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 모델? 농어촌기금 설치 뒤 '기업 임원' 국감 단골됐다

입력 2021-01-22 08:30   수정 2021-01-22 08:43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 이익공유제' 관련 대표 사례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꼽은 가운데 경제계에서는 벌써 '국정감사 포비아(공포증)'를 우려하고 있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설치된 이후 국정감사 때마다 기업 임원을 증인으로 부르는 일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농·어업 피해 보전을 위해 2017년 설치됐다. 기금은 자녀 장학사업, 현지 복지시설 설치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한중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할 때 농업 또는 수산, 축산, 이런 분야에는 많은 피해를 입히게 되지만 또 한중 FTA를 통해서 제조업이라든지 공산품 업체라든지 오히려 혜택을 보는 기업들도 많이 있다"며 "그 당시에 그런 기업들과 공공부문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서 피해를 보는 농어촌 지역을 돕는 이른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운영된 바 있다"고 말했다.


기금이 조성될 당시 정부는 기업에 자발적 출연을 부탁했다. 하지만 기금이 설치된 이후에는 국회가 나서서 출연을 강요하는 일이 생겼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설치되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국정감사 때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의 핵심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있다. 출연 실적이 없는 기업은 사장급을, 출연을 조금이라도 한 기업은 임원급을 부르는 식이다.

2019년 국감에서는 삼성전자, 포스코, 한화, GS 등의 임원을 증인으로 세우려고 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증인 채택은 무산됐다. 하지만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해당 기업의 임원에게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의 출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비슷했다. 일단 대기업 임원을 증인으로 무더기로 신청한 뒤 국회로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여는 식이었다.

당초 4000억원을 목표로 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11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대부분 정부 입김이 센 공기업에서 출연했다. 하지만 매년 대기업 출연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2017년 2억원이었던 대기업 출연은 2018년 27억원, 2019년 37억원, 지난해 130억원으로 확대됐다.


여당에서는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일환으로 '사회연대기금' 조성이 검토되고 있다. 출연금의 세액공제율을 10%에서 20%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과 같지만, 경제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이후 민간기업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부금을 집행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민주당은 배달의민족,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을 제1 타깃으로 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 영향력이 큰 금융회사도 거론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코로나 기금이 만들어진다면 매년 국감 때마다 기업을 대상으로 출연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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