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준의 약효 지속형 주사제 기술 확보...내년 미국서 임상 돌입"

입력 2019-10-01 13:00   수정 2019-10-02 19:52



“우리의 목표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시장을 선도하는 겁니다. 기술 개발 초기부터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모든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한국 바이오기업들이 아직 해내지 못한 일을 꼭 이뤄내겠습니다.”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54)는 최근 두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동안 몇차례나 미국 시장 공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사는 약효 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기술을 토대로 개량신약 등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하루 1회 복용하는 치매 치료제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와 약효는 같으면서도 한달에 한번만 주사를 받으면 되는 주사제가 이 회사의 주력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다. 다국적제약사 등 해외에서 관심이 많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는 아직 지속형 주사제로 미국에 진출한 사례가 없다”며 “미국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해보이겠다”고 말했다.

인생을 바꾼 미국 유학

연세대 생화학과를 나온 이 대표는 1995년 미국 켄터키대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으면서 약물전달 분야 연구를 본격화했다. 지도교수였던 패트릭 데루카 교수를 도와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했다. 당시 데루카 교수는 일본 제약사 다케다와 다국적 제약사 애보트가 공동으로 개발한 지속형 전립선암 치료제 류프롤리드의 복제약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처음엔 항체를 이용한 약효 분석 방법론을 찾는 임무를 받았으나 주사제 개발 담당 연구원이 자리를 비우면서 후임자가 됐다. 이 덕분에 약물 효과가 1개월, 3개월 지속되는 주사제 개발을 직접 경험했다.

1999년 원광대 약대 연구교수로 자리를 옮긴 이 대표는 지속형 주사제 연구에 본격 나섰다. 동국제약이 개발하던 전립선암 치료제 개발에 자문 역할도 했다. 2002년엔 바이오벤처 펩트론에 둥지를 틀었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가 연세대 생화학과 동기동창이라는 인연이 한 몫했다. 이 대표가 합류하면서 펩타이드 합성에 주력하던 펩트론은 본격적으로 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이 곳에서 ‘스마트 데포’라는 지속형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1개월 지속형 전립선암 치료제를 개발해 대웅제약에 기술이전했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만 한해 250억원어치가 팔리는 블록버스터가 됐다.

저분자 지속형 주사제 기술 확보

스마트 데포는 그러나 저분자 약물에는 적용이 쉽지 않았다. 조현병 치매 등의 약물을 지속형 주사제로 바꾸려면 다른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펩트론 연구소에서 10년 동안 같이 일한 설은영 이사, 사업개발 업무를 해온 이수정 이사 등과 의기투합해 2017년 3월 지투지바이오를 세웠다.

지투지바이오는 펩타이드는 물론 저분자 약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된 지속형 주사제 기술인 ‘이노램프(InnoLAMP)’를 개발했다. 10~1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미립구에 약물을 삽입해 서서히 방출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약효가 최소 1주일에서 6개월 이상 지속된다. 이 대표는 “무균 상태에서 균일한 크기의 미립구를 제조할 수 있어 기존 기술에 비해 단위 생산량이 5~20배 높아지는 데다 공정단계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균일한 미립구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 화장품이나 식품 제조 공정에서 착안했다. 기존에는 고분자를 믹서기에 돌려 유탁액(에멀션) 상태로 만든 뒤 미립자를 얻는 방식을 썼다. 크고 작은 입자들이 뒤섞여 균질성이 떨어지는데다 용매를 제거하는 작업도 까다로웠다. 지투지바이오는 고분자를 균일하게 뚫린 작은 구멍에 순간적으로 통과시켜 물과 섞이도록 해 유탁액이 생기게 하는 방식으로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 때문에 이노램프에 거는 기대가 크다. 펩타이드 제제가 아닌 저분자 약물의 서방형 주사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아직 많지 않아서다. 골관절염 통증 치료제를 개발한 미국 바이오기업 플렉시온테라퓨틱스, 구토 등 항암제 부작용 치료제를 개발한 헤론테라퓨틱스 등 일부 기업만 저분자 의약품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 대표는 “지속형 저분자 의약품은 제조공정이 복잡한데다 안정성 문제로 대량생산이 어렵다”며 “1980년대 말에 출시된 류프롤리드 복제약이 아직도 나오지 못하는 것도 약물지속 기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 제약사로 성장한 이스라엘 테바도 미국 바이오기업으로부터 도입한 전립선암치료제의 양산에 실패했을 정도로 지속형 주사제 양산이 쉽지 않다”며 “지투지바이오에는 그만큼 기회가 많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1개월 지속되는 치매 개량신약

