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월세 내냐"…종부세 고지서에 더 커지는 조세 반감

입력 2020-11-24 10:18   수정 2020-11-24 13:39

60대 김모씨는 24일 종합부동산세 고지 내역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은퇴 공무원인 그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전용 84㎡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1주택자다. 작년에 126만원이던 종부세가 올해 247만원으로 2배가 됐다. 김씨는 "연금 생활하는 부부가 제산세를 포함하면 올해 1000만원 가까이 되는 보유세를 내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아파트에 사는 40대 중견기업 직장인 윤모씨또 뜻밖에 고지서를 받았다.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공시가격이 9억4500만원으로 뛰면서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됐다. 그는 "종부세와 재산세 등과 합치면 보유세가 300만원 가까이 된다"며 "대출 갚으며 살고 있는데 세금까지 내려니 월급쟁이 입장에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부세 대상자 70만명…세액 역대 '최대'
국세청이 올해 종부세 고지서를 고지하면서 곳곳에서 '세금 쇼크'를 호소하는 납세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공시가격 반영률까지 상승해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진 것이다. 종부세 고지서가 우편으로 도착하기 전에 국세청 홈택스에서 고지서를 열람할 수 있어 해당 사이트는 전날 한때 마비 사태를 빚기도 했다.

종부세는 매년 6월1일을 기준으로 고가 주택이나 토지를 갖고 있는 개인과 법인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국세다. 고가 주택의 기준점은 공시가격 9억원(1가구 1주택)인데, 주택을 두 채 이상 소유하면 합산 가격이 6억원만 넘어도 세금을 내야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대상자는 59만5000명, 세액은 3조3471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는 공시가격이 오른 데다 종부세 계산에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까지 겹쳐 종부세 납부자가 70만명을 넘어서고, 세액도 4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5.98%, 서울은 14.7%에 이른다. 시세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21.1%였다.

지난해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았던 서울 강북 지역 아파트 보유자들도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들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주택자 기준 종부세 과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은 서울에서만 28만1033가구로 38.3%(7만7859가구) 늘었다.

종부세 급등에 대해 올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고가 주택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공시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크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우병탁 팀장의 종부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 보유자의 경우 작년 종부세가 281만7480원에서 올해 494만820만원으로 1.7배 이상 올랐다. 이 아파트는 내년 종부세 예상액이 928만8630원으로 1000만원에 가까워지고, 후년에는 1474만680원으로 불어난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 보유자는 작년에 종부세로 402만4920원을 냈지만, 올해는 694만4340원으로 오른 고지서를 받게 됐다. 이 아파트 종부세는 내년에는 1237만2570원으로 오르고 후년에는 2133만4095원으로 뛴다. 다주택자는 세금 증가 상한선이 1주택자보다 높아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집 1채뿐인 은퇴자들 "빚내서 세금 내야하나" 한숨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자 실거주자인 1주택자들조차 아우성치고 있다. 이날 포털의 한 인터넷 부동산카페에는 “정부가 정책에 실패해 집값 끌어올려 놓고 왜 1주택자들에까지 세금 폭탄을 안겨주냐”, "1000만원 넘는 종부세는 내 집에서 월세 150만원을 내고 사는 것과 같다" 등 종부세 부담 인상을 성토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특히 퇴직자 등 고정 소득이 없는 1주택 소유자들은 “대출을 받아 세금을 내야 하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아파트를 보유한 한 1주택자는 "내년부터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가 1000만원을 훌쩍 넘긴다"며 "내 집에 살면서 월세 150만원씩 주고 살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한 카페회원은 “종부세가 1년에 2배씩 오르는 것 같다”며 “월급쟁이들도 세금내기 벅찬데 은퇴한 분은 오죽 하겠나”고 허탈해했다. 다른 회원은 “서울의 대부분 아파트가 다 고가주택 기준에 근접했다”며 “정부는 세수 확보하려고 계속 집값을 올리는거냐”고 말했다.


반면 종부세 쇼크에 대해 “집값이 수 억원이나 오르고 있는데 세금 몇 백만원을 내는 정도면 남는 장사 아니냐”는 반박도 나왔다. 부동산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세금 부담이 크면 집을 팔면 되지 않냐”며 “집값 상승에 따른 이득이 더 커서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금은 현금으로 내야 하는데 집을 팔지 않는 한 여유 현금이 없는 은퇴자들이 상당수 있다"면서 “이들이 1주택자일 경우 집을 처분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는 등 주택보유자들에게 ‘출구전략’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 상황에서는 정부가 양도세 등 거래세를 크게 늘려서 정작 집을 팔지 못하도록 죄다 막아둔 상태라 차라리 대출을 받아서라도 종부세를 내는 것이 낫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집주인이 아니라 결국엔 세입자가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세금을 올리면 올릴수록 집주인은 전·월세를 올려서 이를 회수하려 할 것”이라며 “전세난에 허덕이던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전세에 들어가면, 결국 세입자가 집주인의 종부세 부담까지 안게 되는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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