선되어야 할 점을 밝히기도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주연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주목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이번 ‘응답하라 1988’에서도 그간 빛을 발하지 못했던 좋은 배우들이 발견된 것 같아 너무 감사하고,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봐요. 지금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시간이 지나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신원호 감독님이 ‘응답하라 1994’에서 저와 처음 만나서 하신 말씀이 있어요. ‘어떤 작품이 될지, 또 ‘응답하라 1997’처럼 얼마나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배우가 다 주인공이고 빛을 발하는 작품을 만들 거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약속을 지키셨고, 이번 ‘응답하라 1988’에서도 그 배우들에게 약속을 똑같이 지키셨죠.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취향도 확고하시고 감성적이면서도 연기자가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모두에게 박수를 드리고 싶어요.”

“사실 현재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감독님들의 결정만으로 주요 배역들이 캐스팅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인지도는 투자와 가치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순 없죠. 하지만 감독님과 작가님들이 소신 있게 작품에 필요하고 맞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과감하게 밀어주시는 부분들이 많아진다면, 조금 더 배우들이 풍성해지고 다양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최근 이태원에 바를 하나 오픈한 그는 그곳에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끔 직원을 돕기도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그가 술을 좋아해서라기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소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영화와 뮤지컬을 통해 바쁜 와중에서도 집에 가는 시간을 쪼개 한두 시간은 들린다는 유연석. 그에게 바는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니었다.

“항상 작품을 하게 되는 감독님, 배우분들과는 술을 곁들이며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마땅한 공간이 부족하죠. 그렇다고 항상 제 집에 들일 수도 없잖아요. 집처럼 편하면서도 지인들과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어요. 최근 여행을 떠나서 맛본 포르투칼 와인에 빠져서 지인들과 함께 즐기고 싶기도 했고요.”

유연석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진심이라 느껴진 건 기자가 언급한 ‘인맥 관리’라는 단어 표현에서 보인 태도였다. 그는 “인맥 관리라고 하기보단 그저 그 시간이 소중하다”며 단순히 인맥이 중요한 배우라는 업으로서 사람을 관리한다기보다 사람과 함께 깊이 교감하는 시간을 의미 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하는 일은 사람을 표현하는 일이고, 작업을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수 밖에 없는 일이잖아요. 매번 수십 명 이상의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데 저는 그 사람들이 제 기억 속에 다 좋게 남았으면 싶어요.”

유연석이 배우로서 가지길 바라는 타이틀은 ‘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였다. 대중들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대중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배우로 남길 바라고 있었다. 마치 10년의 세월은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꾸준히 연예계에서 활보하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직업을 떠나 인생을 걸어가는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될 소명 의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연석처럼 사람과 일을 독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쥐고 가는 이가 많지 않은 이유는 그 당연한 일들이 언젠가부터 당연하지 않게 변질됐기 때문일 터. 현실과 적절한 타협점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야망을 놓치지 않는 그의 분위기는 충분히 비현실적이고 인상적이다. 그래서 유연석이라는 배우를 더 오래 보고 싶은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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