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株, 이번엔 한올바이오파마 '쇼크'

입력 2020-01-21 17:27   수정 2020-01-22 02:46

한올바이오파마가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3상이 ‘1차 평가지표’ 충족에 실패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회사 주가가 폭락했다. 1차 지표 미달은 임상 실패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앞서 한올바이오파마는 구체적인 데이터 없이 임상 3상에 성공했다고 자체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훼손돼 충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차 평가지표 충족 실패에 급락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올바이오파마는 8650원(25.59%) 급락한 2만5150원에 마감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구건조증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 ‘HL036’의 임상 3상에서 1차 지표 충족에 실패했다”고 발표한 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임상은 미국에서 안구건조증 환자 63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약효를 측정하기 위해 환자의 각막을 상·중·하부로 나눠 개선 정도를 측정했다. 임상 결과 1차 평가 지표인 하부 각막염색지수(ICSS)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2차 지표인 상·중·하부 전체를 보는 총각막염색지수(TCSS)와 중앙부 손상 개선 효과를 측정하는 중앙각막염색지수(CCSS)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이번 임상이 ‘절반의 성공’이라고 주장했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사장은 “CCSS와 TCSS는 임상적·상업적으로 더 의미 있는 지표”라며 “각막 전반에 걸친 효과를 입증하면 경쟁력 있는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 의견은 다르다. 한 임상통계학자는 “1차 지표에서 기준치에 미달해도 보조 지표 충족을 근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NDA)를 받은 사례가 있긴 하지만 매우 드물다”며 “아직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 파이프라인이라면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NDA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안구건조증 치료제 임상은 항암제나 기타 희귀의약품처럼 한 번만 하지 않는다”며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3상을 세 차례가량 하는 것이 관례인 만큼 이번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임상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 발표 뒤 닷새 만에 번복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1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각막 개선을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와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지표에서 모두 우수한 효과를 확인했다고 했다. 한올바이오파마와 이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을 같이 진행한 대웅제약도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확인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닷새 뒤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을 바꿨다.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임상 3상 성공 여부를 놓고 논란을 겪은 건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다. 그때마다 주가가 출렁이는 등 증시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지난해 6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에서 1차 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탁월했지만 전체 생존기간(OS)이 임상 목표치에 부합하지 않아 허가 신청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두 달 뒤엔 “모든 임상 3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상학적으로 리보세라닙의 신약 가치가 충분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메지온도 지난해 심장 희귀질환 치료제 유데나필 3상 발표에서 1차 평가지표인 최대산소소비량(VO2 max) 달성에 실패했다고 했다. 그러나 2차 지표인 유산소에서 무산소 운동으로 바뀌는 시점에서의 산소소비량(VO2 at VAT)에선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 성공이라고 주장했다. 바이오 업종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임상 3상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연초 증시 랠리에서 소외되고 있는 바이오주의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병훈/박상익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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