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본뜬 野 '토론 배틀' 흥행 빨간불

입력 2021-02-16 16:48   수정 2021-02-24 18:47


인기 TV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방식으로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킨다던 야권의 경선 레이스가 흥행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형식을 파괴한 TV 토론회에 대해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운영 방식과 토론 내용에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 1위 후보에게 네거티브 공세가 집중되고 있는 현상도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형식 파괴’는 합격점
1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15일 첫선을 보인 1 대 1 스탠딩 방식의 경선 토론회를 두고 당 안팎에서 엇갈린 평가가 쏟아졌다. 예비경선을 통해 추려진 네 명의 후보가 세 차례에 걸쳐 1 대 1 토론회를 하는 형식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슈가 분산되지 않아 토론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종일관 긴장감이 팽팽하게 흘렀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토론회 진행 방식과 내용에 대해선 “개선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부정적 의견이 다수였다.


가장 큰 문제는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진흙탕 공방’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여론조사 1위, 2위 후보인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이언주 전 의원은 전날 TV 토론회에서 토론회 주제인 지역 현안과 관련 없는 과거 발언과 경력 등을 놓고 사생결단식 공방을 벌였다. 자연스러운 토론의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자 개입을 최소화하는 원칙을 세운 탓에 부산시 현안에 대한 공약과 비전을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수석부위원장인 황보승희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대해 “상대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 인신공격 등으로 인해 부산 시민들이 정치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김성태 전 의원은 “상대 후보의 과거사를 진상 조사하는 토론회로 변질되는 모습이었다”며 “정작 중요한 본선에서 상대 후보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미스터트롯을 본뜬 토론평가단의 평가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공천관리위원회는 토론회 결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는 취지로 사전에 당원과 시민으로 구성된 토론평가단을 구성했다. 인원수가 총 1000명이다. 토론회가 끝나면 곧바로 ARS 전화를 통해 토론평가단에 ‘토론을 잘한 후보’를 물어 결과를 공개한다. 전날 TV 토론회에선 박 교수와 박민식 전 의원이 각각 평가단으로부터 ‘토론을 잘한 후보’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일부 지지자 사이에선 ‘깜깜이 평가’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실제 미스터트롯처럼 토론회별 평가 점수를 모두 공개하자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박 전 의원과 차이가 크지 않았던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측 지지층의 불만이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진석 의원은 “공개와 비공개가 각각 장단점이 있다”며 “내부 격론 끝에 비공개로 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당 내부에선 “당원 평가, 시민 평가 등으로 구분해 결과를 공개하면 시청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한 명당 30분으로 제한한 토론시간을 한 시간 안팎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시청자 호응 ‘지지부진’
시청자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도 과제다. 사실상 본선으로 평가받았던 박 교수와 이 전 의원 간 토론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는 이날 낮 12시 기준 7200회.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비슷한 시간대에 올린 동영상 조회 수(11만 회)에 턱없이 못 미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핫’한 동영상은 조회 수가 100만 회를 훌쩍 넘긴다”며 “시민 관심을 끌어낼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회 시간대가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부산시장 선거 1차 토론회는 오후 5시15분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됐다. 직장인이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대다. 이날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는 오후 2시50분에 시작됐다. 당 안팎에선 “3040 직장인들은 포기하겠다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인지도가 높은 TV 프로그램 ‘MBC 100분 토론’에 첫 TV 토론회를 배치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토론회 일정과 시간은 방송국 내부 사정에 따라 정했다. 당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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