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男 고환 손상 가능성…정자 생산 영향 줄수도"

입력 2020-06-04 16:22   수정 2020-06-04 16:24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남성 생식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고환 세포를 직접 감염시키지 않고도 고환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 터프츠 메디컬센터의 저우밍 교수와 중국 우한 화중과기대학 녜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유럽 비뇨기과 포커스'(European Urology Focus)에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두 박사의 주도 아래 우한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 11명의 표본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정자와 테스토스테론 생산에 관여하는 조직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사했고 샘플들이 바이러스에 의해 손상됐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표본 80% 이상은 정자가 만들어지는 고환의 정세관(seminiferous tubules)에 상당한 손상을 보였다. 정세관을 구성하는 세포들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건강한 세포보다 훨씬 더 커졌고 정자 생산에 영향을 줄 정도로 손상돼 있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고환 세포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어떻게 이런 손상을 일으켰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사용해 고환에 있는 ACE2라는 효소와 결합한 것으로 추측했다.

때문에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코로나19로 요양중인 사람들의 정자 기증이나 임신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앞서 중국에서 이뤄진 다른 연구에서도 코로나19에 감염된 남성 5명 중 1명은 음낭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또 미국에서는 사타구니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호소한 42살의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남성의 생식력에 영향을 미칠 잠재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돼 왔다. 코로나19 감염자 일부에게서 남성 호르몬 이상이 발견됐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감염자의 정자 샘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푸단대 부속 상하이시 공공위생임상센터 연구자 장수예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직접적인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장수예는 "많은 바이러스가 ACE2와 결합해 정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끼치고, ACE2에 의존하는 세포에 손상을 끼칠 수 있다"면서, 면역체계 문제 때문에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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