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생산과 판매는 별개 경쟁 구도
-한국지엠, 해외 생산 거점으로 비용 절감 및 인력풀 유연성 확보 필수
한국지엠 해법을 두고 국내 여론전이 치열하다. 노조는 총파업을 내세워 한국지엠의 내부 회계 및 이른바 '먹튀 논란'을 집중 부각시키는 중이고, 정부는 한국지엠의 부실 원인을 파악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굳혀가고 있다. 여론도 양측으로 나뉘어 노조 및 GM의 책임공방을 펼치는 중이다.
반면 한국지엠 생사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국 GM은 한국 경영진, 노조, 그리고 한국 정부가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GM은 필요에 따라 새로 개발한 차종을 어디서 생산할지 결정 및 배정만 할 뿐 한국 내 공장의 생존 여부는 어디까지나 한국 내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한국에 각 지역 공장 물량 배정을 끝내야 하는 2월까지 해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지원을 하면 일부 생산시설을 유지하되 그렇지 않으면 공장 추가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GM이 협상의 울타리를 조여오는 상황이지만 한국 내에선 해결방법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원인 공방만 한창이다. '한국지엠 vs 노조', '한국지엠 vs 정부', '노조 vs 정부' 등이 서로의 목소리만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GM이 한국지엠 차입금에 지나치게 높은 이자율을 책정했다는, 또는 내수 시장에서 신차 가격을 높여 판매가 급감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연구개발비로 1조원을 가져갔고 한국지엠을 상대로 부품 값을 비싸게 판매했다는 비판 여론도 있다.
하지만 GM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저 한국 내 목소리일 뿐 미국과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모든 행위는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 오히려 한국 내 통상임금 패소가 불러 온 8,000억원의 충당금이 손해로 산입된 점은 주목하고 있다. 결국 한국에서 생산해봐야 비용 상승에 따른 실익만 줄어든다는 사실을 이유로 한국 내 생산은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강수를 두고 있다. 한국 내에서 제 아무리 한국지엠을 성토하고 비판해봐야 그저 우리끼리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자 이번엔 한국지엠 사태가 과거 쌍용차와 비슷한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두 사태는 본질부터가 다르다. 2005년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것은 생산보다 연구개발을 주목한 것이지만 2002년 GM이 대우차를 삼킨 것은 글로벌 소형차 대응을 위한 생산기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우차보다 연구개발 수준이 앞선 GM에게 소형차가 필요했고, 때마침 대우차가 소형차 개발 및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시간이 흘러 GM 내에서 한국지엠의 역할이 점차 축소됐다는 점이다. GM의 소형차 주력 시장인 유럽의 부진과 수익 중심 전략에 따른 해외 사업장 재편, 세계적인 SUV 선호 현상으로 한국지엠의 생산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를 두고 GM의 경영 판단 오류가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 또한 여러 원인의 하나일 뿐 사태 해결의 열쇠는 아니다. GM이 경영 실수로 한국지엠의 생산 규모를 줄여 놓고 그에 맞춰 공장 문을 닫는 게 억울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집단 행동에 나서면 한국지엠과 노조, 한국 정부만 손해다. 칼 자루를 잡은 GM에겐 한국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들은 한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공장 가운데 어디서 생산해야 수익이 높아질 것인가만 고민할 뿐이다.
이번 사태는 자동차산업에 있어 생산과 판매의 분리적 시각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판매는 GM과 토요타가 서로 경쟁하지만 생산은 각 기업 내 공장끼리 경쟁한다는 뜻이다. 즉 한국지엠 국내 공장이 견제해야 할 대상은 현대차 국내 공장이 아니라 GM의 미국 공장이다. 마찬가지로 현대차 울산공장의 경쟁자는 폭스바겐 볼프스쿠르크 공장이 아니라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다. 하지만 그간 한국 내에서 생산과 판매의 분리 경쟁 인식은 거의 없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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