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경제수석이야말로 노인들 직접 만나보라

입력 2019-08-26 17:45   수정 2020-11-09 15:20


“‘언론에서 노인 일자리가 늘었다는데 왜 내가 일할 곳은 없느냐’는 어르신들의 하소연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서울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을 담당하는 박은지 사회복지사는 지난 13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으려 온 노인들에게 월 27만원의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을 제안할 때 돌아오는 반문을 전한 것이다.

하지만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에게는 박 복지사의 말도 ‘현장을 모르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다. 그는 지난 25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노인 일자리를 비판하는데 노인들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노인들에게) 물어보고 기사를 쓰라”고 말했다. 16년 만에 최악으로 추락한 소득격차 지표를 놓고도 “정책 효과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강변한 자리에서다. 이 수석은 “조금 일하더라도 사회에 기여하고 30만원을 받는다면 보람있고 생계에도 도움된다”며 “한 해 10만 명의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사흘에 걸쳐 서울 일선의 노인복지관과 사회복지관, 노인회 등을 취재한 뒤 ‘혈세로 늘린 노인 일자리 64만개…대부분이 月 27만원 허드렛일’(본지 8월 22일자 A3면)이란 기사를 썼다. 이 수석이 “만나보라”는 노인들은 물론 정책 전달체계의 가장 아랫단에 있는 사회복지사들도 만났다. 그들의 반응을 취합한 결론은 이 수석이야말로 노인들을 만나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29%)된 이후 현장에서 제대로 된 노인 일자리는 말 그대로 증발했다. 경비로, 청소부로 일하던 노인들은 “높아진 인건비에 노인을 써주는 곳이 이제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사라진 월 135만원(2017년 시간당 최저임금 6470원 기준)짜리 일자리를 대체한 게 이 수석이 자랑스럽게 말하는 27만원짜리 정부 노인 일자리다. 민간 경제에서 제대로 된 몫을 담당하던 이들이 정책 실패 여파로 원하든, 원치 않든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 마련한 일자리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한 해 10만 명씩 늘린 노인 일자리 집행도 현장에서는 병목현상이 심각했다. 각 복지관과 노인회마다 “올해는 노인 일자리 몇 개를 채우라”고 목표치가 내려왔지만 일거리를 발굴하고, 일할 노인을 모집하기가 힘에 부쳤다. 벌써 서울 시내 몇몇 복지관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일자리가 비어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64만 개인 노인 일자리를 2021년 80만 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왜 하필 80만 개냐”는 질문에 정부 실무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80만 개라는 것 외에 다른 근거를 대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수석은 노인 일자리 정책의 성과만 설파하고 있다. 누가 현장을 모르고, 노인들을 안 만났는지는 명확해진 것 같다. 아직 늦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이 있다. 부하직원들의 보고서만 보지 말고 노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길 당부한다.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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