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판매가격은 기업 마음, 선택은 소비자 몫

입력 2017-03-15 11:02   수정 2017-03-23 18:10


 3월초 르노삼성자동차가 전 차종의 판매가격을 일제히 인상해 논란이 됐다. 인상폭은 10만~75만 원 수준으로 기존 가격을 고려했을 때 적은 금액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르노삼성이 공식 발표없이 홈페이지 가격정보만 수정했다"며 비판했다. 르노삼성은 포스코 강판 등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었으며, 판매일선에서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했다고 해명했다. 또 인기 편의장비를 기본품목에 포함시키는 등 가격 상승분을 최대한 상쇄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지엠 역시 연초부터 가격파동(?)에 시달렸다. 신형 크루즈 출고를 앞두고 최대 200만 원 가격을 인하해서다. 2월 공개한 신형 크루즈 가격이 경쟁차보다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백기를 든 형국이다. 그러면서 신차 출고시기도 2주 이상 연기했다. 내부적으로 에어백 품질 이슈가 발생, 생산라인 전체를 재점검하며 판매시기가 늦어졌다고 설명했으나 업계에서는 가격저항이 극심하자 출고를 늦추고 가격을 재조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두 사례 모두 표면적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요즘같이 정보가 빨리 전파되는 시대에 왜 르노삼성은 조용히 가격을 상향조정했을까. 또 한국지엠은 시장 민감도가 높은 준중형차의 가격이 비싸면 저항이 생긴다는 점을 몰랐을까. 이 처럼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시장의 비판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긴 어렵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두 회사는 현재의 가격정책으론 기대했던 이익률을 달성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르노삼성은 올해 판매대수가 많을 것으로 기대하는 신차가 없다. 그런 만큼 기존 제품의 가격을 조금씩 올려 영업이익률을 높이고 싶었을 것이다. 한국지엠 또한 시장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신차를 내놓으며 가격인상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노렸을 수 있다.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내구재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가격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집은 투자상품이 되기도 하지만 자동차는 구입 후 타지 않더라도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려는 심리가 팽배하다. 기업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높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길 원할 때 소비자들은 지출 최소화로 이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가격은 늘 시장에 연동돼 움직인다.

 기업 입장에서 가격정책은 또 다른 측면으로 작용한다. 점유율 확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 바로 가격이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는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하기 전까지 종종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한다. 이미 어느 정도 수요를 확보한 기업도 시장 수성을 위해 가격인하를 단행하곤 한다. 

 오랜 시간 중형 세단시장에서 왕자로 군림하던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쏘나타는 르노삼성 SM6와 한국지엠 신형 말리부의 맹공에 1위 자리를 위협당했다. 그러자 쏘나타 부분변경을 내놓으면서 주요 트림의 가격을 동결하고, 일부 트림은 가격을 오히려 내렸다. 현대차가 후발주자들에게 느낀 위협을 가격에 반영한 셈이다.

 요즘 '착한 가격'이란 단어를 흔히 쓴다. 한 유통사가 만들어낸 마케팅 용어이지만 이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소비자들은 '나쁜 가격'을 찾아 비난을 쏟아낸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착한 가격'과 '나쁜 가격'은 없다. 자유경쟁시장에서 가격이란 건 궁극적으로 시장의 평가를 반영,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별기업에 불만을 토로할 필요가 없다. 가격에 따라 소비자는 선택 여부만 결정하면 될 뿐이다. 르노삼성과 쉐보레의 판매대수가 향후 주목되는 이유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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