지투지바이오가 이노램프 기술을 적용해 개발 중인 첫 프로젝트는 아리셉트의 제형을 바꾼 개량신약이다. 아리셉트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는 도네페질 성분의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애자이가 개발했다. 199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고 국내 치매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지투지바이오는 미국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지난 3월 FDA와의 미팅에서 대부분의 독성시험을 면제 받았다. 알약을 주사제로 바꾼 만큼 주사 부위에 대한 간단한 독성시험만 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독성시험 후 본격적인 임상에 나설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임상 1상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상 3상까지는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5년께 제품 판매 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그는 “하루 1회 복용하는 도네페질을 주 1회 지속하는 패치제로 제형을 바꾼 약이 FDA의 임상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며 “효과 지속을 입증하면 되기 때문에 임상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아리셉트 개량신약의 시장성을 밝게 보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치매 치료 신약 임상에서 잇따라 실패하면서 증상을 완화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복약 편의성 등이 부각돼 약물 지속 기술이 더욱 주목받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치매를 낫게 하는 신약이 나오더라도 증상 완화제도 동시에 필요할 것”이라며 “치매 개량신약이 출시되면 미국에서만 연간 1조원 어치 이상 팔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조현병 등 환자들이 약을 제때 복용하지 않는 경향이 많거나 보호 관리하기 어려운 질환도 이노램프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약물지속기술, 필러 등에도 접목

수술후통증치료제 ‘GB-6002’도 지투지바이오의 기대작이다. 작년 말 개발을 시작했다. 독성실험 전임상 등을 거쳐 내년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나설 계획이다. GB-6002는 2~3일 동안 지속되는 국소마취제다. 수술 뒤 마취에서 깨어난 환자들이 겪게 되는 통증은 주로 마약성 진통제로 다스린다. GB-6002는 수술을 위한 국소마취제로 쓰면서 통증을 다스리는 진통제로도 함께 쓸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동물 중성화제도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존 제품은 주사바늘이 두껍고 약효 지속시간도 일정치 않은 단점이 있다”며 “이노램프 기술을 활용해 약효가 일정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중성화제를 내놓겠다”고 했다.

지투지바이오는 필러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필러시장의 주류인 히알루론산 필러가 아닌 고분자 필러다. 고분자 필러는 지속기간이 최대 4년으로 6개월 남짓한 히알루론산 필러보다 효과가 오래가지만 한달 가량 기다려야 효과가 나타나는 단점 때문에 외면 당하고 있다. 이 대표는 “히알루론산 필러처럼 효과가 금방 나타나면서도 1년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고분자 필러를 개발하고 있다”며 “현재 동물 효력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유일한 박사가 롤모델”

이 대표는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펩트론에 근무할 때 유한양행 본사를 방문했다가 유일한 박사의 자서전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정직하게 회사를 경영하고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은데다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지금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의 경영철학은 성실과 협력이다. 직원 평가도 마찬가지다. 쿠폰 평가라는 독특한 인사평가제도를 운영하는 배경이다. 연말에 6개월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직원들이 평가를 하는 제도다. 근속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받은 쿠폰으로 우수 직원에게 투표하는 방식이다. 이 결과는 성과평가에 반영해 인센티브를 준다.

지투지바이오는 2021년께 상장이 목표다. 이 대표는 “치매 개량신약의 기술이전 시점에 맞춰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임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2021년 초에는 기술수출이 성사되고 상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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