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아파트 月 600만원 등장…전세난이 불지른 월세 폭등

입력 2021-01-22 07:11   수정 2021-01-22 13:27

서울 영등포에서 최근 전용 59㎡ 아파트 반전세를 새로 구한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2년 전보다 월세를 100만원씩 더 내게 됐다. 임대차법 이후 전셋값이 오른 만큼 월세도 폭등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반전세집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250만원이다. 김 씨는 “직장 때문에 월세를 내고 이 지역에 살고 있지만 부담이 크다”며 “앞으로 종잣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푸념했다.

새 임대차법 도입 이후 전세난이 월세난으로 번지면서 서울 곳곳에서 월세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 이어 강북지역에서도 웬만한 회사원 한 달 월급에 맞먹는 고가 월세 거래가 나오는 중이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 전용 114㎡는 지난달 보증금 1억원, 월세 6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전달에 같은 면적 주택의 월세가 보증금이 1억원일 때 520만원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월세가 한달 새 80만원이 오른 셈이다.

성동구 금호동 서울숲푸르지오1차 전용 114㎡도 지난 4일 보증금 1억원, 월세 380만원에 계약됐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보증금이 높은 대신 월세는 100만원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난 7월부터 월세가 100만원대를 웃돌기 시작했다. 마포구에선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전용 84㎡ 아파트가 지난달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80만원에 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보증금 1억원에도 월세가 200만원 초반대를 넘지 않았지만, 전세난으로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서울 외곽지역도 상황도 다르지 않다. 보증금을 제외하고 월세가 수십만 원대였던 외곽지역에서도 100만원이 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9단지 전용 79㎡는 지난해 중순까지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80만 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5일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20만원까지 뛰었다. 구로구 개봉동 현대 전용 84㎡도 지난해 초엔 보증금 1억원, 월세 80만원이면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보증금 1억원에도 월세 110만원을 줘야 한다.

월세난은 정부 통계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감정원이 파악한 지난달 서울 주택 월세 수급동향 지수는 115.3이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공급 대비 수요가 더 많다는 의미다. 강남지역(116.1)과 강북지역(114.4) 모두 월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강북지역은 지난 7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지수가 100으로 돌아선 후 매달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인 아파트실거래(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에서 전세보다 월세가 많은 곳은 종로·강남·용산·중구 등 4곳이었다.

임대차법 시행과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상승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도 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분석이다. 이에 정부는 임대차 2법 시행 당시 월세 시대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9월에 전월세 전환율을 기존 4%에서 2.5%로 낮췄었다. 하지만 이는 기존 계약 갱신에만 적용되고, 신규 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

마포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황모 사장은 “임대차법 이후 전월세 가격 상승분을 새로 이사를 해야 하는 신규 계약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며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수백만원대의 월세 매물을 보면 세입자들이 놀라곤 했지만 최근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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