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들의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술과 관련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반복 업무를 자동으로 단순 처리해주는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어서다. RPA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2년에는 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처음에는 금융권에서 주로 RPA를 활용했다. 은행의 비대면 고객 대응, 보험사의 고객·계약 관리, 카드사의 신규 가맹점 등록 업무 등에 RPA를 적용했다. 최근에는 RPA를 활용하는 기업이 업종에 상관없이 다양해졌다. 공공기관에서도 도입하고 있다. RPA 도입 초기에는 한 개의 봇이 단순 반복 업무를 처리했다. 지금은 여러 개의 봇이 협업을 통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인공지능(AI)을 적용한 RPA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ICT는 지난해 RPA 서비스인 ‘에이웍스’를 처음 출시했다. 최근에는 이전보다 발전한 ‘에이웍스 2.0’도 내놨다. ‘에이웍스 2.0’은 여러 봇들이 분업과 협업으로 복잡한 연속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은행 지점의 봇들이 산출한 지점별 입출금내역 등을 중앙지점으로 보내면 중앙지점의 봇이 정산 처리해 보고한다. 문자인식(OCR), 텍스트분석(TA), 챗봇 등 다양한 기술과 연계해 자동화 대상 업무도 확대 중이다. 포스코ICT는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에 RPA를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AWS 클라우드 전문기업인 메가존클라우드와 손잡고 에이웍스를 AWS에 유통할 계획이다.
LG CNS는 국민은행과 손잡고 올해 말까지 전국 영업점에 자동 급여이체 서비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호군 LG CNS 개발혁신센터 담당은 “이번 국민은행 프로젝트처럼 RPA에 AI, 빅데이터, 챗봇 등 다양한 IT 신기술을 결합해 서비스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C&C는 해외 기업과 협업으로 RPA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올 3월에 미국의 RPA 전문기업 오토메이션애니웨어와 손잡았다. 두 기업은 고객사의 업무 특성을 분석해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처리하던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핵심 업무별 최적 RPA 적용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오토메이션애니웨어는 세계 90여 개국 3500개 이상 기업에 170만 개 이상의 업무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 C&C가 구축한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을 오토메이션애니웨어의 서비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먼저 대형 플랜트 사업과 건설 분야의 디지털 시스템 구축 사업과 관련된 RPA 시스템을 개발해 관계사인 SK건설의 조달 업무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상국 SK C&C 통신·서비스 디지털부문장은 “SK그룹 관계사들의 업무 자동화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현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 개척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RPA 시장은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제조업에서도 RPA 도입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부처와 중소기업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과 원격 근무가 늘어난 것도 RPA 시장의 성장 요인이다. 최근 한국예탁결제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도 RPA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HFS리서치는 글로벌 RPA 관련 시장 규모가 2018년 23억4400만달러(약 2조6123억원)에서 2022년 43억800만달러(4조8012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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