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통의 한국여자오픈은 국내 여자 골프대회 가운데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다. 지난 9년간 글로벌 기업인 기아자동차가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 DB그룹이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지난 7월 김 회장이 취임한 뒤 새로 재편된 DB그룹의 위상을 나타내는 데 한국여자오픈이 적격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DB그룹 관계자는 “내셔널 타이틀이라는 점이 후원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장기적으로 대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계약기간을 종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DB그룹은 한국여자오픈 개최 장소를 조만간 결정하고, 총상금 규모를 최소 10억원 이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메인 스폰서가 대회 개최를 위해 쓰는 돈은 총상금의 3배가량”이라며 “김 회장이 최소 150억원에 달하는 통 큰 결정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76)의 장남으로, 7월 그룹을 총괄하는 회장에 취임했다.
남자골프에서 여자골프로 저변을 확대한 것은 김 회장의 남다른 골프 사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CC를 운영하는 디비월드 지분 4.75%를 사재 31억원을 들여 인수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DB손해보험이 운영 중인 골프단도 재정비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도엽(29), 전규범(28), 권다원(26), 이지현(22)으로 꾸려진 골프단의 선수층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DB그룹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최정상급 선수들과도 신규 후원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계 관계자는 “DB그룹이 대회부터 선수단까지 골프계에 본격 진출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DB그룹이 본격적으로 여자 골프에 뛰어들면서 그룹의 모태였던 동부건설과의 미묘한 경쟁 구도도 다시 주목받을 전망이다. 동부건설은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키스톤에코프라임펀드에 넘어갔다. 동부건설에 그룹의 상표권이 있기 때문에 DB그룹은 그룹의 이름을 바꾼 아픈 기억이 있다. 두 곳 모두 골프단을 운영 중이다. 골프계 관계자는 “동부건설에는 지한솔, 나희원 등 투어 정상급 선수가 포진하고 있다”며 “DB도 이에 뒤지지 않는 스타급 선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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