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직업이 뭐냐"에 짧게 답한다면…당신의 일자리는 사라질수도

입력 2020-04-30 17:53   수정 2020-05-01 02:28


일본 도쿄에는 직원이 오직 로봇뿐인 호텔이 있다. ‘헨나호텔’이다. ‘이상한 호텔’이란 뜻이다. 호텔 로비 프런트 업무와 청소, 객실 안내 등 거의 모든 업무를 로봇이 한다. 이 호텔에 ‘인간 직원’은 서너 명뿐이다. 투숙객과 직접 전화로 상담하는 사람들과 로봇 수리 기술자다.

미국 언론인 안드레스 오펜하이머가 쓴 《2030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 등장하는 사례다. 저자는 “앞으로 살아남을 직업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업무에 종사한다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헨나호텔에서는 사람의 손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단순 업무는 모두 로봇으로 대체됐다. 이른바 호텔리어란 인간의 직업이 사라진 것이다.

저자는 로봇이 가져올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독자들에게 ‘10년 후 미래의 직업 세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중동 등 다양한 지역을 취재했다.

이 책은 총 10개 분야로 구성됐다. 인간의 일자리, 언론, 식당과 소매점, 금융, 법률·회계·변호사, 의료, 교육, 교통·제조업, 엔터테인먼트, 미래에 살아남을 직업 등이다.

저자는 “현재 선망의 대상인 직업들은 사라질 직업 1순위가 된다”고 주장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은행원과 회계사의 일은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인간 판사’가 감정과 컨디션에 휘둘린다면 ‘로봇 판사’는 흔들림 없이 사건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결을 내린다. 의사는 처방이나 수술 대신 예방의학에 전념하게 된다. 언론은 단신이나 빅데이터 이용 기사는 인공지능(AI) 컴퓨터가 전부 대신한다. 교육 분야에선 웬만한 기본 지식 전달용 강의는 로봇이 대신 한다. 군사 부문에서도 한국을 필두로 주요 투입병력을 사람 대신 로봇으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로봇 웨이터와 마트에서 일하는 로봇 계산원은 항상 제시간에 고객 서비스를 하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런 사례들만 본다면 로봇은 인간이 해 왔던 일 중 80~90%를 빼앗아 간다.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운동)을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그러기엔 로봇이 이끄는 산업 분야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저자는 이 같은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 직업 10대 분야도 함께 소개한다. 의료 보조원, 데이터 분석가와 데이터 엔지니어 및 프로그래머, 디지털 보안 경비원, 영업 컨설턴트, 로봇 유지 관리 기술자와 프로그래머, 교사와 교수, 대체에너지 전문가, 예술가·운동선수·연예인, 제품 디자이너와 상업용 콘텐츠 크리에이터, 정신적 상담가 등이다.

의료 보조원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의료계에서 가장 각광받을 직업으로 전망한다. 사람의 손길과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야에선 로봇이 내놓은 결과를 분석하는 ‘인간의 두뇌’ 관련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디지털 보안 경비원은 정보 유출 위험을 막고, 영업 컨설턴트는 친절함과 인간적인 매력을 강조하며 고객을 끌어들일 것이다. 교사는 학생의 인성 교육에 힘을 쓰고, 대체에너지 전문가는 로봇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움직일 새 에너지원을 찾는다.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로봇이 따라 하지 못하는 인간만의 아우라를 발산하고, 크리에이터들은 창의성을 더욱 살리게 된다. 종교 지도자를 비롯한 정신적 상담가는 인간의 메마른 마음을 보듬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결국 살아남는 건 ‘인간의 진정한 능력’이 꼭 필요한 일자리”라고 역설한다. 전혀 인간적이지 않을 듯한 미래 세계에서 그것만이 틈새시장이라는 것이다. 또 “사람의 손길만이 필요하면서도 오랜 시간 공들여 설명해야 하는 복잡다단한 ‘종합서비스적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이기는 세상이 왔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그렇게 ‘따뜻한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현재에 안주하면 로봇에 밀려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각종 사례를 들어 펼치는 기·승·전까지의 차가움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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