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바뀐 해외여행 新트렌드 "관광비행을 아시나요"

입력 2020-10-03 23:42   수정 2020-10-04 00:13

'관광비행'이 코로나 시대 새로운 여행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여행가는 척' 기분만 살린 반쪽 여행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하나투어와 아시아나항공이 선보인 '스카이라인 투어'는 전체 600여개 좌석이 12시간 만에 매진됐습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강릉, 포항, 김해, 제주 상공을 돌고 인천으로 귀항하는 국내여행 상품이었지만 반응은 여느 해외여행 못지 않게 뜨거웠습니다. 비즈니스스위트(퍼스트)와 비즈니스 좌석은 판매 시작 20~30분 만에 날개 돋힌 듯 팔려 순식간에 동이 났습니다.

'관광비행'은 비행기를 타고 유람하듯 상공을 돌다가 회항하는 신종 여행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의 입국제한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등장했습니다. '목적지 없는 비행' '여행가는 척 패키지' '유람비행' '제자리 비행' '가상출국여행' 등 관광비행을 부르는 표현도 다양합니다.

해외여행 흉내만 낸 관광비행이 억눌렸던 해외여행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 줄 수 있을까요. 해외처럼 국내에서도 해외로 떠나는 관광비행이 가능할까요. 코로나 시대 여행의 뉴노멀로 주목받고 있는 '관광비행'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대만 이어 일본 호주 등 '관광비행' 열풍
관광비행은 '대만'에서 시작됐습니다. 대만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와 항공사, 면세점을 위해 '공항투어' '면세점투어'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관광비행은 이 공항·면세점 투어가 인기를 얻으면서 등장했습니다. 일종의 업그레이드 여행상품인 셈입니다.
대만에서 시작된 관광비행 열풍은 일본, 호주 등 이웃 나라로 이어졌습니다. 일본 전일본공수(ANA)는 지난 8월 하와이 여행 콘셉트의 관광비행 상품을 내놨습니다. 하와이 노선에 투입하던 A380 기종을 타는 이 상품은 콘셉트만 하와이 여행일 뿐 실제로는 후지산, 미하라산 등 국내 상공만 도는 국내여행 상품이었습니다. 하지만 334명 모집 정원에 150배가 넘는 신청자가 몰리며 대히트를 쳤습니다. 이에 질세라 일본항공(JAL)도 지난달 26일 해질녁 풍경을 감상하는 3시간 30분짜리 관광비행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아웃백, 그레이트 베리어 등을 7시간 동안 유람하는 호주 콴타스항공이 내놓은 관광비행 상품은 3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에도 전 좌석이 10분 만에 매진됐습니다.
◆국내에서 해외로 확대되는 '관광비행'
그동안 국내 상공만 맴돌던 관광비행은 점차 코스를 해외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관광비행의 원조(元祖)인 대만에선 지난달 19일 타이거에어가 120명을 태우고 제주 상공을 돌고 돌아갔습니다. 대만 여행사 이지플라이와 저비용항공사(LCC) 타이거에어가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와 손잡고 만든 이 상품은 4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타오위안공항에서 이륙해 2시간 30분 만에 한국 영공에 다다른 비행기는 약 20분간 저공비행으로 한라산, 일출봉 등을 둘러본 뒤 기수를 돌려 대만으로 돌아갔습니다. 제주 현지 여행만 없었을 뿐 출입국 심사, 면세점 쇼핑 등은 평소처럼 모두 이뤄졌습니다. 공항 대기실과 기내에선 한복체험, 치맥(치킨+맥주) 등 한국여행 분위기를 살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사용할 수 있는 제주행 항공권, 호텔 숙박권 등 얼리버드(조기예약) 할인 여행상품도 판매했습니다.

제주여행을 관광비행으로 즐긴 관광객들의 평가도 호평 일색이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 관계자에 따르면 "탑승객 중 상당수가 후속 상품 일정을 물으며 "다시 한국행 관광비행 상품을 이용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전언입니다.

◆해외여행 갈증 '관광비행'이 풀어줄까
국내에서도 관광비행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나투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스카이라인 투어로 가능성을 확인한 여행·항공업계가 후속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덩달아 그동안 해외여행에 목이 말랐던 여행 애호가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관광비행 후보지로는 편도 기준 비행시간이 2~3시간 이내인 대만과 중국, 일본,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등이 꼽힙니다.

하지만 제주 관광비행에 나선 대만처럼 해외 관광비행이 가능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비행기 착륙 없이 상공에만 머물다 돌아가는 방식이지만 엄연히 다른 나라의 영공을 비행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항공법과 관세법, 출입국관리법 등 관련 규정을 따져봐야 합니다. 방역 당국의 검역 지침도 고려해야 합니다. 대만 타이거에어의 제주 관광비행 상품은 준비에만 두 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항공법상 관광비행은 다른 나라의 영공을 비행하기 때문에 국제 노선에 속합니다. 게다가 착륙하지 않고 회항하기 때문에 정기노선이 아닌 특별노선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비상상황이 아니고는 비행기가 회항하는 경우는 드문 일입니다. 착륙없이 저공비행으로 풍경을 감상하는 관광비행은 노선과 운항방식이 평소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특별 운항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염두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아무리 사전에 특별 운항허가를 받아도 당일 기류나 기상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저공비행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관광비행도 면세점 쇼핑이 가능할까
해외여행의 또다른 재미이자 장점 중 하나인 면세점 쇼핑은 가능할까요. 관광비행은 공항과 기내 면제점 이용 대상이 아니라는 게 관세청의 해석입니다. 관세법상 면세점 이용은 여권과 해외로 출국하는 비행기 티켓을 소지하고 출국심사를 거쳐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전혀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대만 제주 관광비행처럼 해외로 출국하듯 정식으로 출국심사를 받는다면 면세점 쇼핑이 가능합니다. 대만 정부는 규정 해석의 유연성을 발휘해 관광비행도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관건은 "관광비행을 해외 출국으로 볼 것인가"입니다. 그런데 최근 법무부는 이 문제를 놓고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앞으로 관광비행의 국내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한 조치라는 게 법무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다른 나라에 입국할 경우 필요한 입국비자도 현지에서 입국심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광비행의 면세점 이용 여부는 대만의 사례를 참고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가능성을 열어 두었습니다.
◆해외 입국자 2주간 격리 관광비행은 예외
현재 해외여행 재개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해외 입국자에 대한 2주간 자가격리 조치입니다. 하지만 관광비행은 2주간 자가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질병관리청은 "해외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해 환승구역에만 머무는 등 해당 국가에 실제로 입국하지 않고 되돌아 오는 경우는 2주간 자가격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해왔습니다.

대만 정부도 제주 관광비행 이용객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입국심사 시 감염을 피하기 위해 전체 인원을 세 그룹으로 나눠 별도 동선과 창구를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2주간 자가격리 대상에선 제외되지만 출국 전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할 수 있습니다. 관광비행 이용자가 면세점 등 공항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려면 코로나19 음성 여부가 확인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해외로 나가는 출국자는 질병관리청이 인증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음성여부를 증명해야 합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관광비행일지라도 검역 조치와 절차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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