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분리 탓에 퇴근도 못한다"…금융업계 떠나는 IT 인재들

입력 2020-07-07 17:23   수정 2020-07-08 02:13

‘망 분리’ 규제는 금융권의 정보기술(IT) 인력 확보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과도한 망 분리 규제로 우수한 인재를 뽑아놔도 다른 IT 관련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시대적인 규제가 핀테크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개발자 등 IT·디지털 관련 인력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망 분리 규제가 ‘금융권 기피’를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무 효율성이 떨어져 마음껏 일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다.

금융사에 근무하는 개발자들은 두 대의 컴퓨터를 써야 한다. 주요 업무는 무조건 회사 내부망을 사용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부에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오류도 사내에 직접 들어와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발자들이 주말도 마음 편히 보내기 어렵고 회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IT회사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도 많다. 개발에 쓰는 코드를 컴퓨터에 입력할 수 없어 손으로 적어야 하는 일도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또 오픈소스 검색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불편함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시중은행에서 근무했던 한 개발자는 “은행의 처우는 괜찮은 편이지만 망 분리 규제 때문에 불합리하게 겪는 일이 이어지다 보니 피로감이 누적됐다”며 “결국 급여는 더 낮지만 망 분리 규제가 없는 비금융권 직장으로 이직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가속화하면서 은행권의 IT 인력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정기 공채와 별도로 디지털 인재를 수시 채용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우수 인재가 지원하는 사례는 적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한 대형은행의 IT그룹장은 “좋은 인재는 해외 기업이나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을 선호해 채용에 어려움이 많다”며 “망 분리 규제 때문에 은행이 핀테크 사업을 시도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임원은 “금융사에 우수 IT 인력이 있어야 핀테크가 활성화되고 소비자들도 더 큰 혜택을 볼 것”이라며 “업계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부분적으로라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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