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국민은행은 왜 비트코인 수탁기업 설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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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26 18:16   수정 2020-11-26 19:52

[단독 인터뷰] 국민은행은 왜 비트코인 수탁기업 설립했나

"현재 은행들이 처한 상황은 카카오톡이 나오기 직전의 문자메시지 업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자칫 문자메시지 업체들이 도태됐던 전철을 밟을 수 있어요."
국내 최초로 제도권 은행이 참여한 가상자산 커스터디(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기업 '한국디지털자산(KODA)' 설립을 주도한 김서준 해시드 대표(사진 왼쪽)와 문건기 해치랩스 대표(사진 가운데), 조진석 KB국민은행 IT기술혁신센터장(사진 오른쪽)은 한경닷컴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KB국민은행이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 홀로 뛰어들지 않고 국내 최대 가상자산 벤처캐피털(VC) 해시드, 국내 1위 가상자산 수탁 솔루션 기업 해치랩스와 손잡았다.

이들은 최근 약 3억50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회사 페이팔이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를 공식 출시한 사례를 들었다. 기존 금융 결제망을 전혀 활용하지 않는 가상자산 서비스가 나오는 상황에서 더 이상 머뭇거리다간 도태될 것이란 위기감이 어투에 서렸다.

27일 공식 출범하는 KODA는 제도권 은행이 참여한 가상자산 수탁 기업이라는 강점을 살려 법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투명하고 선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초대 대표는 문건기 해치랩스 대표가 맡았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전산센터 회의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이들에게선 "혁신 없이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전해졌다.


▷미국 피델리티, 일본 노무라, 싱가포르 DBS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이미 가상자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왜 은행들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건가.

김서준 대표= 가상자산 사업을 안 했을 때 굉장한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다. 젊은 세대일수록 기존 자산보다 가상자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미 상당수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대중화되기 시작할 때 은행이 가상자산을 취급하지 못하게 되면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을 것이다.

문건기 대표= 브라이언 브룩스 미국 통화감독청장이 "가상자산은 '금융계의 인터넷'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통화감독청은 미국 전역의 은행을 규제 감독하는 기관이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가상자산 생태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대변한 것 아닐까. 글로벌 은행들도 이러한 관점에서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 본다.

▷ KODA도 피델리티, 노무라와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수탁 사업부터 시작한다고.

조진석 센터장= 은행이 가장 잘하는 게 금융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은행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은 수탁 사업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포함해 다른 글로벌 은행들도 수탁 사업부터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으로 가상자산을 받아들이는 게 가능할까?

김서준 대표= 제도화될 것이라 믿는다. 미국에선 이미 지난 7월부터 모든 은행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합법적으로 수탁할 수 있게 됐다. '크라켄'이라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합법적 은행 라이센스를 취득하기도 했다. 기존 금융과 가상자산 금융이 다양한 방향으로 융합되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페이팔 같은 결제 공룡들도 가상자산 취급을 시작한 상황 아닌가.

문건기 대표= 일본에서도 최대 규모 금융사인 노무라 그룹과 가상자산 기술 기업 렛저가 합작 법인을 만들어 이미 제도권 기반으로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KODA와 유사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제도화 움직임이 있나.

조진석 센터장= 여러 은행들이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중 KODA가 먼저 출범한 것인데, 정부 가이드라인에 발맞춰 투명하고 준법적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김서준 대표= 업권법 등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선제적으로 자금세탁방지(AML) 및 관련 가이드라인를 준수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운영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KODA는 앞으로 어떤 가상자산 사업을 할 계획인가.

문건기 대표= 단순하게 수탁 서비스만 생각하는 건 아니다. 향후 기존 금융서비스가 가상자산 서비스와 연결되는 과정에서 AML과 더불어 자산관리, 결제인프라 등 다양한 서비스 수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부분들에 대한 사업을 어떻게 해나갈지 검토하고 있다.

조진석 센터장= 향후 KB금융그룹 내 생태계를 KODA와 전략적으로 연결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서준 대표= 가령 구글과 같은 중앙화된 '플랫폼 경제'에서 벗어나 생태계 참여자들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인센티브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토콜 경제'가 구현될 때, 결제나 보상의 매개는 디지털 자산 형태가 될 것이라고 본다. KODA는 이러한 프로토콜 경제 생태계에서 은행이나 자산관리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KODA에서 각 사의 역할과 앞으로의 계획은.

김서준 대표= 해시드는 KODA의 사업 기획 및 전략을 담당한다. 가상자산 관련 비즈니스가 더 혁신적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KODA 내에서 촉매재 역할을 할 계획이다. 특히 앞으로 가상자산 인프라를 활용하는 다양한 기업과 서비스들이 많이 나올 텐데, 이들 기업 및 서비스와의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건기 대표= 해치랩스는 오랜 시간 가상자산 보관·관리 솔루션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아 온 만큼 관련 제품과 기술력을 KODA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KODA가 기술적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조진석 센터장= KB국민은행은 오랜 기간 쌓아 온 신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KODA의 내부통제, 보안 등이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KODA와 연계해 KB금융그룹 내에서 다양한 신사업 및 서비스를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정부 제시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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