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재판 이후…'셀프 감시' 나선 기업들

입력 2021-01-28 17:26   수정 2021-01-29 02:57

쿠팡, 롯데건설, 와디즈, 에쓰오일, 대한토지신탁….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업무를 위해 최근 전문 인력을 뽑았거나 채용 중인 곳들이다.

28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지난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이후 컴플라이언스 부문 보강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법무팀 사내변호사 A씨는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이 기업의 준법 관련 활동에 ‘트리거’로 작용하고 있다”며 “해당 판결 이후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시 기업의 처벌과 재판 양형에 참작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컴플라이언스 방안을 구상해보라’는 주문이 내려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컴플라이언스는 쉽게 말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준법 감시 시스템’이다. 기업이 스스로 자신들의 경영 행위에 위법한 사항이 없는지 ‘자가 검진’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삼성그룹은 재판부의 요청으로 지난해 2월 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비록 재판부가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위법 등에 대한 선제적 감시 활동이 미흡하다”고 평가했지만, 업계에선 ‘벤치마킹’ 대상이다.

업계에선 구체적인 준법감시위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컴플라이언스 체제의 실효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뭐냐’ ‘어느 수준에 도달해야 인정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 또 다른 대기업의 사내변호사 B씨는 “기업에 대한 행정부 조사나 과징금 산정 등의 행정벌과 검찰의 기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등에 고려사항이 될 수 있는 기준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구체적인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미국의 경우 연방양형기준(제8장)에 평소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갖추고 열심히 활동한 기업(조직)에 벌금을 감경해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미국 재판부가 기업의 준법 감시 시스템을 근거로 민사상 책임을 감면해준 사례도 자주 언급된다.

대표적인 것이 1996년 미국의 의료서비스 회사인 케어마크가 불법 커미션 문제로 2억5000만달러 규모 벌금을 물게 되자 주주들로부터 소송당한 사례다. 당시 재판부는 내부 규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로 화해로 재판을 종결했다.

법조계에선 국내에서도 컴플라이언스 활동을 참작한 구체적인 판례들이 쌓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내변호사 C씨는 “정부 기조와 개별 재판부에 따라 향후 컴플라이언스 활동이 법정에서 어떻게 해석될지 예측하긴 힘들다”며 “다양한 판례가 쌓인다면 기업 현장에서도 일정한 ‘기준’을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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