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년 前 지구 자기장 약화…네안데르탈인 멸종 불렀다

입력 2021-02-26 17:15   수정 2021-02-26 23:58

세계 각국이 탐사 경쟁을 벌이는 화성은 ‘테라포밍(행성의 환경을 사람이 살 수 있게 지구화하는 것)’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상태라면 인간은 화성에서 단 5분도 버틸 수 없다. 자기장이 없어 태양에서 쏟아지는 우주방사선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이다. 과거 화성에 있었던 두터운 대기와 넓은 바다가 사라진 것도 자기장이 없어서다. 양성자와 전자의 흐름인 태양풍이 화성의 대기층을 우주로 서서히 날려버렸다.

지구도 화성처럼 태양풍의 영향을 받는다. 큰 태양폭풍이 있었던 1989년에는 캐나다 퀘벡에서 대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강력한 자기장이 방패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방패 자체가 약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구 자기장은 액체 상태의 철로 이뤄진 핵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남북 자극이 바뀌는 지자기 역전 현상이 발생할 때는 지구 자기장이 약해지거나 사실상 사라지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8300만 년 동안 183번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장이 완전히 뒤바뀌지는 않더라도 짧은 기간 동안 정상적인 상태로부터 멀리 벗어나는 지자기 회유 현상도 발생한다. 비교적 최근인 수만년 전에 일어난 대표적인 지자기 회유 현상이 ‘라샹 사건’이다. 과학자들이 프랑스 라샹 지역의 용암 흐름에서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정확한 시기나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선 세밀하게 알지 못했다.

최근 라샹 사건의 비밀이 더 자세히 밝혀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크리스 터니 교수 연구팀은 라샹 사건의 시기와 영향을 분석해 과학 권위지 ‘사이언스’에 지난 19일 발표했다. 단서는 뉴질랜드 습지에서 반화석 상태로 발굴된 고대 카우리 나무의 나이테에 있었다. 태양풍은 고에너지 하전 입자를 싣고 있는데, 자기장이 약해지면 이 입자가 지구 대기의 질소와 상호작용해 탄소의 방사선 동위원소인 탄소-14를 늘린다. 양성자 6개, 중성자 8개, 전자 6개로 구성된 탄소-14는 일반적인 탄소(탄소-12)에 비해 극미량으로 존재하는데, 방사선이 늘어나면 대기 중 비율이 높아진다. 이는 1600년을 살아간 이 카우리 나무의 나이테에 고스란히 기록됐다.

연구진은 나이테 분석을 통해 라샹 사건이 약 4만2000년 전에 시작돼 500년에 걸쳐 자극이 서서히 역전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역전된 상태가 약 500년간 이어지다가 다시 250년에 걸쳐 원래 위치로 되돌아갔다. 자극이 역전된 동안에는 자기장이 현재의 28% 수준으로 약해졌다. 역전 와중에는 자기장이 6% 수준으로 떨어지거나 사라지기도 했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를 기후모델에 적용했다. 자기장의 변화로 인해 오존층이 고갈됐고, 자외선 수치가 높아지며 방사능 지수도 함께 상승했다는 점을 알아냈다. 북미 지역에서는 빙하도 늘어나는 등 환경이 척박하게 바뀌었다. 이는 호모사피엔스와 생존 경쟁을 벌였던 네안데르탈인 멸종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으로도 짐작된다. 이 시기 동굴 벽화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 중 하나로도 꼽힌다. 사람들이 가혹해진 환경을 피해 동굴로 숨어 들어가면서 벽화를 그렸다는 것이다.

지구 자기장은 지금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 자기장의 거대 균열이 커지는 등 자기장 역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도 나온다. 이 같은 변화가 대멸종을 일으킬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전자기기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미래 사회에 막대한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은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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