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 만세" 프랑스 대혁명서 외치던 구호…토스로 '금융혁명' 핀테크 실현

입력 2020-12-04 16:56   수정 2020-12-05 01:47

‘공화주의(Repubblicanesimo)’. 청년 시절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암태도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이승건 대표(사진)는 모리치오 비롤리가 지은 이 제목의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법과 공공선에 기반을 두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만들어내는 공화주의 사상에 매료됐다. 밤마다 독파한 인문학 서적이 수백 권에 이르던 시절이었다.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떠올린 게 정보기술(IT) 기반의 벤처기업이었다. 서울대 치의학과 출신인 그는 평소 기술에 대한 관심도, 지식도 많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비바리퍼블리카란 사명이 2011년 4월 탄생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공화국 만세’라는 뜻이다. 프랑스대혁명 당시 민중이 외치던 구호이기도 하다. 세계사를 바꾼 프랑스대혁명처럼 시장에 혁명적인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이 대표가 비바리퍼블리카를 ‘세상을 바꾸는 회사’로 끌어올리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처음 시장에 내놓은 건 모바일 SNS ‘울라불라’였다. 하지만 비슷한 플랫폼의 홍수 속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이후 선보인 모바일 투표 앱 ‘다보트’도 실패로 끝났다. 그렇게 시도를 하고, 뒤엎은 사업이 8개였다.

이대로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변의 우려 속에서도 이 대표는 아홉 번째 도전에 나섰다. 전화번호만 알면 간편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모바일 금융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배구공을 던지듯 가볍게 돈을 보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토스(Toss)’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이 쓰는 토스의 시작이다.

지금은 간편송금이 흔하지만 토스가 처음 출시된 2015년은 ‘핀테크(금융기술)’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무엇보다 모바일금융은 기존 금융사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특정 금융사에 얽매이지 않은 개방적 송·수금 방식이 오히려 더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이 대표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기존 모바일송금은 계좌이체를 위해 각종 보안프로그램을 깔고, 공인인증서 인증과 보안카드 번호 입력을 마친 뒤 휴대폰 본인인증까지 거쳐야 했다. 토스는 이 복잡한 단계를 대폭 줄였다. 상대방의 계좌번호나 휴대폰 번호만 있으면 30초 안에 이체를 끝내는 혁신적 방식을 도입했다.

현재 토스의 사용자 수는 1800만 명에 달한다. 주요 사용자인 2030세대 사이에서 토스는 ‘필수 앱’으로 꼽힌다. 2018년 말에는 국내 핀테크 기업 최초로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인정받았다. 올 들어선 은행·보험·증권 등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조직 안에는 공화국의 핵심 사상이 녹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정보 접근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스스로의 업무와 미래를 정의한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경력이나 직급과 무관하게 스스로의 역량에 따라 업무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동료로부터 존경과 권위를 얻는 것이 비바리퍼블리카의 문화”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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