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극적"…코로나 와중에 주가만 급등한 이유

입력 2020-09-16 13:58   수정 2020-10-16 00:3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후 반토막 났던 뉴욕 증시가 불과 5개월여 만에 모두 회복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증시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다. 미 실업률이 10% 안팎에 달할 정도로 높은 높은데다 코로나 백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유례없는 속도로 회복할 수 있었던 원인을 5가지로 요약했다.
① 미 중앙은행과 정부의 적극 대응
미 중앙은행(Fed)과 미국 정부가 어느 때보다 속도전을 폈다. 비상 시국을 맞아 Fed는 긴급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다. 시장엔 사실상 무제한으로 통화를 공급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 정부도 마찬가지다. 개인들에게 1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풀었다. 경기 부양 차원이다. 중소기업엔 총 5조달러를 지원했다.

Fed와 정부가 이렇게 빠르게 대처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얻었던 교훈 덕분이다. 시장에 강한 믿음을 줘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Fed에 맞서는 건 현명하지 않다”는 상식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주가 상승에 베팅했다.
② 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통제되면 미국 경제가 곧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린 배경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믿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활동은 증가세로 전환했다. 고용 역시 4개월 연속 회복세다.

기업 이익도 지난 분기에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상장기업들의 올 2분기 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2009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하지만 이 때를 기점으로 다시 회복할 것이란 게 투자자들의 생각이다.

경제학자들 역시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과거 70여년래 보지 못했던 속도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게 연구기관 루쏠드그룹의 전언이다. 골드만삭스는 S&P 500 지수가 연말까지 6.4%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③ 대형 기술기업의 영향력 확대
코로나 사태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대형 기술 기업들이 증시를 주도하는 점도 올해 두드러진 현상이다.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만 해도 올해 주가가 57% 급증했다. 애플 한 종목의 시가총액은 잘 나가는 중소기업 2000개를 합친 ‘러셀 2000’ 지수 전체보다 크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페이스북 등 5대 빅테크의 S&P 500 지수 내 집중도는 30여년 만에 가장 높다. 5개 종목의 시총은 전체의 23%를 차지한다. 증시 자체가 이처럼 크고 강한 기업들로 재편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은 지난달 말 다우 지수에서 쫓겨났다.
④ 개인투자자들의 화려한 귀환
개인투자자들이 올 상반기 미국 증시에서 차지한 비중은 20%에 달한다. 10년 전인 2010년 대비 두 배 수준이다. 거래 자체가 과거보다 간편해진데다 수수료가 확 낮아진 게 주요 배경이다. 미국에선 온라인 주식 토론방마다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주식뿐만 아니라 파생상품인 옵션에 손을 대는 이들도 급증세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5배를 넘는다. 단숨에 미국에서 8번째로 큰 기업이 되자 적정 주가 수준을 놓고 논란이 뜨거울 정도다. 동영상 앱인 틱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시물 중 하나는 ‘제2의 테슬라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요즘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스트만코닥이 미국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의약품 제조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너도나도 매입해 주가를 7배 넘게 끌어 올렸지만, 이후 대부분의 이득을 반납했던 경험이 있어서다.
⑤ 어느새 급증한 파생상품 거래
투자자들은 올해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주식 거래에 유독 몰두했다. 테슬라처럼 한 번 오르기 시작한 종목에 추가 투자가 쏠렸던 배경이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자료를 보면, 개인투자자들은 과거 3개월동안 가장 많이 뛴 종목을 골라 자신의 투자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종의 ‘모멘텀 거래’다.

이 과정에서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도 급증했다. 특히 테슬라에 공매도가 집중됐는데 역설적으로 테슬라의 주가 상승을 부채질한 결과를 낳았다. 헤지(위험회피) 거래를 위해선 현물을 또 매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콜옵션을 40억달러 규모로 사들였는데, 뉴욕 증시를 급등시킨 원인 중 하나로 뒤늦게 밝혀졌다. 파생 거래가 집중됐던 종목은 테슬라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쇼피파이 등이다. 다른 종목보다 주가가 더 많이 뛴 기업들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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