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이 악물고' 구글 맞서는데…'꼬리 무는' 역차별 규제

입력 2021-02-15 17:28   수정 2021-02-23 18:31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지난달 31일 K팝 온라인 콘서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대표적인 K팝 가수 블랙핑크의 온라인 콘서트를 생중계했다. 글로벌 K팝 디지털 콘텐츠 유통 서비스는 네이버가 2015년에 먼저 시작한 전략사업. 최근 K팝 열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련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의 선점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공산이 커졌다. 구글 등 해외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공세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지난달 방탄소년단(BTS)을 보유한 ‘경쟁업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손잡은 것도 K팝 콘텐츠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해 해외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절대갑 공룡들의 위협 속 ‘불안한 성장’
국내 인터넷기업이 글로벌 IT기업의 틈바구니에서 ‘불안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인터넷 검색, 모바일 메신저 등 주요 IT 서비스에서 자국 업체가 1위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인터넷 기업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국내 기업의 ‘진짜 걸림돌’은 경쟁 업체가 아니라 정부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규제, 심의, 세금, 망 사용료 등에서 해외 IT기업이 국내 업체보다 유리한 ‘역차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구글은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인터넷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다음이 해당 시장을 지켜냈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 검색 엔진 시장에서 점유율 2%를 밑돌았던 구글은 다음을 추월하고 2위까지 올랐다. 트래픽 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구글의 국내 인터넷 검색 엔진 점유율은 40.5%까지 올라왔다. 한때 90%에 육박했던 네이버 점유율은 지난달 52.8%까지 떨어졌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국내 동영상 유통시장을 유튜브가 장악한 상황에서 구글이 국내 인터넷 검색 시장과 K팝 플랫폼까지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
구글 서비스들이 잘되는 건 기본적으로 구글이 잘해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국내 이용자에게 동영상을 유튜브로 보는 이유를 물었더니 콘텐츠 종류가 많고(60.7%), 검색이 편해서(33.5%)라는 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IT 전문가들은 “그게 다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역차별 문제까지 생기는 각종 규제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망 사용료가 대표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작년 4분기를 기준으로 구글의 국내 하루 트래픽량은 전체의 25.9%로 카카오(1.4%)의 18.5배, 네이버(1.8%)의 14.4배였다. 하지만 구글은 국내 통신업체에 망 사용료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매년 총 1000억원 이상의 망 사용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 규제’라 하더라도 국내 업체에만 주로 적용하다 보니 역차별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해외 업체는 인터넷상 불법·음란정보 유통 책임도 국내 기업보다 덜하다. 예를 들어 청소년 음란물을 발견하고도 유통을 방지하거나 삭제하는 기술적 조치를 하지 않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인터넷상 음란한 영상, 연령 확인 의무를 따르지 않은 청소년 유해매체 등의 유통도 금지돼 있다. 이는 해외 업체에도 적용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해외 업체를 제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규제 역차별’ 문제를 정부가 방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구글과 유튜브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던 요인 중 하나는 스마트폰 앱 선탑재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대부분에는 구글과 유튜브가 기본으로 깔려 있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유튜브, 크롬 등의 구글 앱을 깔도록 강요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했다며 43억4000만유로(약 5조8040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EU가 판단한 구글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부처끼리 ‘규제 먹거리 다툼’도
업계에서는 이런 ‘역차별 규제’가 갈수록 심해진다고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디지털성범죄의 법정형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N번방 방지법’과 해외 IT 업체의 망사용 ‘무임승차’를 막는 일명 ‘넷플릭스 방지법’도 마찬가지다.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대표변호사는 “해당 법들을 보면 모두 과징금이 매우 적어 외국 사업자들은 ‘그냥 과징금을 내고 어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며 “반면 국내 사업자는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 부처들은 오히려 국내 IT기업에 대한 규제 경쟁에 나서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일명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안’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공정위는 지난달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방통위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을 앞세웠다. 두 법안 모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공무원이 자신들의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규제 먹거리 시장’을 놓고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완/구민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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