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천재 푸우' 김주형, 코리안투어 최단기간·최연소 우승 품었다

입력 2020-07-12 18:22   수정 2020-07-13 00:17


12일 전북 군산시 군산CC(파71·7130야드) 15번홀(파4).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 최종라운드에 출전한 김주형(18)은 3.5m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주먹을 움켜쥐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18세 천재 소년의 기세에 눌린 탓일까. 14번홀(파4)까지 김주형과 공동선두를 달리던 한승수(34)의 3.8m 파 퍼트는 홀을 스치고 나왔다. 아슬아슬해 보였던 승부의 균형추가 ‘곰돌이 푸우’ 김주형에게로 기운 순간이었다. 17번홀(파3)까지 1타 차로 김주형을 추격한 한승수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티샷을 페널티 에어리어에 빠뜨리는 치명적 실수를 범하며 자멸했다. 18번홀까지 타수를 잘 지켜낸 김주형은 코리안투어 첫 승을 확정한 뒤 “15번홀 버디퍼트를 넣고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갔다”며 “연습한 걸 믿고 플레이를 펼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골프계에 뜬 샛별
샛별이 떴다. 한국 남자 프로골프를 이끌어갈 ‘슈퍼루키’의 등장이다. 김주형은 이날 열린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를 묶어 두 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적어낸 김주형은 2위 김민규(19)를 두 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주형은 “시즌 전 목표였던 신인왕을 향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며 “남은 시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주형의 KPGA 첫 우승은 녹록지 않았다. 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올라선 김주형은 최종라운드 내내 흔들리는 퍼트감 탓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2번홀(파5)에서 1.5m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할 때만 해도 부진의 그림자가 그를 덮치는 듯했다. 김주형은 그러나 어린 나이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실수를 차근차근 만회했다. 9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샷감을 추스른 김주형은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뽑아내 리더보드 상단에 다시 이름을 올려놨다. 챔피언조에서 같이 경기한 한승수가 12번홀(파4)과 13번홀(파3)에서 연달아 버디를 낚으며 김주형을 압박했으나 어린 천재의 놀라운 침착함을 넘어서지 못했다.

김주형은 2타 차 선두를 달리던 16번홀(파4)에서 티샷을 페널티 에어리어에 집어넣고도 파세이브를 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한승수는 마지막 홀에서만 되레 2타를 잃어 13언더파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2002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올해의 선수, 2015년 일본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스쿨 수석 합격이라는 한승수의 화려한 경력은 김주형의 우승을 더욱 빛나게 하는 양념이 됐다.
9년 만에 깨진 최연소 우승 기록
김주형은 이날 우승으로 새 역사를 썼다. 코리안투어 프로 선수 최연소 우승(18세 21일)과 KPGA 입회 후 최단기간 우승(3개월 17일) 신기록이다. 지금까지 코리안투어 프로선수 최연소 우승 기록은 2011년 NH농협 오픈 챔피언 이상희(28)가 가진 19세 6개월 10일이었다. KPGA 입회 후 최단기간 우승 기록은 김경태(34)가 2008년 세운 4개월 3일이었다. 1998년 한국오픈에서 17세 2개월 20일의 나이로 우승한 김대섭(38)이 코리안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 보유자이지만, 김대섭은 당시 고교생 아마추어 신분이었다.

2002년 6월생인 김주형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프로선수 중 나이는 가장 어리나 세계랭킹은 가장 높다. 지난주 127위였던 세계랭킹은 부산경남오픈 준우승으로 이번주 113위까지 도약했다. 김주형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며 “향후 진로는 정해진 건 없지만, 올해는 코리안투어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주형은 세계 곳곳을 떠돌며 골프를 익힌 ‘골프 노마드’다. 태어나자마자 호주 태국 필리핀 등을 거치며 프로골퍼인 아버지로부터 골프를 익혔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해외 프로무대에 데뷔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이번 우승 전까지 아시안 투어 1승 기록을 갖고 있었다.

김주형은 이번 우승으로 지난주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에서 마지막 홀 극적인 이글을 잡아내 연장전을 만들고도 1m 버디 퍼트를 놓쳐 땅을 쳤던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코리안투어 데뷔전 준우승이 운이 아니었음을 1주일 만에 증명한 것이다. 김주형은 “준우승한 뒤 잠을 못 잘 정도로 아쉬웠다. 곧장 하루 종일 퍼팅 연습을 했다”며 “많은 실패를 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를 악물고 친 것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형은 이번 우승으로 이번 시즌 남은 대회 출전권과 함께 향후 3년간(2021∼2023년) 코리안투어 시드도 손에 넣었다. 그는 “가능한 한 이른 시간 안에 세계 무대로 향하고 싶다”며 “골프의 80%는 멘탈인데 타이거 우즈, 조던 스피스와 같은 멘탈이 강한 선수들과 겨룰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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