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후 중단했던 현장경영을 재개했다. 이 부회장이 새로 꺼내든 화두는 ‘디자인’이다. 기술이 뛰어나도 디자인이 떨어지면 일류가 될 수 없다고 했던 이 회장의 ‘디자인 경영’을 한 차원 발전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회의엔 김현석 삼성전자 생활가전(CE) 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 사장,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사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 승현준 삼성리서치 연구소장(사장), 이돈태 디자인경영센터장(부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모두 참석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 발언을 ‘초격차 전략의 확대’로 해석하고 있다. 기술뿐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경쟁 업체를 압도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분석이다. 회사 관계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디자인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게 이 부회장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디자인 DNA’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등에 있는 글로벌 디자인연구소 일곱 곳에서 1500여 명의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다. 제조업체에선 보기 드물 만큼 디자인 분야에 투입하는 자원이 많다. 마음대로 다양한 색깔의 패널을 갈아 끼우는 비스포크 냉장고 등 디자인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히트 상품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다시 한 번 디자인을 강조한 배경을 ‘좋은 디자인’의 개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최근엔 기술 발달로 여러 기기가 하나로 연결되고 제품과 서비스의 융·복합화 속도도 빠르다. 이런 시기엔 ‘미려한 외관’ 못지않게 ‘디자인의 편의성과 통일성’이 중요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이미 많은 소비자가 외관보다 사용자 환경(UI) 디자인을 보고 제품을 고른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부회장이 디자인과 함께 제시한 키워드는 위기와 도전이었다. 그는 이날 “도전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난다. 위기를 딛고 미래를 활짝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국의 정권 교체 등으로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하더라도 상황에 끌려가지 말고 선제적으로 움직이라는 메시지라고 삼성 측은 풀이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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